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우주원리 찾으려 ‘별 세상’ 책, 읽고 또 읽었어요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1.07 08:47:22
  • 조회: 7815
ㆍ국제 천문올림피아드 나란히 금메달… 동북중 박우림·하림 쌍둥이 형제
일찍이 맹자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고 기르는 것(得天下英才而敎育之)”을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君子有三樂)”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맹자처럼 위대한 군자에게나 해당되는 일이겠다. 천하의 영재를 가르치고 기를 만한 깜냥이 없는 대부분의 보통사람들로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열렸던 제13회 국제 천문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로 지난해에 이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천문분야의 세계 청소년 과학영재 경연장인 이 대회의 15세 이하 주니어부에서는 쌍둥이 형제가 개인종합 1위와 금메달을 차지했다. 주인공인 박우림·하림 형제(서울 동북중 3년)를 그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만났다. 어머니인 이태련씨가 인터뷰의 도움말을 주기 위해 두 아들과 동행했고,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김성철 교감과 과학담당 이지수 선생님이 학교에 나와 취재편의를 도왔다. 학교 입구에는 우림이와 하림이의 올림피아드 입상을 축하하는 커다란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우림이와 하림이는 이란성 쌍둥이이며, 불과 1분 차이로 우림이가 형이 됐다.

전 세계 과학분야의 17세 이하 영재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세계 최고의 두뇌경연장인 국제과학올림피아드는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천문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저마다 시작연도가 다르고 개최장소도 다르다. 특히 천문올림피아드만 다른 올림피아드와는 달리 15세 이하의 주니어부가 있다. 올해 대회에는 19개국 198명이 참가했는데 통상 천문올림피아드에서는 이론, 관측, 실무 등 세 분야에 걸쳐 테스트를 실시한 뒤 가장 낮은 성적을 거둔 이들에게 ‘참가상’을 준다. 이어 동, 은, 금의 순서로 시상식을 하는데 금메달에 해당하는 1등상(first prize)은 7~8명이 받는다. 금메달리스트 가운데 세 분야에 걸쳐 모두 탁월한 성적을 거둬 종합 1위가 되면 ‘best result’라는 상을 받는데 동생인 하림이는 금메달을 받았고, 형인 우림이는 금메달과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해 ‘2관왕’이 됐다. 우리나라는 고등부 4명, 중등부 3명이 참가했다.

우림이는 “금메달도 대단한 성적이었는데 예상치도 않았던 개인종합 1위로 뽑혀 어안이 벙벙하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하림이는 “고등학교 형들까지 모두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서 우리나라가 지난해에 이어 국가별 종합 1위를 한 것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씨는 “아이들이 이탈리아에 있는 동안 단 한번도 전화도 하지 않아 답답했지만 수상 소식을 전해듣고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성철 교감과 이지수 선생님도 “우림이 하림이는 국제올림피아드에 앞서 국내에서 열린 한국 수학·물리·화학·천문 올림피아드에서도 금상과 은상을 휩쓸었다”며 “아이들이 우리 학교의 명예를 전 세계에 떨쳤다”고 대견해했다.

우림이와 하림이가 올림피아드에서 푼 문제는 어떤 것들이었을까. 천문학이라고 하면 고작 행성의 이름이나, 밤하늘 별자리에 얽힌 신화 정도를 떠올리는 생활인들에게 나이어린 과학 영재들의 두뇌를 시험했던 문제의 내용이 궁금했다. 쌍둥이가 보충설명을 해도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귀동냥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이론시험의 문제는 이런 것들이었다. “지구 적도상에 산호섬이 있다. 이 섬의 제일 높은 지점에서 볼 때, 북극성이 주극성으로 보인다. 대기감쇠(大氣減衰) 효과는 무시해도 되지만 다른 효과는 고려해야 한다. 이 산호섬의 고도를 계산하시오.” 이런 문제도 있었다. “지구에서 볼 때 화성이 대충(大衝·great opposition)에 있게 되면, 겉보기 등급이 -2.9m까지 밝게 볼 수 있게 된다. (2003년 8월27일에 실제로 그랬음) 하지만 다른 행성에서 보면, 금성도 대충의 위치에 올 수 있다. 어떤 행성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들 행성에 대해 금성이 대충에 있을 때 금성의 겉보기 등급을 계산하시오.” ‘대충’은 행성 따위가 지구에 대해 태양과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것을 뜻하는 천문학 용어라고 한다. 또 관측시험은 은하의 사진을 여러장 놓고 관측 방식에 따라 은하형태를 측정하는 것이었고, 실무시험은 관측의 실제적 업무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과학에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하려면 최소한 2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림이와 하림이의 경우도 지난해 1월 올림피아드 참가를 결정한 뒤 5월에 국내 수학·물리·화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입상했다. 이어 가을에 인터넷교육을 받았고, 충북대에서 열린 겨울학교에도 참가했다. 올해 3월에는 국가대표선발 최종시험을 치러 4월30일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경기 양주 송암천문대에서 있었던 여름학교를 마친 쌍둥이 형제는 서울대에서 3주 동안 최종교육을 받은 뒤 이탈리아로 출발했다고 한다. 우림이와 하림이는 “이 같은 과정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쌍둥이는 2년 가까이 쉴 틈 없이 이어졌던 집 밖에서의 준비과정 외에 집에 있을 때도 틈틈이 올림피아드 시험에 대비했다. 마이클 자일러가 지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서론> 등의 이론서와 별자리 지도책에 해당하는 <성도(星圖)>를 몇번씩 숙독하면서 이해를 넓혀나갔다. 또 올림피아드 참가 학생들을 위한 학원에도 틈틈이 나가면서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했다.

