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대중과 단절된 국어 존립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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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14 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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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한글 대중서 펴낸 ‘수수께끼팀’

“역사는 대중교양서가 많이 나와 있지만 역사 못지 않게 중요한 국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싫어하거나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지요. 국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박영준 전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2007년 작고), 시정곤 KAIST 인문사회과학부·문화기술대학원 교수(44), 정주리 동서울대 교양과 교수(44),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43). 사람들은 이들을 ‘팀’이라고 불렀다. ‘수수께끼팀’이라고도 했다. 2002년 이들이 함께 펴낸 첫 책 <우리말의 수수께끼>(김영사) 덕분이다. 이후 <한국어가 사라진다면>(한겨레신문사), <영어공용화 국가의 말과 삶>(한국문화사), <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고즈윈)를 잇따라 내놓았다.

우리말·글의 의미와 가치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쓴 책들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책과함께)도 마찬가지다. 한글 창제 및 보급의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면서 한글의 원리와 기능을 쉽게 풀었다. 이 책은 정 교수가 개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들 ‘팀’의 다섯번째 ‘공동작업’ 결과물이다.

“한글이 우리 것이니까 무조건 좋다가 아니라 제대로 된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학자들끼리 아무리 얘기해봤자 소용없어요. 대중이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관심을 갖느냐가 중요합니다.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들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시 교수)
“학자들의 논문을 읽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됩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의미있게 나누는 게 필요합니다. 학자들이 세상과 단절하고 산다면 학문 자체가 존립할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최 교수)

고려대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함께 수학했던 이들이 ‘국어학의 대중화 작업’에 의기투합한 것은 2000년. 나이도, 근무지도, 관심 분야도 조금씩 달랐지만 국어를 대중화시키자는 생각만은 일치했다. 주제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각자 관심 있는 부분을 맡아 집필한 뒤 토론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매번 1년씩 이어졌다. 성남·부산·대전·익산 등 근무지가 서로 다른 터라 모임을 갖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많이 애용했던 모임 장소가 서울역이었다.

주위의 시선이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았다. 대중서 쓸 시간에 논문 한 편 더 쓰라는 식이었다. 최 교수는 “지금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교수라는 사람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모여서 할 만한 일이냐’고 문제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전하면서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우리들이라도 물꼬를 트자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교수도 “사실 논문 한 편 쓰는 것보다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책을 쓰는 게 더 힘들다”면서 “네 사람이 모두 같은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펴낸 ‘한글에…’는 한글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어떻게 쓰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한글을 민족주의적 측면에서만 강조하면서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전달하는 대신 한글이 왜 필요한지 그 가치를 다시 발견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시 교수는 “역사적으로 고유문자가 없는 민족의 말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유문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일반 국민들이 모국어와 고유문자가 있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기본 방향이 흔들리면 언어의 양극화가 심화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공동작업’는 지난해 11월 팀의 리더였던 박영준 교수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잠시 주춤했다. 박 교수는 임종 직전까지 동료들에게 자신의 병세를 알리지 않았다. 이번 책이 1년이나 늦게 나온 이유다. 책의 마무리는 시 교수와 최 교수가 했다.

“새 책을 가지고 박 교수님 산소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오겠죠. 하지만 초심만 변치 않는다면 공동작업은 계속되지 않을까요.”(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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