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장사익 “요즘 유행가는 인생 희로애락이 부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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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29 09: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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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59)의 노래에는 유독 ‘죽음’에 관한 것이 많다. 1집의 <하늘 가는 길>을 비롯해 <허허바다> <낙화> <황혼길> <무덤> <아버지> 등 그에게 죽음은 삶의 또다른 이름이다. 죽음에 대한 그의 관조적인 관점은 이달 말 선보이는 6집 <꽃구경>에서도 이어진다. 그의 자택에서 바라본 인왕산의 가을빛이 처연한 이 계절 웬 ‘꽃구경’인가 싶어 뜨악했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세상이 온통 꽃핀 봄날/어머니는 좋아라고/아들등에 업혔네”

“김형영의 시 <꽃구경>을 가사로 쓴 노래예요. 아들이 어머니를 업고 산으로 꽃구경 가는데 어머니가 솔잎을 따서 길에 뿌려요. 아들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어머니는 아들 혼자 돌아갈 일이 걱정이라며 길 잃을까봐 그랬다는 겁니다. 여기서 꽃구경은 꽃상여이기도 해요. 일종의 장송곡이랄까. 어릴 때 우리는 부모님께 ‘출세하면 호강 한번 시켜드릴게요’라고 호언하지만 잘 실천하지는 못하잖아요. 자연이 인간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열매를 주고 떠나듯 우리 부모들도 똑같습니다.”

충남 광천의 시골마을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부터 상여 소리에 익숙했다고 했다. 정규 음악수업 한번 받지 못한 장사익은 카센터·보험회사·전자회사 등 많은 생업을 전전했고, 국악판에서 이름을 날리다 마흔다섯에야 가수로서 늦깎이 신고식을 치렀다. 굴곡 많은 인생은 그의 음악적 자양분이다.

“요즘 유행가들은 유희만 있지, 인생의 희로애락이 부족합니다. 전 더 살았고 늦게 노래를 해서 인생의 구석구석을 좀 알아요. 내년이 환갑이라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김용택의 시로 만든 <이게 아닌데>에서도 그는 “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그러는 동안 봄이 가면 꽃이 집니다/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라고 내뱉는다. 이밖에 천상병의 시를 가사로 한 <귀천>, 김원석 시를 이용한 <바보천사> 등 그의 새 노래에는 주옥같은 시어가 두드러진다.

“직접 가사를 쓴 적이 있지만 내 맘에 맞는 시를 찾아 내것화하는 작업도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대신 제 인생관과 다르면 유명한 시라도 쓰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신문·잡지 등을 보며 좋은 시를 찾는 작업이 제 일의 90%가 됐죠.”

그는 신작 앨범이 나오자마자 전국 순회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2년 만에 하는 정기공연 <꽃구경>은 오는 11월8~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부산·대구·대전·광주 등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1·2·3부로 주제를 나눠 관객들과 더욱 깊은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다. 그는 1부에서 죽음에 관한 자신의 대표곡들을 노래하며, 2부에서는 <찔레꽃> <국밥집에서> <자동차> <삼식이> 등 삶에 대한 노래들을 들려준다. 마지막 3부에는 <돌아가는 삼각지> <눈동자> <진정 난 몰랐네> 등 유행가와 유명 팝송을 열창하며 꿈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장사익은 일주일에 2~3번, 해외 공연까지 합치면 1년에 130회 이상 공연한다. 국악도 대중가요도 아닌, 그 어떤 정형성도 갖고 있지 않은 그의 노래를 들으며 사람들은 울고 웃는다.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 속 한 구석이 뚫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 ‘밥과 김치’ 같은 노래라고 평한다. 이에 대해 장사익은 자신의 삶 역시 달라졌다며 허허 웃는다.

“과거 제 사진을 보면 표정이 딱딱했는데 노래를 시작한 후 전 항상 웃고 있는 얼굴이에요.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는다지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성을 다해 힘껏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새 제 가슴도 뚫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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