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아픈건 느리게 살란 뜻” 5년째 홀로 산방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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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13 09: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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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나무처럼 사는 사람-시인 도종환

“미술 하는 후배가 새겨준 겁니다. 거북이처럼 오래 살라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이지만 저는 거북이처럼 느리게 살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요.”
산방에 들어온 것은 2003년 봄. 자율신경 실조증이란 병으로 쓰러지자 “후배들이 산방에 실어다 갖다 놓았다”고 했다. 집은 지인이 빌려준 것이다. TV는 없고, 인터넷은 올해 초 연결했다.

이런 산 속에서 혼자 사는 게 심심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갑갑했죠.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뭘 잘못했기에 (병이 났을까) 원망도 했습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너무 바쁘게 산 것 같아요. 시인이라면 자연도 관찰하고 자연이 하는 얘기도 받아 적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했죠. 나중에는 (신이) 천천히 살라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혼자 마음껏 읽고 쓰니 오히려 고맙죠.”

시인은 전교조 활동을 하다 1989년 해직됐다. 10년 만인 98년 복직, 교단에 섰다가 5년 전 몸이 아파 사표를 썼다. 올 초부터 다시 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1주일에 두 어 차례 서울에 다녀오지만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다. 풀도 뽑고, 텃밭도 가꾸고, 책도 읽고 있단다.
“서울 나들이길에서 지인들이 술이라도 한 잔 하자고 하면 막차 핑계를 대고 내려온다”고 했다.

그나저나 불편하지는 않을까.
“편하려는 것은 사람의 본성입니다. 모리오카 마사이로는 ‘무통문명’이란 책을 통해 인류문명은 힘든 것을 피하고 편한 것을 추구하려는 식으로 발전해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편한 것만 추구하는 생각은 인간이 가축화되는 길인지도 모르죠. (집돼지와 산돼지를 비교해가며 설명했다.) 편한 집돼지의 삶은 결국 관리당하는 삶입니다. 땀흘려 일하고 가치있고 쓸모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시인은 숲에 살면서 자신을 되돌아봤다고 한다. 그는 “1주일에 하루 정도는 내 자신과 약속을 하는 날로 정하고 달력에 표시해둔다”고 했다. 성찰하면서 살기 위해서다. 처음 자연을 찾은 사람은 모든 것을 먹을 것으로 본다고 씁쓸해 했다. 이를테면 “이 이파리는 나물 무치면 좋겠다. 벌집은 약이 된다”는 식이다. 모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본다고 한다.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자연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고라니가 밭에 들어가 잎을 따먹고, 멧돼지가 밭을 헤쳐놓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불평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이 살던 땅에 사람이 들어온 것이에요. 호미질을 하다가 지렁이가 달려나오면 깜짝 놀라 던져버리는데 사실 사람보다 지렁이가 더 놀랐을 거예요.”

공생의 삶을 숲과 비유해서 설명했다.
“불이 나고 난 뒤 처음 숲을 이루는 것은 소나무죠. 소나무는 독한 기운을 뿜어내서 다른 식물들이 살기 어렵게 만들어요. 하지만 결국은 참나무에게 밀리고 맙니다. 참나무는 자기 씨앗을 동물에게 나눠주죠. 다람쥐가 먹기도 하고, 숨기기도 하죠. 다람쥐가 숨겨놓고 잃어버린 씨앗이 발아하면서 나무가 퍼져 나가는 겁니다. 결국 극상림을 이루는 것은 참나무 숲이죠. 참나무 숲에선 키 작은 나무, 중간나무, 키 큰 나무가 모두 어우러져 삽니다.”

그는 자연 속에 묻혀살면서 이런 생각을 담아 ‘누가 더 놀랐을까’란 동시집도 냈다. 이야기는 책으로 흘렀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은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이라고 했다. “제목을 보고 궁금해서 사봤는데 요즘 우리 사는 시대를 떠올린다”고 했다. 맹자가 살던 전국시대는 부국강병의 기치를 내건 시대.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오로지 강한 나라를 위해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을 했다.

“양 혜왕이 맹자를 만나 첫마디가 당신이 오면 내게 어떤 이득이 있을까라는 거예요. 맹자는 어떻게 왕이 의로움이 아니라 이로움으로 판단하느냐고 대답합니다. 우리 사는 세상도 비슷해요. 지난번 대선때 저 사람이 대통령 되면 내가 어떤 이익을 볼까. 저 사람처럼 부자될까. 이런 생각을 하며 투표를 한 사람이 많았다잖아요. 이익만 생각하는 삶은 결코 건강한 삶이 아니죠. 그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했습니까.”

시인은 “보수주의자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보주의자들의 책임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는 민주화가 됐지만 경제적으로는 자유화로 가게 방치해뒀다. 능력도 대안도 없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시인의 집은 골이 깊어 바람이 서늘했다. 바람이 풍경을 울리고 다녔다. 판화가 이철수씨가 달아줬다는 풍경은 맑은 소리를 냈다. 뒷마당의 산벚나무는 벌써 단풍이 들었고, 이미 잎을 3분의 2 이상 떨궈냈다. 산벚나무와 시인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의 시 ‘단풍드는 날’이 떠올랐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삶의 이유였던 것/ 제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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