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백건우, 현대음악의 성자 메시앙을 회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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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31 09: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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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내달 30일 탄생 100주년 기념 연주회
지난 18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전화를 받은 피아니스트 백건우씨(62)는 “음악은 강렬하지만 인품은 한없이 겸손했던 사람”이라고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을 회상했다.

‘생 트리니테’는 파리 오페라거리 북쪽에 있는 140년이 넘은 성당. 1992년 타계 이후 ‘현대음악의 성자(聖者)’로까지 불리고 있는 메시앙은 1931년부터 이 성당의 오르간을 연주했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 포로로 잡혀 있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거의 매주 연주대로 가는 계단을 오르내렸다. 백씨는 “그날 나도 메시앙 선생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지만, 미사에 온 동네 아주머니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메시앙이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해. 그의 음악에 유독 애착을 갖고 있는 백씨가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개의 시선’을 한국에서 연주한다. 다음달 30일, 예술의 전당. 96년 명동성당에서 한국 초연했던 이후 12년 만이다. 백씨는 메시앙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영상’을 또 한 편 소개했다.

“돌아가시기 3년 전쯤에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시 낭송회가 있었어요. 메시앙 선생이 마지막에 무대에 올라 시를 낭송했어요. 그분의 어머니가 시인이었잖습니까? 여든살 넘은 노작곡가가 목이 메어 자기 어머니 시를 읽어 내려가던 모습도 잊을 수 없지요. 하지만 저한테는 트리니테 성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고 내려왔을 때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음악이 강렬했으니까요.”

백씨가 메시앙의 음악, 특히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개의 시선’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80년대 중반부터다. 이것은 당시 백씨의 종교적 선택과도 무관치 않다.
“어렸을 때 종교는 기독교였는데, 솔직히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15살 때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서, 청년시절에는 오히려 불교의 매력에 빠져들었죠. 그러다가 유럽으로 건너오면서 가톨릭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15년 전에 정식으로 신자가 됐습니다. 우리 진희 엄마가 오래 전부터 독실한 신자였던 영향이 컸지요. 또 유럽에는 성당이 아주 많잖아요. 장인·장모가 프랑스에 오시면 여러 성당에 안내해 드리곤 했어요.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터키까지 함께 다녀왔지요.”

백씨는 아내 윤정희씨를 ‘진희 엄마’로 호칭했다. 딸의 이름이 ‘진희’다. 프랑스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유럽 문화의 골간을 이루는 가톨릭에 점점 빠져들었다는 뜻. 아울러 그는 리스트, 부조니, 메시앙 등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들은 대개 복합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메시앙 선생은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서양뿐 아니라 동양을 끊임없이 이해하려고 했던 작곡가였지요.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 여러 나라 음악에 관심을 가졌던 분이죠. 거기에 자연과 종교(가톨릭)까지 포괄하는, 굉장히 ‘그릇’이 큰 작곡가입니다. 동시에 그는 교육자로서 슈토크하우젠, 크세나키스, 불레즈 같은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냈지요. 그분의 음악에 담긴 ‘힘’은 거대합니다. 저는 그 힘이 ‘진정성이 깃든 신앙’에서 온 것이라고 믿어요. 신을 제대로 믿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 않습니까?”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연주회를 마치고 어제 막 돌아왔다”는 백씨는, “그곳에서도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개의 시선’을 연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30일 한국 연주를 끝낸 직후, 이탈리아 로마와 스위스 제네바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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