우림이와 하림이가 지금의 성취에 이른 것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부모, 특히 어머니가 그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키워준 덕도 크다. 아이들이 4살 때 레고에서 ‘사자성’이라는 제품이 나왔는데 그것을 사달라고 어머니를 졸라댔다. 그 당시 어머니는 아이들이 그것을 다 맞출 수 있는 끈기나 사고력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두 말 없이 사서 자신이 먼저 레고를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여기는 왜 안되지?” 또는 “긴 것 세 개짜리 다섯 개만 찾아줘” 등으로 아이들의 도움을 요청하면서 함께 작업을 한 끝에 5시간 만에 끝냈다. 어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레고나 퍼즐은 물론 종이접기, 가위로 종이 오리기, 밀가루·찰흙놀이, 숫자카드 놀이를 했으며, 여행과 박물관 구경 등을 통해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유지하도록 했다.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자신이 먼저 보면서 “야, 이 책에 이렇게 재미있는 얘기가 있네”라고 말을 걸며 아이들이 흥미를 갖도록 이끌었다. 수학책과 과학책도 이 같은 ‘솔선수범을 통한 동참 유도’ 방식으로 읽혔으며, 아이들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늘어갔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부모가 하는 것을 따라한다’는 유아교육서의 지침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어머니는 아이들이 수학이나 과학 등에만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자를 비롯한 인문소양을 길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쌍둥이는 성균관에서 주최하는 한자경시대회에 참가해 나란히 초등 저학년부(1~3년) 은상을 받기도 했다.

1분 간격으로 태어난 쌍둥이지만 우림이와 하림이는 성격이나 스타일 등에서 다른 점도 있다. 형 우림이는 조심성이 많고 신중해서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데 약간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반면 동생 하림이는 형에 비해 끈기와 집착력이 있고, 승부욕이 강하다. 쌍둥이가 처음 두 발 자전거를 배울 때 우림이는 조심조심 조금씩 몰고 다니면서 1주일 만에 끝냈는데, 하림이는 수십번 넘어져 무릎과 팔꿈치가 까지면서도 그만두지 않은 끝에 하루 만에 해치웠다고 한다.

관심분야가 비슷하고, 성취동기도 높기 때문에 쌍둥이들은 서로간에 미묘한 경쟁의식도 느낀다고 한다. 우림이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공부를 할 때, 또는 올림피아드 준비를 할 때 서로 ‘어느 어느 분야는 끝냈어?’ 등으로 탐지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림이는 “서로 방심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사이가 나빠지거나 얼굴을 붉힌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농구를 좋아하는 쌍둥이는 이번 이탈리아 올림피아드에서 두뇌가 아닌 ‘육체를 통한 국위 선양’을 하기도 했다. 대회기간 도중 한국대표팀은 스웨덴·체코 연합팀, 인도·태국 연합팀 및 루마니아팀과 3번의 친선경기를 치렀는데 3전전승을 기록했다. 특히 루마니아와의 대결에서는 모두 8골이 터졌는데 이 가운데 5골은 하림이가 넣었고, 그때마다 어시스트는 우림이가 했다. 하림이는 “우림이는 3경기 내내 한 골도 못 넣었다”며 은근히 형을 놀렸고, 우림이는 “골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시스트도 그 못지 않다”고 반박했다.

형 우림이가 존경하는 과학자는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모델로 잘 알려진 핵물리학자 고 이휘소 박사이다. 우림이는 “이휘소 박사가 한국인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생 하림이는 “다소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아이작 뉴턴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만유인력의 법칙과 운동의 세 가지 법칙을 발견했으며, 미적분을 개발했고, 빛이 입자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등 뉴턴이 과학사에 남긴 업적은 하나같이 위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림이는 “뉴턴이 분광학을 연구하다가 회중시계를 달걀로 알고 끓는 물에 집어넣었다는데 어떤 일에 몰두하면 다른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내 스타일과 닮았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