• [문화/공연] 장관 기억 아득… 광대로 돌아오니 홀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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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1.19 09: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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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연극 <밀키웨이> 연출하는 김명곤

“김명곤입니다. 어제 만나 한 말 중에 오해 살 만한 것이 있을까봐서요.” “재미있는 얘기 해주신 것도 없으신데요, 뭘.”(기자) “그런가…. 국감장 얘기한 것은 어디까지나 성숙한 문화가 아쉽다, 그런 얘기였어요. 떠난 사람이 왈가왈부 하는 것 같아서.” “예. 알겠습니다. 무슨 걱정이신지. 연습 잘 돼가시죠?”(기자)

연출가로 대학로에 돌아온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56·사진)은 지금 ‘탈색중’이다. 빨리 탈색이 돼야 스스로 편해진다는 생각이다. 2000년 시작해 국립극장장으로 6년, 2006년 3월~2007년 5월까지 문화부 장관으로 1년여간 입어온 옷에서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이다.

“권력, 명예는 옷과 같아요. 벗어나지 못하고 짓눌리면 부자연스럽게 되는 거죠. 아예 제 피구(皮구)처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요. 내 마음 속에서는 언제 장관직을 맡았었나 까마득하게 느껴집니다.”
7일부터 대학로 두레홀2관에서 시작되는 연극 <밀키웨이>의 연출가로 김명곤은 원래 그 자리, 광대 자리에 돌아와 있었다. ‘예술인들은 돌아갈 곳이 있어 좋겠다’라고 묻자 “돌아갈 곳뿐 아니라 영원히 돌아오고 싶은 곳이 여기”라는 말이 돌아왔다.

<밀키웨이>의 독일 원작 <은하수를 아시나요>는 서울대 독문학과 재학 당시 연극반에서 활동하며 감명깊게 읽었다. 그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작품 중 하나다. 전쟁으로 피폐해졌으나 순수한 영혼을 지닌 청년의 이야기다. 김명곤은 한국 상황에 맞게 2차 세계대전을 베트남전쟁으로 옮겨 번안했다. 베트남전 참전 후유증을 앓는 환자와 정신병동 의사가 등장하는 2인극이다.

“텍스트와 배우라는 뼈대만을 가지고 만든 작품입니다. 극장도 130석의 소극장을 택했어요. 그만큼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거죠. 내용이 무겁지만은 않아요. 희극과 비극을 동시에 담은 연극이죠. 2인극 연출은 처음이지만 배우로서 출연은 여러 작품 해봤어요.”

황석영의 원작을 각색한 <장사의 꿈>, 김명곤이 직접 쓴 <아리랑>, 이만희의 <돼지와 오토바이> 등이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희곡 쓰기에 열심이다. 새벽 5시30분~6시쯤이면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을 때가 많다. 탈고한 희곡도 있고 현재 5~6개 작품을 쓰고 있다. 그 가운데는 배경을 한국 고대사회로 옮겨 햄릿이 아닌 오필리어 입장에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번안한 작품도 있다.

“외국 작품을 그대로 하기보다는 기본 소재를 바탕으로 한국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국립극장장으로 있을 때도 국악을 바탕으로 <리어왕>을 <우루왕>으로 바꿔 공연하기도 했죠. 행정가로 일하면서 창작자 입장만이 아니라 예술 경영과 정책의 중요성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 그 노하우로 우리문화를 세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고요.”
같은 배우 출신으로 얼마전 국정감사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파문을 일으킨 유인촌 문화부 장관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장관 재직시 곤혹스러웠던 때는 언제였을까.

“국감에서는 기본적으로 감사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화 날 때도 많았지만 또 많이 참았죠. 마치 재판장 같은 분위기는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건강하게 비판하고 토론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정책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자리에 올랐는데 취임 후 ‘바다이야기’, ‘스크린쿼터제’ 등이 터지면서 힘들었어요. 일 하느라 정신없었죠.”

공직생활이 인생에 병도 주고 약도 주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현장 예술가와 행정 경험을 갖고 있는 이로서 다시 공직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인생이 무엇을 미리 생각해 마음 속으로 결정짓고 그럴 만한 게 아니잖아요. 지금 홀가분하고 좋습니다.”
<밀키웨이>에는 류태호·정의갑, 정은표·이동규 팀이 번갈아 출연한다. 내년 1월4일까지. 1만5000~3만원 (02)741-5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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