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열정적인 광대·수도자 같은 광대 “3년전에 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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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1.06 09: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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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민들레 바람 되어’ 주연 조재현·연출 김낙형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났다.
배우 조재현(43)과 연출가 김낙형(38). 대학로에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연극열전2’ 시리즈의 마지막 작 <민들레 바람 되어>를 통해서다. 조재현은 “대중성 강한 연극으로 대학로에 생기를 불어넣겠다”며 ‘연극열전2’의 프로듀서로 뛰어든 주인공. 반면 김낙형은 대중의 시선에서 조금 비켜선 듯 “수도자적 광대가 되고 싶다”며 대학로 한편에서 뜨문뜨문 소리없이 작품해 온 연출가 겸 극작가다. 조재현은 “연극열전과 김낙형 연출은 사실 맞지 않는다”며 “그래서 더 의미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7여년 전이다. 1990년대 초반 조재현이 극단을 만들어 활동할 당시 세종대 극회에서 활동하던 김낙형이 아르바이트 삼아 조연출 겸 스태프로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그후 10여년 가까이 서로 소식 없이 지냈어요. 그런데 2005년 연말 ‘오랜만에 대학로에 좋은 작품이 있으니 가서 보라’고 추천받은 연극이 있었죠. 진정성을 갖춘 몇 안되는 연출가 중 한 명의 작품이라고. 성매매 특별법 시행 후 직업여성들의 삶을 다룬 <지상의 모든 밤들>이란 작품이었죠. 내가 아는 김낙형이라고 확인하는 순간, 무대만 바라봐도 기쁘고 가슴이 설레더군요.”(조재현)

코믹·멜로풍의 연극들이 쏟아지는 연말, 아랑곳하지 않고 지독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외된 사람들의 얘기를 풀어간 무대였다. 두 사람은 이때 꼭 한번 같이 작품을 하자고 묵언의 약속을 했다. <민들레 바람 되어>는 두 사람의 재회를 뜻깊게 하는 작품이다. 신인작가 박춘근의 창작 초연으로 그동안 스타·화제성 마케팅이 두드러졌던 ‘연극열전2’의 앞으로의 과제를 확인하는 동시에 가능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등장 인물이나 사건, 연극적 장치가 없어요. 그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죠. 은행원인 평범한 한 남자(조재현 역)의 20대부터 장년기까지가 담겨요. 아내를 잃은 남자가 죽은 아내와 독백하듯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를 지켜보는 노부부가 등장하죠. 사람간의 관계와 상처·이해·화해가 그려져 인생을 보듬는 연극 같아요. 연출보다 배우들이 너무 열성이어서 부담됩니다.”(김낙형)

조재현을 비롯해 이지하·이한위·황영희 등이 출연한다. 조재현이 스스로 “이처럼 열심히 해보기는 처음”이라고 고백할 정도다. <경숙이, 경숙아버지>에 출연하며 대학로에 매진행렬을 불러일으킨 조재현이 2년 만에 다시 서는 무대인데다가 ‘연극열전2’의 대미라는 의미까지 겹쳤다.
조재현은 11월7일 시작해 내년 1월11일까지 공연되는 <민들레 바람 되어>를 포함해 ‘연극열전2’의 10개 작품의 총관객수로 22만~23만명을 예상했다. 180~200석에 불과한 소극장 공연들로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새벽 2~3시에도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일을 독촉해 원성을 샀을 정도로 발벗고 나섰다.

“그동안 대학로에서 독식하는 것 아니냐, 양극화를 낳았다 등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내년 말 시작할 ‘연극열전3’를 통해 한단계씩 연극의 다양한 지점에 도달할 생각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아요. 그냥 배우로 출연만 하면 몰라도 좋은 일이나 고민까지 껴안았고 욕도 먹었으니까요. 지금은 대학로 반응도 달라졌고 무엇보다 ‘연극열전2’를 통해 처음 연극을 접하게 됐다는 관객들이 늘어나 보람있습니다.”(조재현)

김낙형은 <민들레 바람 되어> 이후에도 좀더 관객과 가까워질 수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는 변함없어요. 창작과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하면서 보러 즐기러 오는 관객들과도 만나고 싶어요.” 소통의 방식에서 한 가지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렸다. 민들레 홀씨가 이듬해 새 봄을 가져오듯, 두 사람의 만남이 대학로의 봄날에 작은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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