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장금도 “가슴에 묻은 아들 세월 가면 잊혀질랑가”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1.13 09:33:34
  • 조회: 11912
ㆍ아들 넋 달래려 민살풀이 추는 명무

군산의 기생 장금도는 임신 8개월의 만삭으로 인력거에 올랐다. 열일곱살 때였다. 출산을 했어도 몸을 풀 여유조차 없었다. 권번에서는 인력거를 두 대 보냈다. 앞에는 어미가, 뒤따르는 인력거에는 갓 태어난 아기와 유모가 몸을 실었다. 군산 사람들은 그걸 보고 “저기 금도가 간다”고 말하곤 했다.

민살풀이 명무(名舞) 장금도(80)가 춤을 춘다. 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기생 신분을 감추려고 숨어 살다가 1998년부터 간간이 무대에 서왔던 터이지만 이번 춤판은 좀더 특별하다. “유월 그믐에 먼저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은 어미가, 그 아들의 넋을 위로하며 춤을 출 요량이기 때문이다. 3일 대학로에서 만난 장금도는 “딸두 딱 그것 하나뿐이었는디…”하며 눈두덩을 꾹꾹 찍어눌렀다. “또 눈물이로세… 세월 가면 잊혀질랑가”라는 노모의 탄식이, 한많은 노랫가락처럼 구슬프게 들렸다.

“그것 때문에 내가 춤두 안 추구 살았는디… 먼저 가버리고 말았네. 나는 그때 아득허게 정신을 놓아버려서 어떻게 장례를 치렀는지 기억도 안 나요. 몸이 곡기를 통 받아들이질 못혔응께. 두달 열흘 동안 병원 신세를 졌어요.” 돌이켜보면 어미의 ‘춤길’을 막은 아들이었다. 아들은 열살이 되면서부터 “기생 아들이라는 소리 듣기 싫다”며 투정을 부렸고, 어미는 그 바람에 춤을 접었다. 장금도는 “스물아홉에 접었응께 안즉 한창 때였는디…”라며 말끝을 흐렸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아들은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며 다리를 절어 어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고, 어미는 아들의 소원대로 “기생 출신 아닌 척하고 사느라고” 치마저고리 마다하고 ‘쓰봉’만 입고 살았다고 했다.

예기(藝妓) 장금도. 남원의 조갑녀(86)와 더불어 민살풀이 계보의 마지막 춤꾼. 그는 군산의 소화권번에 몸을 맡긴 것이 “열두살 때였다”면서 기생 내력의 첫걸음을 슬며시 털어놨다. “우리 집이 워낙 없이 살았응께요. 오빠는 몸이 아파서 누워 있고…. 어렸을 때 친구들허고, 쩔렁쩔렁 쩔렁쩔렁 기생아가씨 나가신다, 그런 노래를 부르곤 했는디, 내가 기생이 될 거라고야 생각이나 했겄소? 그때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기생이 한 명 살았는디, 그 분이 가야금 병창두 잘 허고 인물도 아주 좋았지요. 그이가 권번에 내는 내 월사금을 다 대줬어요. 좋은 옷 입혀 준다는 말에 홀딱해서 따라나섰지. 우리 오빠가 나중에 그걸 알고서 난리가 났더랬지요.”

한동네에 살던 이의 이름은 김영주. 말하자면 어린 금도의 ‘기생 어머니’였다. 1939년 봄, 울며 버티던 금도는 ‘좋은 옷’으로 마음을 달래며 소화권번에 입적했다. 그렇게 기생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기생 시대’ 막판을 장식했던 스타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한국전쟁 후 ‘한량’은 사라지고 기생보다 여급을 원하는 술손님들이 점점 늘어나는 와중에도 ‘장금도’를 찾는 이들은 쉽게 줄지 않았다. 김제·만경에서 큰 잔치가 벌어지면 장금도는 어김없이 초청 1순위로 꼽혔다. 2박3일의 거나한 잔치판에서 임방울이 ‘쑥대머리’와 자작곡인 ‘추억’을 불렀고, 장금도는 민살풀이를 추고 승무도 췄다. 춤추는 짬짬이 소리도 했다. “일이 어찌나 많았는지, 춤을 추다가 코피를 흘린 적이 여러 번”이라는 것이 장금도는 회상이다.

‘민살풀이’는 수건 없이 추는 살풀이. 장금도는 “살풀이는 원래 수건 없이 추는 것”이라며 “난 수건 들고 못혀요. 그러면 춤이 방정맞아지니께”라고 했다. 16일 춤판의 제목은 ‘해어화 장금도’. 해어화(解語花)란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뜻으로, 당 현종이 양귀비를 그렇게 칭했다고 전해온다. 장금도의 민살풀이 외에 진유림의 승무, 유순자의 부포춤, 임이조의 한량무, 이명자의 태평무, 김운선의 도살풀이, 김운태의 채상소고무 등으로 꾸며진다. (02) 3216-1185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