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30년만에 그 ‘실’이 완성된다잊지 않는 일은 뜻 깊고 위안이 되지만 그만큼 힘겹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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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22 10: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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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째다. 극작가 겸 연출가로 치열한 삶을 살다간 한 사람을 기억하는 연극인들이 있다. 극단 김상열연극사랑. 오는 29일에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김상열 작·연출이었던 연극 <길>을 다시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해마다 김상열의 작품을 공연할 작정으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공연은 건너뛰었다. 연극 역시 열정만으로 채울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상열연극사랑의 사무실과 연습실은 서울 혜화동의 ‘오프 대학로’ 격인 주택가에 자리해 있었다. 옥상에 김상열기념관도 있다. 옥상에 토마토와 고추 화분이 함께 놓여 있어 옥탑방 같은 분위기가 났다. 대학로가 내려다보이는 이 옥상에서 <길> 연습에 한창인 사람들을 만났다. 한보경 대표(50)는 김상열의 아내이자 연극배우로 김상열연극사랑을 이끌고 있다. 연출가 장승세(43)는 김상열의 <등신과 머저리> <배비장전> <원효로 1가 19번지> 등에 이어 <길> 연출을 맡았다. 배우 박정순(55)은 변변한 출연료 없이 참여하고 있는 김상열연극사랑의 10여명 단원 중 한 사람이다.

김상열은 연극만이 아니라 TV 드라마 <수사반장>의 첫 방송부터 100회까지의 극본을 썼던 작가다. 또 다큐작가로 활동해 <애니깽>이란 말을 만들며 멕시코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다큐는 물론 영화와 드라마, 연극까지 나오게 한 주인공이다. 악극 ‘번지없는 주막’ 등을 맨처음 무대공연으로 만들었다. 현대극장 상임연출과 마당세실극장 대표 등을 맡았고 88년 그가 만든 극단 신시는 창단작으로 <애니깽>을 올렸다. 98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강한 사회성을 지니면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담은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타계 10주년 기념작 <길>은 77년 도의문화저작상 수상작으로 30여년 만에 원작 그대로 공연된다. <길>은 계유정란(단종 원년)부터 수양대군이 세조로 즉위하기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뛰어난 문학성을 평가받았음에도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원작이 수정되거나 삭제된 채 공연됐다.

“정권에 신경쓰지 않고 글을 쓰다보니 많이 부딪쳤던 것 같아요. 81년 공연한 <에비타>도 체 게바라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첫날 공연을 올리고 순탄치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옳고 그른 것에 대해 엄격했던 분이셨죠. 창작뮤지컬에도 염려와 회의가 많아서 그 전 단계쯤인 악극 형식의 공연을 만들었어요.”(아내 한보경)

극단 김상열연극사랑은 66년 공연된 <성야>를 비롯해 김상열 작·연출을 거쳐 공연된 작품(현재 172편)을 찾아내고, 올해 <김상열 희곡집 11권>을 발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매년 연극인들에게 김상열연극상과 장학금도 수여한다.

“85년 마당세실극장에 배우 연구생으로 들어가면서 선생님과 인연을 맺었어요. 거짓말(가짜)로 연기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셨죠. 거짓없이 순수해야 관객에게 진실을 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어요. 연출적으로는 관객이 등장인물에 동화되기보다는 극을 들여다보면서 비판자적 입장을 갖게 하셨는데 <언챙이 곡마단>이 대표적이죠. 이번 <길>에서도 그런 기법을 살려보려고 합니다.”(연출가 장승세)

<길>에는 극단 신시 시절에 활동했던 배우들이 주로 나온다. 이들은 1년에 한 번 기념공연을 위해 모인다. 신현종·최홍일·이지수·김소희·김광식·이정오(타악) 등이 나올 예정이다. 연극평론가 구히서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김상열 연출가와 작업할 때면 ‘오늘은 누가 지뢰 밟았어?’가 배우들끼리 하루의 안부를 묻는 말이었죠. 연극에 관한 한 관대하지 않았어요. 칼날 같았죠. 하지만 연극을 만들면서 몰래 우는 모습도 저는 많이 봤습니다. 마당세실극장 시절, 궂은 날에는 바지주머니에 1만원을 마련해뒀다가 배우들을 데리고 선술집에 가기도 했죠. 각박하지만 따뜻한 세상 얘기, 힘있는 사람들의 횡포…. 참 달변이었어요. 두런두런 나눴던 이야기들이 어느새 작품으로 둔갑해 나오기도 했죠.”(배우 박정순)

초등학교 6학년 때에야 액자용 가족사진을 처음 찍었다는 김상열의 딸 태나(서경대 연극영화과 3년)는 이제 어엿한 배우지망생이 됐다. 김상열이 ‘저마다의 길에 대해 묻고 생각하길 바랐던’ 작품 <길>은 11월2일까지 공연된다. (02)74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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