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佛철학자 자크 랑시에르 저서 잇단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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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27 09: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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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古稀)를 눈 앞에 둔 프랑스 철학자의 저서가 국내에 잇따라 소개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말 첫선을 보인 후 출간됐거나 출간을 준비 중인 저서가 10권이 넘는다.

주인공은 자크 랑시에르 파리 8대학 명예교수(68). 지난해 12월 <민주주의에 대한 증오>(인간사랑)로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 이름을 알렸고 지난 2월 <감성의 분할>(도서출판b)이 나왔다. 최근에는 대표작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가 도서출판 길에서 출간되면서 그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접할 수 있다. 또다른 대표작 <불화>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올 예정. 다음달에는 궁리출판사가 <무지한 스승>을, 울력출판사가 <역사의 이름들>을 출간한다. 저작권 계약을 맺은 저서까지 합하면 10권. 한 철학자의 저서들이 1·2년 사이에 한꺼번에 출간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홀대’받던 랑시에르가 왜 이제야 떠오르고 있는가. ‘무소속’이 그 이유다. 랑시에르는 알튀세르, 에티엔 발리바르 등과 함께 <‘자본’을 읽자>(1965)의 공저자였지만 68혁명을 경험한 후 독자적인 이론을 펼쳐나갔다. 알튀세르주의자들의 ‘앎과 대중의 분리’ 등에 반대하며 74년 <알튀세르로부터의 교훈>을 출간했다. 아울러 ‘차이의 철학’으로 불리는 질 들뢰즈, 자크 데리다 등 포스트구조주의 사상에 대해서도 “변혁보다 해석의 문제에 집착한다”며 거리를 뒀다. 이처럼 어떤 학파에도 소속되지 않아 국내에 많은 프랑스 철학자들이 활발하게 소개됐지만 유독 랑시에르만 소개되지 않았다.

랑시에르는 현재 알랭 바디우, 발리바르 등과 함께 데리다 이후 프랑스 사상계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 철학자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예술과 정치의 접속’을 다룬 그의 최근 미학 작업들이 영미권에 소개되면서 국내 지성계의 관심을 끌었고, 그의 정치철학까지 관심권에 들어왔다. 프랑스 철학을 전공한 젊은 소장학자들이 국내로 복귀하고 있는 것도 ‘랑시에르 현상’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서출판 난장 이재원 편집장은 “데리다 이후 색다른 사유를 보여주는 거장이 없는 ‘백가쟁명의 시대’에 기존 전통을 이으면서도 새로운 사유를 보여주는 인물로 랑시에르가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반성도 랑시에르의 사상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랑시에르는 민주주의나 평등 등 현대 사회가 선전하는 가치들이 사회의 일부 구성원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해가 상충하는 개인 또는 집단 사이에서 조정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고 한다. 기존 사회질서 유지를 목표로 하는 ‘치안’일 뿐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정치란 ‘배제된 자들의 주체화’, 또는 ‘몫 없는 자들의 탈정체화’에 있다. 그것은 지배적 질서 속에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존재들이 스스로 드러내는 과정이다. 옮긴이(양창렬 파리 1대학 박사 과정)가 예로 들고 있듯이 전태일과 그의 동료 노동자들의 행위는 사업주나 치안 논리가 보기에는 주제 넘을지 모르지만 그들 스스로는 자신들의 신분이나 처지의 한계를 넘어 말과 행동을 통해 ‘정치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랑시에르는 또한 정치 혁명은 지각의 틀을 다시 짜는 ‘감성적 혁명’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력 장악이 주체를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길 이승우 기획실장은 “랑시에르의 사유가 우리 사회에 갖는 함의는 이주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 우리 사회에서 새롭게 문제화되고 있는 ‘배제된 자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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