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태크/금융] 금융위기가 ‘공연의 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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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27 09: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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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고환율·경기침체·세금에 공연계 ‘3중고’

공연계가 ‘3중고’로 괴롭다. 경기침체로
문화생활이 위축된 가운데 고환율까지 겹쳐
허리가 휘는 상황이다.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은 치솟은 환율만큼 개런티 증가로
고스란히 직결된다. 게다가 올해부터 내한공연 아티스트에게 국세청이 개런티 대비 22%의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있다. 이 세금까지
고스란히 기획사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베를린 필 개런티 부담 크게 늘어
내년 공연 못잡고 아예 손 놓은곳도

다음달 20~21일 공연 예정인 베를린필하모닉의 경우 환율 상승으로 인한 손실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공연을 주최하는 금호문화재단의 박선희 음악사업팀장은 “계약을 협의하던 3년 전에는 유로화 환율이 1260원이었는데 지금은 1800원대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개런티는 계약 당시 환율이 아니라, 연주회 시점의 환율로 지급하는 것이 상례다. 그러다보니 “베를린필과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개런티가 워낙 비싼 데다 환율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이번 연주회로 이득을 남기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베를린필의 공연은 3년 전에도 45만원(VIP석)의 고가 입장료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일 폐막을 앞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환율 상승과 유가할증료 등으로 전체 예산의 19.4%가 초과한 상태다. 개런티만 1억원이 늘어나 마케팅·홍보비를 줄였다. 예술제 사무국은 지난 11일 공연이 끝난 ‘오셀로’ 해외공연팀에 개런티 지급을 미루고 있다. 널뛰기 식으로 하루 변동폭이 크다보니 조금이라도 환율이 떨어진 날에 지급할 요량이다.

김철리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감독은 “올해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러시아팀 등도 유로화 결제를 원해 힘들었다”며 “내년 예술제 준비를 위해 공연 가격을 알아보고 있는데 고환율이 지속되면 규모가 큰 초청작을 아예 포기하거나 작품 수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당 300원의 환율 차이가 나면 개런티는 어떻게 달라질까. 잠실 올림픽홀 정도의 규모에서 공연하는 팝 아티스트의 경우 개런티는 보통 10만달러 정도다.

10만달러에 300원의 환율 차이가 날 경우 개런티 3000만원이 증가하는 셈이다. 이만큼 티켓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8만8000원짜리 티켓 340장을 더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다음달 15일 빌리 조엘의 공연을 앞둔 기획사 B4H엔터테인먼트 윤수인 팀장은 “몇 달 전부터 환율이 심상치 않았는데 다행히 관례보다 일찍 개런티를 지급해 추가 손실을 줄였다”며 “하지만 불황으로 문화생활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환율도 예측 불가능해 내년 공연은 추진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환율 상승 여파 속에서 연주자 개런티에 부과되는 22%의 세금도 국내 기획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금호문화재단 박 팀장은 “연주자들은 개런티를 실수령액으로 계약하길 원하고, 우리나라는 십수년 전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관례화됐다”면서 “환율 상승으로 개런티가 오르면 원천징수 세금도 동반 상승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몇달 전 해외 유명 어린이극 내한공연을 마친 기획사의 관계자는 “해외공연팀에 얘기도 못하고 22%의 세금을 고스란히 기획사가 부담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오른 환율이나 세금을 관객 부담으로 돌릴 수도 없다. 관객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휘자 정명훈씨의 국내 소속사인 CMI의 여지희 실장은 “관객이 기대하는 ‘적정 가격’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넘어서면 공연장을 찾는 발길이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연기획사들의 폐업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연계 관계자는 “불황과 환율 상승 여파로 직원 수를 줄여서라도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연기획사 간의 공동작업, 합병 등 방안을 모색하면서 위기를 넘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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