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대안적인 삶’ 인생 2막을 분양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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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20 0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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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대안학교 - 생태마을 조성기업 에듀코빌리지

문을 열자 인디밴드 ‘윈디시티’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사무실 주인은 공정무역을 통해 건너온 네팔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한 잔 내민다. 지난달 26일 찾아간 경북 영주의 생태마을·대안학교 조성기업, ‘에듀코빌리지’의 사무실이다. ‘대안학교를 품은 생태마을’을 만들어 파는 소기업인 에듀코빌리지는 간디학교 학부모 동기인 조태영씨(51)와 강철영씨(50)가 설립했다. 건축가인 조씨는 설계사무소, 강씨는 작은 건설사를 운영하고 있다가 2002년 학부모 모임에서 만났다. 대안적 삶과 교육, 그리고 건축이라는 공통 관심사 덕에 죽이 잘 맞았던 그들이 사업 아이템으로 ‘생태마을’을 생각해냈다.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2004년 이들이 조성하기 시작한 경남 산청의 둔철마을, 갈전마을 입주 신청자는 날로 늘었다. 강씨와 조씨는 이후 본격적으로 ‘대안적 삶을 위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더 이상 돈의 노예가 되어 영혼을 팔고 싶지 않았다”고 했던 그들에게 제2의 인생이 열린 셈이었다. 2년이 지난 후 이 사업을 이어나갈 세 명의 젊은 사원, 이들 말로 ‘제자들’을 뽑아 이제는 식구가 다섯이 됐다. 요즘은 경북 영주에서 영주생태교육마을을 만들고 있다.

그들이 만든 집과 마을에는 각종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에듀코빌리지 표’ 집에서만 볼 수 있는 ‘생태 화장실’이 대표적이다. 뚜껑과 좌석은 수세식 변기와 같지만 안쪽에는 그저 용변통만 놓여 있다. 대변을 본 사람은 물을 내리는 대신 부엽토(낙엽이 썩어 만들어진 흙)를 대변 위에 뿌린다. 약 1주일 후 통이 가득 차면 지정된 장소에 갖다버린다. 조씨는 “부엽토 아래서 숙성을 거치면 훌륭한 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생활하수를 자연정화하기 위해 집집마다 설치한 생태연못도 에듀코빌리지만의 것이다. 이들이 지은 집에서 쓰는 물은 모두 연못에서 며칠간 정화를 거쳐 주변 하천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러나 생태를 위한 ‘물적 토대’는 에듀코빌리지 상품의 일부일 뿐이다. 이들은 ‘대안적 삶’ 자체를 팔 날을 꿈꾼다. “귀농하려는 이들은 세 가지를 걱정하죠. 뭘 해서 먹고살지? 애들 교육은? 외로워서 어쩌지?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특히 이들은 교육 고민 해결에 큰 비중을 둔다. 회사 이름 ‘에듀코빌리지’도 ‘에코’(생태)와 ‘에듀케이션’(교육)에서 나왔다. 조씨와 강씨는 아이들 모두를 대안학교에 보내면서 교육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터였다.

“학교를 탈피한 교육공간을 생태마을 안에 만들 계획이에요. 학교는 애초 ‘국가인재를 기르기 위한 기관’이라서 아이들의 창의성을 일정하게 제한할 수밖에 없지요. 권위를 내세우는 선생님 대신 아이들의 공부를 옆에서 지켜봐주고 도와주는 ‘코디네이터’만 둘 거예요. 코디네이터 예비생들을 뽑아 대안학교를 돌아다니며 노하우를 터득하게 하고 있어요.”
해외학습터인 ‘피스캠프’ 조성도 에듀코빌리지의 교육사업 중 하나다. 필리핀과 중국 등에 파견된 에듀코빌리지 직원들은 생태마을의 아이들이 6개월간 지내다 올 학습터를 만들고 있다. 이웃집 아줌마, 동네 청년 등이 아이들의 선생님이 된다.

“외국어를 배우게 하려고 애들을 보내자는 게 아니에요. 그곳 사회에 대해 배우고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 놀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거죠. 자본을 위한 가짜 세계화 말고, 각국 사람들이 서로의 가치와 고민을 공유하는 진짜 세계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곧 생태마을 아이들을 위한 여행길 ‘피스로드’도 개척할 생각이에요. 학습기지가 세워진 지역과 공정무역 유통망을 만들기 위해 상품 연구도 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삼청동에 작은 방을 마련해 ‘서울센터’라고 이름 붙이고 인문학 세미나, 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신구대 등에서 건축학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던 조씨가 직접 강사로 나선다. 강좌와 세미나를 활성화해 먼 미래에는 도시 속 대안대학을 만들어볼 꿈도 있다. 이쯤 되면 ‘문어발 경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에듀코빌리지 사람들은 “대안적 삶의 가치에 맞고, 수익성이 있다면 어떤 사업이든 하고 싶다”고 말한다.
“에듀코빌리지는 ‘생태’와 ‘대안적 삶’이라는 가치를 생산하는 곳이에요. 우리의 가치가 깃든 상품만 판다는 원칙을 지키면 벌여놓은 사업들, 다 성공할 겁니다.”

“300년 이을 기업” 입주 원해도 퇴짜 일쑤
“에듀코빌리지 식구들이랑 회의를 한 후에 결정해야겠네요.”
여느 때보다 인터뷰 승낙을 받아내기가 어려웠다. 나흘 남짓 기다려 겨우 인터뷰 약속을 잡았는데 이번에는 사진이 문제였다. 에듀코빌리지 사람들을 생태마을 모형과 함께 앵글에 담아내려 하자 ‘의도와 다르게 회사 홍보를 하는 느낌이 날 것 같다’며 사진을 찍지 않으려 했다. 분위기는 금세 냉랭해졌다.

에듀코빌리지 사람들은 깐깐하고 차가워 보인다. “왜 이런 일을 하세요?” 수도 없이 받는 질문에 이들은 간단하게 대답한다. “저희 홈페이지 게시물이나 책을 읽어보세요.” 같은 질문이 하도 쏟아져서, 에듀코빌리지에 관한 책 ‘지금, 당장, 한 발을 떼자 세상을 바꾸려면’을 지난해 겨울 발간했다고 한다.

에듀코빌리지는 자신의 ‘상품’을 누구에게나 허락하지도 않는다. 입주를 원하는 데도 거절당해 되돌아간 사람이 여럿이다. 마을이 지향하는 가치, 이미 입주를 약속한 사람들과의 조화 등 복합적인 고려를 한다. 홍보, 광고는 전혀 하지 않는다. 아직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이들의 깐깐함과 냉랭함은 작은 행동, 말 한마디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다짐에서 나온다. 마을을 만들고 집짓는 과정에서 분쟁에 휘말리는 등 혹독한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지혜다.
기획본부장 조태영씨는 “아직은 구멍가게에서 지구평화를 걱정하는 격”이라면서도 “하지만 에듀코빌리지는 앞으로 300년 동안 이어져야 할 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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