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왜 동지를 죽여야 했을까? 독립군들 ‘질곡의 인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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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13 09: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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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김연수 여섯번째 장편 ‘밤은 노래한다’

“1994년 북핵문제가 이슈일 때, 한국과 미국이 먼저 핵시설 폭격을 검토했는데 당시는 그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평화적 해결 대신 폭격할 생각을 하는 것이 의문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런 일이 인류사에 비일비재하더군요. 우연히 책을 뒤지다 독립군들도 서로가 서로를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서로 잘 아는 사이인데도 이념이나 다른 대의를 위해 상대를 죽이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 근원이 궁금했어요.”

작가 김연수씨(38·사진)가 최근 펴낸 여섯번째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의 문제의식은 그렇게 출발했다. 책 속 한 줄이 모티브가 됐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쓴 책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1992)의 한 줄, ‘김일성. 고려인. 1931년 입당. … 민생단이라는 진술이 대단히 많다.’ 95년 책을 접한 작가는 신주백, 한홍구 등 역사학자들의 저서를 읽으며 중국공산당의 ‘조선인 마녀사냥 사건’으로 불리는 민생단(民生團)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다. 1930년대 만주가 배경인 소설은 남만주철도회사의 측량기수로 북간도에 파견된 기사 김해연이 겪는 질곡의 인생사를 그리고 있다. 한일합방 당시 태어나 일본 고등공업학교를 다니고 만주에 파견된 김해연은 시인을 꿈꾸지만, 국가나 민족 따위는 잊고 희망없이 살아가던 인물이다. 그런데 민생단사건에 연루되면서 도처에 만연한 죽음을 목도하고 혁명과 이념, 국가를 생각하면서 세계의 이면에 눈떠간다.

소설은 엄혹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인물들과 그들의 선택을 인간의 조건이라는 측면에서 그려낸다. 만주에서 자란 신여성으로 혁명조직의 일원이었다가 자살한 이정희, 독립운동이라는 공통의 꿈을 가졌지만 현실과 부딪치면서 서로 갈등하게 되는 박도만·박길룡·최도식·안세훈, 공산주의자에서 전향한 낭만적 국가주의자 나카지마 타츠키 중위 등이 그들이다.
“모든 인물에게 동정심이 가지만 박도만, 최도식, 안세훈, 박길룡 등 네 명의 동창생들이 더 중요하고 더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조급한 청년들이 힘을 합쳤다가 후에 서로 죽이고 갈등하게 돼서 짠하지요.”

중국 옌지에서 작품을 썼다. 작가는 2003년 말 중국에 건너가 9개월가량 체류하며 문예지 ‘파라21’에 소설을 연재했다. 이후 4년 동안 결말을 세 번이나 고쳐썼다. “초고는 결말이 모호했고 두번째에선 김해연의 복수를 썼는데,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세번째는 올 여름 촛불집회에 나온 젊은이들 영향을 받았죠. 그들은 우리세대하고는 전혀 다르더군요. (10여년 전 시위현장을 모르는) ‘아이들이 우리보다 좀 낫다, 이제 세계가 그런 식으로 굴러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 반드시 복수해야 할 필요도 없고 당장 내 눈앞에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좋다는 깨달음이 결말에서 그를 자유롭게 했다. 이로써 그는 30대가 되면서 쓰려고 했던 세 권의 책 중 두 권을 완성하게 됐다. 첫번째가 ‘굳빠이 이상’이고, 두번째가 바로 ‘밤은 노래한다’이다. “세번째는 마흔이 되기 전에 내야죠.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고아형제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겁니다.”

출간기념으로 13일 오후 7시 홍대앞 상상마당 카페에서 작품 낭독회를 연다. 소설을 쓰며 들었던 음악과 중국 옌볜체류시절 촬영했던 사진도 선보인다. 다음달에는 13세기에 지어진 예수회 대학을 보러 스페인 살라망카로 여행을 떠난다. 자신을 매혹했던 오래된 건물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찾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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