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쉿! 지구의 거친 숨소리를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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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1.14 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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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하와이’ 빅 아일랜드 활화산 투어 17일 미국 비자면제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하와이의 빅 아일랜드에 다녀왔다. 미국여행협회는 비자면제가 시행될 경우 2~3년 내에 한국 여행객이 두세배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새로운 여행지도 많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와이의 경우 사람이 사는 8개섬 중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은 오아후와 마우이 섬이다. (2개섬은 군사기지 등으로 일반인 출입이 안 된다.) 하와이란 이름은 하와이의 8개섬 중 가장 큰 섬 하와이에서 따왔다. 나머지 섬을 모두 합해도 하와이섬보다는 작다. 빅 아일랜드는 제주도의 7배나 되는 천혜의 관광지다.

하와이의 빅 아일랜드는 다른 어떤 열대의 섬이 따라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바로 지구의 심장 소리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땅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지구는 둥글다. 지구의 표면은 분명 높낮이가 있다. 지구 표면의 꼭지점 에베레스트는 8848m나 되지만 지구를 하나의 공으로 보면 우둘투둘한 표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반면 땅속은 깊다. 땅에서 96㎞를 파고 들어가면 맨틀이다. 맨틀은 지하 2900㎞까지 지구를 싸고 있다. 단단한 돌덩이다. 2900㎞ 지점에서 다시 5100㎞까지는 외핵. 마그마로 돼 있다. 5100㎞에서 6400㎞까지는 내핵이다. 맨틀이 깨진 틈새로 용암이 흘러나오는 것을 화산활동이라고 한다. 용암과 유황연기를 직접 본다는 것은 지구의 심장이 뿜어내는 피를 보고, 냄새를 맡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화산 국립공원은 1200m 고지에 있다. 가이드 한국계 교포 킴은 “분화구에서 연기가 솟는 것은 물론 매캐한 유황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고 했다. 3월13일부터 화산활동이 시작, 조만간 분출이나 폭발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재거 박물관 앞 거대한 분화구에선 실제로 구름기둥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지름이 800m쯤 되는 거대한 분화구에선 폭발의 흔적이 뚜렷했다.

사실 빅 아일랜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화산이다. 바다 밑에서 용암이 수십만번 흘러나와 층층이 쌓이기 시작했다. 2800년 동안 그렇게 쌓인 용암의 높이는 9600m. 4205m의 마우나케아 산이 생긴 것이다. 그후로도 화산활동은 끝없이 진행됐다. 여기저기서 수없이 땅이 갈라졌고, 용암이 분출했다. 돌다보면 곳곳에서 이런 흔적을 볼 수 있다.

용암이 굳은 자국 위로 도로가 나 있었다. 검은 용암이 흐르다 멈춰 돌이 됐다. 돌덩어리엔 용암의 주름이 그대로 잡혀 있다. 이 돌이 불과 수년 전엔 지구의 심장을 돌던 2400도의 마그마였다. 국립공원 자원봉사자 짐 게일은 용암이 식은 뒤 굳은 돌의 표면을 보여주며 원주민들은 이 돌판을 ‘아아’와 ‘파호이호이’로 나눠 부른다고 했다. 아아는 돌이 뾰족해서 발이 아프다는 뜻이고, 파호이호이는 평평하다는 뜻이다. 용암의 온도차이 때문이란다.

용암이 굳어 생긴 암반엔 풀이 자라고 있다. 새가 앉으면 미생물이 바위에 묻고, 다시 그 자리에 풀씨가 떨어질 때 발아를 도와준다. 펄펄 끓는 용암도 1년 뒤면 굳어 풀이 돋는다. 물이 고인 자리에 지의류가 생기고, 뒤이어 이끼가 피며 나중엔 고사리가 덮는다.

이튿날 헬기를 탔다. 화산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고 싶어서다. 화산이 마을을 덮쳤다는 칼라파나의 경우 빈집만 한채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도로를 덮은 용암도 보였다. 겉표면은 까맸지만 가끔 용암이 흐르면서 악마의 눈 같은 붉은 불구덩이도 보였다. 1990년 화산이 폭발한 칼라파나의 경우 200여채의 집이 불에 탔다. 밤에 보면 붉은 용암이 흘러내리는 게 보인단다. 굳은 지 얼마 안 된 용암은 숯덩이처럼 검은빛을 띠었고, 400년쯤 지난 용암은 밤색이었다. 용암이 굳어 흙이 돼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용암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하와이는 한 번 폭발로 용암이 분출되고 마는 화산이 아니라 용암이 용솟음치는 샘처럼 계속 퍼져나오는 화산이다. 국립원 측은 앞으로도 100년은 흐를 것이라고 했다. 마치 꿀물처럼 느리게 바다로 흘러 사람도 접근할 수 있다. 폭발 움직임이 포착되기 전까진 6m 앞까지 다가가 사진을 찍었단다. 80년대말과 90년대초 사이 용암이 바다를 메워 땅이 된 지역은 무려 297만6600㎡(90만2000평)이다.

빅 아일랜드는 지구의 진화를 압축해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짐 게일은 야생 블랙베리는 가시가 없다고 했다. 천적이 없어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다. 민트 같은 허브 역시 톡 쏘는 향이 없다. 아마 태곳적 생태계가 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수많은 생명체가 자연에 적응하며 살았거나 도태됐다. 실제로 일부 조류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야생 멧돼지들이 땅을 파면 모기가 알을 낳고 이 모기는 조류 말라리아의 원인이 돼 희귀새에겐 위험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터를 박은 것은 1300~16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척박한 화산섬에서 뿌리를 내린 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화산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들은 화산폭발을 불의 여신 펠레의 진노로 봤다. 박물관에 그려진 불의 여신의 모습은 마치 고갱의 그림 속의 나오는 여인, 아니 천경자의 미인도에 나오는 여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활화산에 서면 심장이 펄떡펄떡 뛰고 있는 분화구 속에 진짜 지구가 있고, 우리가 보는 산과 들판은 그저 지구의 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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