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메이드 인 차이나’ 싼 가격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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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22 10: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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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프라이스
알렉산드라 하니 | 황소자리

‘메이드 인 차이나’의 위력이 엄청나다. 중국산 상품은 전 세계 모든 가정을 지배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라는 책까지 나왔을까. 그러나 요즘처럼 ‘메이드 인 차이나’의 광범위한 위력이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때가 없다. 중국산 ‘멜라민 식품’이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때문이다.

사실 ‘멜라민 파동’이 첫 경보음은 아니었다. 2007년초 미국에서 잇달아 발생한 애완동물의 죽음은 화학 멜라민이 첨가된 중국산 밀단백으로 만든 사료가 원인이었다. 그해 여름 파나마에서 100여명이 갑자기 사망한 것도 중국이 유독성 화학물질을 감기약에 들어가는 글리세린으로 속여 팔았기 때문이다. 중국산 치약, 타이어, 장난감에서 납 같은 유독 성분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이 환경 오염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파이낸셜 타임스 중국 특파원 등 15년 넘게 동아시아를 취재해온 저자는 말한다. 중국 상품의 값싼 가격, 이른바 ‘차이나 프라이스(China price·중국 가격)’가 핵심이다. ‘차이나 프라이스’는 중국이 경제대국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지만 중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희생을 담보로 했다. 책이 밝히고자 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중국 제품이 가지고 있는 싼 가격의 이점이 사실 얼마나 커다란 비용을 초래하는지 짚어본 것이다.

저자는 3년 넘게 광저우·선전 등 해안 공업도시는 물론 내륙의 시골까지 깊숙이 들어가 전 세계를 장악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어두운 이면을 들추어냈다. 책에는 노동착취가 일상인 납품공장과 불법 광산, 노동자들이 빽빽이 들어찬 기숙사, 환경오염으로 쑥대밭이 된 마을, 산재 소송이 벌어지는 법정, 부패한 공무원의 뇌물 수수 현장 등 은폐되어 있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발로 취재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중국 경제발전의 명암을 가감없이 드러낸 탓에 중국 본토에서 판금 조치를 당한 책이다.

저자는 중국이 “법을 제대로 지키는 기업이 손해를 보는 특이한 경쟁사회”라고 지적한다. 중국 당국이 ‘차이나 프라이스’의 효과를 최대한 살린 경제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하면서 법치를 뒷전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그림자 공장’이다. 중국에는 검사관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델공장’과 함께 등록되지 않은 ‘그림자 공장’이 존재한다.

그곳에는 안전설비나 의료보험이 없고 노동자들은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일한다. 다국적 기업이 제시한 기준에 맞도록 근무시간표나 임금지급문서를 위조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제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 수 없다. 원료나 부품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심지어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이 첨가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저자는 노동환경 개선과 가격인하를 동시에 요구하는 서구 기업들의 횡포에도 비판의 화살을 돌린다. 법을 집행하려는 당국의 의지 부족도 거듭 거론된다. 법 집행의 강제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는 중앙정부에서 경제성장을 매우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고 이게 유일한 게임의 규칙”이 됐다. 문제는 그 대가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직업병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해마다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중국 전역에 있는 ‘암 마을’을 사례로 든다.

남자들이 유독한 물질을 다루는 일을 하던 끝에 사망한 이런 마을에서 여자들은 사지 기형 등 장애를 가진 아기들을 낳았다. 유엔환경계획이 1998년 전 세계에서 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로 지목한 탄광도시 타위위안도 살펴본다. 심각한 환경 파괴는 2000만~3000만명의 ‘환경 난민’을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차이나 프라이스’의 미래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상승하는 임금과 원자재 가격, 더욱 커지는 노동조합의 압력, 더욱 높아지는 소송 위험, 줄어드는 노동자, 품질과 안전에 시비를 거는 외부 압력, 그리고 줄어드는 수익률” 등의 요소들은 지난 30년 동안 중국이 누려온 유리한 위치를 잠식시키고 있다.

이미 일부 바이어들은 발길을 베트남, 인도 등으로 돌리고 있다. 중국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느슨한 법 집행, 넘쳐나는 미숙련 노동력, 단기적 경영 등 유리하게 작용했던 요소들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때문에 책은 ‘믿을 수 있고 예측가능한 법 체계’를 수 차례 강조한다. 곡물보다 값이 더 비싼 표고버섯을 수출하려고 해도 “이 표고버섯에 유독한 물질이 전혀 없다는 보증 없이는 아무도 10달러를 지불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식품 안전기준 등 세계 시장이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고, 가파른 경제성장에 걸맞은 기업윤리와 중앙정부의 법 집행 능력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 소비자들은 중국 제품을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의 날카로운 펜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과 다국적 기업을 넘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우리가 30달러짜리 DVD 플레이어와 3달러짜리 티셔츠를 원하는 한 중국의 보석공장에는 여전히 먼지가 가득 차 있을 것이고 불법탄광은 계속 생겨날 것이고 열여섯살도 되지 않은 어린 노동자가 자정이 넘도록 공장에서 일할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중국 가격의 당사자들이다.” 책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위로 “질문을 던지는 것”을 요구하는 이유다. 이경식 옮김.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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