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100년 장수기업 만들어줄 유능한 장수(將帥)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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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16 09: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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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CEO 공개물색 나선 가락전자 장병화 회장

회장님이 마이크를 손에 들고 거리로 나섰다. 왜냐고? 자신의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어 갈 후계자를 찾기 위해서란다. 음향기기 전문 중견 중소기업인 가락전자의 장병화 회장(62)이 그 주인공이다. 요즘 장 회장은 30년간 운영한 회사를 넘겨받을 ‘누군가’를 찾는 데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몇달 전에는 후계자를 물색하는 내용의 TV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기까지 했다. “중소기업처럼 탄력성이 적은 경우엔 장수의 선택 자체가 전쟁에서의 승패를 좌우한다.” 그가 차세대 경영인 발굴에 온 정성을 쏟는 이유다.

기업을 물려받을 자녀가 없느냐고? ‘멀쩡한’ 아들이 둘, 딸도 하나 있다. 그렇지만 후계자 선택에 들이대는 깐깐한 기준은 피로 맺어진 관계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아들은 믿을 수 있지만 믿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업 경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무조건 자식에게 회사를 넘겼다가 성공한 회사는 많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미 아들도 객관적인 심사 대상으로 올려놓고 세심하게 항목별로 평가를 내리는 중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가족들로서는 “너무한 것 아니냐”고 대단히 서운할 법하다. 사실 장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독립군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에 찌든 어린시절을 보냈고 어렵게 회사를 세우고 일궈왔다. 자신이 힘들었던 만큼 자녀들에겐 원 없이 해줄 만도 한데 “아이들에겐 어렸을 때부터 알아서 갈 길을 가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주변에서 서운하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그런 핀잔 정도는 이겨내야 경영을 하죠”라고 단호히 말했다.

후계자를 찾는 일 이외에 장 회장은 민족문제연구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위한 일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그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진실을 알고 화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마침 인터뷰가 이뤄진 지난 1일은 그가 회사를 만들고 이끌어온 지 31년째 되는 날이었다. 그는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면 가장 쉽겠지만, 기업이라는 것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이 우수한 인재가 머물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선 도덕성은 기본으로 갖추고 글로벌 경영을 할 수 있는 제2세대 경영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신문을 보고 자신에게 연락하는 예비 CEO 후보자들을 누구든 환영한다며 문을 활짝 열어뒀다. “자신있는 분들은 언제든 오십시오. 제가 면접해 드리겠습니다.”

CEO를 구합니다!

-견실한 중소기업 회장님이 후계자를 찾겠다고 직접 마이크를 들고 공중파를 탄 것은 흔한 일이 아닌데요. 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습니까.
“중소기업 가업승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고 기업은행이나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가업승계와 관련한 TF팀에 제가 멤버로 있어요. 그래서 방송국 쪽에서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해왔고 저는 우리 회사의 문제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자 출연했어요.”

-문제라고 한다면 마음에 드는 후계자 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인가요?
“중소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장수(將帥)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습니다. 대기업에는 탄탄한 조직이 있고 그런 인재들이 꽤 많은 것 같지만 중소기업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인재 풀이 없어요. 대기업의 경우엔 1년 정도 경영을 맡겨서 실적이 좋지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도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선택 자체가 결과예요.”

-왜 유독 중소기업이 그렇습니까.
“경영자를 잘못 바꾸게 되면 문을 닫거나 경영에 큰 어려움이 생겨요. 아까 장수하고 비교했지만, 조직이 작고 결정이 결과와 직결되는 중소기업의 경우엔 장수가 전쟁의 승패까지 가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CEO의 손에 회사의 흥망성쇠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다면 더더욱 혈연을 나눈 아들이 믿음직스럽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공개적으로 찾아나선 이유는 뭡니까?
“믿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업 경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 능력이 있다면 자식에게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우리 사회를 잘 들여다보면 자식에게 넘겨서 잘되는 기업의 비율이 많지 않아요. 물론 자식에게 물려주는 방법이 가장 쉽지요. 가업도 이을 수 있고요. 그러나 성공하기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유능한 장수가 있다면 아들이든, 외부에서 영입하든, 내부 장기근속자든 기업에 유리한지를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것이 장수(長壽) 기업을 만드는 것이고 그 장수 기업은 결국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해방된 이후에 산업화가 이뤄져서 우리 세대가 산업을 일군 세대이고 처음으로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세대입니다. 우리 세대에 첫 단추가 잘 끼워지면 100년 가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어요. 선진국을 보세요. 장수 기업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나라는 조흥은행 정도가 100년 기업이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가족들이 서운해할 것 같습니다.
“워낙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너희들 갈 길을 알아서 가라’고 교육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셋인데 첫째는 지금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둘째는 수의사고 셋째는 대기업에 다녀요. 하고 싶은 길을 찾아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죠. 만약 하고 싶은 일이 경영이라면 언제든지 경영 공부를 해서 능력을 키우고 가능성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집사람은 조금 서운하게 생각하죠. 큰아들이 우리 회사에 와서 제일 말단에서 일하고 있어요. 말단에서 일하는 큰아들에 대해서도 주변에서 공격이 있죠. 친척들이 ‘왜 말단에서 고생시키냐’고 하고. 그런데 그런 말들에 흔들리면 경영을 못합니다. 이길 수 있어야 경영을 하죠. 아들로서도 차근차근 말단부터 확실하게 알아야 앞으로 더 올라가서도 일을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우 자녀들이 가업 승계를 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습니다.
“네. 그런데 부를 대물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것이 아니라 책임의 대물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땅이나 재산, 주식 이런 것을 자식에게 주는 것은 그냥 불로소득이고 부의 대물림입니다. 그렇지만 기업 문제는 경영권의 문제입니다. 우리 중소기업이 자본과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서 오해들이 많지만 지금은 서서히 분리되는 단계이고 다음 세대에선 자본과 경영이 완전히 분리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능력이 없다면 경영권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봐서 제가 직접 후계자를 물색하는 인터뷰까지 하게 된 것이지요.”

인재가 머무는 기업을 위해선 도덕성이 기본
-언제까지 후계자를 계속 찾을 생각입니까.
“마음에 드는 분이 나타날 때까지 해야겠지요? 앞서 말했듯이 중소기업의 CEO를 찾는 일이 단순하지 않아요. 계속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방송을 보고 연락해온 분들도 있고, 인재들을 추천해서 제안하는 외부 기관의 인재추천 보고서도 큰돈을 들여서 받아보고 있어요. 몇 천만원이니까 우리 회사로선 큰 돈이에요. (그의 책상 위에는 몇 통의 이력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인재추천 보고서도 들춰 보여줬다.) TV에 후계자를 찾는다는 방송이 나간 후 이력서와 면접 요구가 꽤 있었는데 다 면접을 했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분이 없나 보죠?
“최고 경영자가 O, X로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더군요. △도 있고 더 두고 봐야할 것들도 있고요. 가능성이 60%까지 이른 분이 있는데 제 기준으로 80~90% 정도까지 되어야 일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는 외부 경영자 쪽에 마음을 두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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