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고착화된 시스템에 우리 문학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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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1.12 09:38:20
  • 조회: 11379
ㆍ첫 비평집 ‘가라타니 고진과… ’서 비판 칼날 조영일

“황석영 작가의 최근작들은 수준 미달인데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름값 덕에 무조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문학평론가 조영일씨(35·사진)가 최근 펴낸 첫 비평집 <가라타니 고진과 한국문학>(도서출판b)에서 작가 황석영씨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동안 인터넷 공간을 통해 발표해온 글들을 모은 이 책에는 우리 문학을 향한 쓴소리로 가득하다.

조씨는 2006년 <근대문학의 종언>을 비롯해 <세계 공화국으로>, <역사와 반복> 등 가라타니 고진(67)의 저서를 꾸준히 번역해 소개해온 ‘가라타니 전문가’다. 가라타니 고진은 2004년 겨울 ‘문학동네’에 게재된 자신의 강연문 <근대문학의 종언>을 통해 한국문학의 급격한 영향력 상실을 지적했고, ‘한국문학의 위기’ 논쟁을 불러일으킨 일본의 문학비평가. 조영일씨는 이번 비평집 제목에 가라타니의 이름을 빌렸지만, 자신의 잣대로 국내의 작가와 비평가를 포함해 한국문단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근대문학의 종언> 후 4년이 지났지만 이 시대의 한국문학은 문제를 해결했다기보다 단지 회피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가라타니 고진에 천착하는 이유도 한국에 가라타니 고진만한 비평가가 없기 때문이죠. 책 제목에 그의 이름을 내세운 것도 폐쇄적인 한국문단에 이질적 요소를 집어넣어 그것을 깨보자는 의도입니다.”

그는 우리 문학이 제도화되면서 스스로 그 안에 갇히고 말았다며 고착화된 문학 시스템을 우려했다. “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문학과사회’ 등 유력 문예지와 출판사 위주로 편성된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세대의 문화운동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저는 젊은 작가나 비평가들이 더 딱합니다. 새로운 문학을 말하면서 기존 시스템에 속할 생각만 하고 시스템 내부에 들어가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해요.”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쓰고 싶은 글을 써왔기 때문일까. 그는 문단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한국문학의 르네상스’를 말하는 작가 황석영씨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 ‘국민작가’라는 월계관 뒤에 숨어 입담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객지>, <한씨연대기> 등 초기 작품은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오랜 외국 생활 뒤에 쓴 <오래된 정원> 이후의 작품들은 솔직히 수준 미달인데, ‘황석영’이라는 이름의 후광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신작 <바리데기>가 작품으로선 실패인데, 문단의 찬사를 받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에겐 성역이 없다. 비평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에 대해서도 ‘비평의 노년’이라며 “한국문학의 위기에 대해 객관적 평가 없이 낙관론에 젖어 있다”고 비판했다.

“비평가 백낙청 선생은 문단의 어른이십니다. 어른이니까 자꾸 과거를 돌아보고 자기가 쌓아올린 것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현재를 바라보려 합니다. 일부 신세대 유명 작가들을 ‘한국문학의 보람’이라 칭하시는데, 보람은 어떤 일을 한 뒤에 회고를 하는 것이죠. 앞을 보지 않고 현실에 자족함이 안타깝습니다.”

그는 자정능력을 상실한 우리 문단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제시했다.
“최근 조경란씨 소설과 관련, 표절 의혹을 덮고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문단 내부의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발언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젊은 사람들이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새로운 문예지와 동인지의 등장이 필요해요. 그런데 젊은 작가들은 신춘문예 등단의 출세코스를 밟으려고만 하니….”

그는 동인지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운영 중인 인터넷 카페 ‘비평고원’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올해 말 무크지 형태로 낸다. “계속 인터넷 글쓰기를 통해 비평작업을 하겠습니다. 제 문제제기에 대해 문단이 귀 닫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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