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아시아 전근대사·불교·유교 측면에서 한국을 빼면 동아시아 이해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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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10 0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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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대학 한국학과 교수 인도인 판카지 모한

한국의 삼국시대 전문가인 인도인 학자 판카지 모한(Pankaj Mohan) 시드니 대학 한국학과 조교수가 요즘 미륵 신앙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종교와 문화에 관한 책을 집필하기 위해 7개월 예정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모한 교수는 오래전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한국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호주 국립대에서 한국 고대사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학자다. 기자는 동아시아에서의 한국의 의미, 모한이 한국역사연구와 인연을 맺은 과정, 호주에서의 한국학 현황 등을 주제로 최근 모한 박사와 대화를 나눴다.

-선생님은 시드니 대학 한국학과 조교수라는 직함을 갖고 있습니다. 이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칩니까?
“학부 학생들에게는 고급 한국어 강독, 한국 문화, 한국 종교, 한국사 등을 가르칩니다. 한국사는 근대 이전사(pre-modern:조선 초기까지)와 근대사(조선 후기에서 1988년 민주화까지)로 나눠서 가르치죠.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동아시아 내 불교와 국가’를 가르칩니다. 이 대학원 강좌는 불교가 4세기 후반 고구려의 사상을 통합함으로써 중앙 집권화에 준 영향을, 나아가 불교가 6세기 초 신라의 중앙집권화에 끼친 영향을 연구합니다. 아울러 불교가 당시 한국 중국 일본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가르치는 것입니다. 시드니 대학 한국학과의 전임 교수 3명 중 2명이 한국인이고 저 혼자 외국인입니다.”

-무슨 이유로 태평양 저 남쪽 건너편에 있는 호주의 시드니 대학이 한국학 강좌를 열고 있습니까?
“호주인들은 아시아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나라가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가까운 데다 아시아 국가들과 무역도 활발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호주의 케빈 러드(Kevin Rudd) 현 총리는 중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중국어가 유창하며, 아시아에 큰 관심을 가진 아시아 전문가입니다. 호주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발족에 선도적이었고, 동아시아 포럼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폴 키팅 총리 시절이던 1992년부터 호주의 미래는 아시아에 있다고 평가하고 고교생들에게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를 ‘중심 언어’로 선정해 공부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상황인 만큼 호주 학생들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게다가 호주의 농산물이나 광물이 한국 중국 일본에 많이 수출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 대한 호주 학생들의 관심은 어느 정도입니까?
“시드니 대학의 경우 ‘아시아사 개설(Introduction to Asian History)’ 강좌를 수강하는 대학 1학년생만도 130여명에 이릅니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200명을 넘습니다. 아시아 학과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60명에 달합니다.”

-박사님은 왜 한국학(한국사)을 전공하게 됐습니까?
“저는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 대학에서 동아시아 언어(한국어, 중국어, 일본어)와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그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한국 공부에 노력을 집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에는 중국 전문가나 일본 전문가들이 많지만 한국 전문가는 드뭅니다. 이 때문에 한국 연구자는 희소성의 가치를 가집니다. 게다가 한국을 빼고는 동아시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은 한반도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아시아의 전근대사나 유교·불교의 측면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동아시아 전체의 사상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오래전 중국 내에서 불교 논쟁이 벌어졌을 때 원효스님이 그 해답을 제공했고, 원효의 영향으로 중국에 새로운 학파가 생겼습니다. 원효의 손자가 일본을 방문하자 일본 승려들은 큰스님은 아니라 그 손자라도 일본을 방문해 주셔서 너무나 영광이라고 좋아했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인연으로 한국과의 관계가 맺어졌나요?
“1976년 동국 대학교의 서경수 교수님(인도철학, 불교철학 전공)이 제가 다니던 자와할랄 네루 대학(뉴델리)에 오셔서 2년짜리 한국어 강좌를 열었습니다. 대학생이었던 저는 서 교수님에게서 하루에 서너 시간 공부하는 한국어 집중학습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서 교수님은 한국 문화에 관해 많은 얘기를 하시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라고 권유했고, 인도인 가운데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해 두면 향후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셨습니다. 서 교수님은 한국어를 공부해 두면 21세기에 좋은 열매를 딸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저는 이에 공감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서 교수님은 고대사회에서는 한국과 인도의 교류가 활발했으나 조선시대에 들어와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설명하면서 하지만 21세기에 들어가면 양국 관계는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사실 한국과 인도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갖고 있어요.” (모한 박사는 인터뷰 중 기자에게 ‘인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한국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특별한 개인적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1976년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을 때 한국은 박정희의 독재적인 유신통치 아래에 있었고 경제적으로는 낙후됐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사회의 내적 역동성(dynamism), 한국인의 결의와 근면 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한국이 조만간 아시아에서 중요한 나라로 떠올라 세계 정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저는 인도에 있을 동안 이범석 대사님, 노신영 대사님, 그리고 반기문 김하중 등 젊은 외교관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모두 친절했고 인도인들을 존중했습니다. 인도 시인 타고르가 한국에 관해 쓴 ‘동방의 등불’을 읽었을 때 저는 그 내용이 진실됨을 이해했고, 이런 이해는 한국의 미래에 관한 저의 신뢰감을 더욱 강화시켰습니다.

-어떻게 호주에서 한국사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나요?
“저는 1990년 캔버라에 위치한 호주국립대(ANU)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동시에 박사 과정을 밟았습니다. 당시 호주국립대에는 런던대(University of London)에서 고구려사로 박사를 받은 켄 가디너 교수가 있었습니다. 가디너 교수는 서양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고대사 연구로 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논문에 관련된 많은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저는 가디너 교수에게서 지도를 받으면서 박사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출신의 디용(De Jong) 교수도 저를 지도했습니다. 디용 교수는 산스크리트어, 몽골어, 티베트어, 일본어, 한문, 유럽 중요언어 등 30개 언어를 구사하는 저명한 학자였습니다.”

-이번 한국 체류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지난 7월부터 12월까지(내년 1월까지 연장될 듯) 예정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체한 중 7~8세기 한국의 종교 및 문화에 관한 책 집필을 완료할 생각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사에서 불교의 사회적·정치적 중요성을 점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1차 자료, 2차 자료 등 한국 불교에 관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저는 간혹 경주박물관에 가서 고고학 자료를 찾거나, 문화재청에 가서 고고학 조사보고서 등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중·일 학자들의 연구업적을 수집해 읽고 한국교수들과 의논도 합니다. 가끔 금석문 판독을 하거나 한문으로 된 불교 자료들을 놓고 한국교수들과 함께 논의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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