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천개의 가면 미친 가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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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07 1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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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킬’ 떴다‘미친 가창력’ ‘홍지킬’ ‘순수배우’…. 인터넷상에서 팬들이 홍광호(26)를 표현하는 말들이다. 지난해 그가 출연한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조만간 군대에 갈 조승우가 가장 겁내하는 후배’라는 말도 나왔다. 홍광호에게 직접 물으니 “승우형이 괜히 치켜세우느라 그런 거예요, 아니에요”라며 씩 웃는다.

현재 두산아트센터에서 ‘씨왓아이워너씨’를 공연하고 있는 그는 요즘 특히 회자되고 있다. 11월 개막하는 ‘지킬앤하이드’에서 조승우가 빠진 자리에 새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미 출연 경험이 있는 류정한, 김우형과 더불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역을 맡았다. 벌써부터 ‘홍지킬’로 불리며 기대감을 낳고 있다. 그는 안정된 연기와 호소력 깊은 목소리로 지난해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1년여 전이지만 뮤지컬 배우로 인생의 방향타를 잡은 지는 꽤 오래다.

“누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누나의 권유로 계원예고에도 진학했고요. 그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작정했고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다른 인생을 꿈꾸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두 살 위인 누나 홍별님 역시 ‘렌트’ ‘로마의 휴일’ 등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다. 홍별님은 성균관대 예술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에게 음악적 감성을 불어넣은 이는 어머니 장승혜씨다. 화가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도 여러 차례 입상한 장씨는 어린 광호가 피아노·바이올린·클라리넷 등을 배우도록 했다. 어머니 덕분에 캐리커처에도 나름 솜씨가 있다. 그러나 캐리커처를 그려주면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아 솜○○○휘를 자주하는 편은 아니란다.

“어렸을 때는 재능도 없는 것 같고 숙제가 싫어 악기연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배우가 되고나니 든든한 자산이지 뭐예요. 며칠 있으면 개봉하는 음악영화 ‘고고70’에서 색소폰 연주자 역을 맡았는데 마침 클라리넷과 색소폰이 비슷해 어렵지 않았어요. 큰 목청은 아버지를 닮았고 노래는 어머니가 잘 부르세요.”

일찍 정한 진로이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앙대 연극영학과 재학 시절 ‘명성황후’ 런던 공연에 앙상블로 참여하며 뮤지컬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후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오디션 서류심사에서 줄기차게 떨어졌다. 국내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외국 연출자들의 작품 ‘미스사이공’ ‘스위니토드’ ‘씨왓아이워너씨’ ‘지킬앤하이드’ 등에 도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스사이공’에서는 주연 배우의 대타 격인 ‘커버’를 맡았다. 주연이 공연 중 목에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무대 한쪽에서 앙상블을 하다 말고 몇 분 만에 주연으로 무대에 섰다. ‘스위니토드’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가 맡은 맑은 영혼의 토비아스가 부른 아름다운 뮤지컬넘버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고 그의 이름 석자를 기억하도록 했다.
“ ‘씨왓아이워너씨’는 감성을 분출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뽐내는 작품도 아니에요. 이성적인 작품이죠. 제가 못할 것 같아 더 끌려서 하고 있습니다. 틀이 아주 다른 작품으로 공연하는 내내 고민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뮤지컬이에요.”

한때 중학생 광호는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이고 귀를 뚫고 친구들과 짝을 지어 싸운 바람에 경찰서에도 몇 번 들락거린 귀여운 반항아였다.
웬만하면 모두 들어가는 특별활동 합창부 오디션에서 떨어져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동네(분당)에 노래방이 생기면서 친구들 사이에 ‘카수’로 불리며 자신감을 갖게 됐다. 계원예고 때는 어느날 작심하고 미친 듯이 공부해 단박에 반에서 1등을 차지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그리고 잊지 못할 2004년 어느 추운 겨울날. 강원도 홍천에서 군대생활을 하던 군인 광호는 강원지역을 벗어나면 안 되는 외박증을 끊고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를 찾아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부대에 돌아갔다. 한동안 가슴이 떨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배우는 천 개의 가면을 가져야 한다지요. 지금 배우로서 몇 개의 가면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만들어가며 보일 거예요. 내 안의 열정을 확인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뮤지컬 무대가 있어 행복합니다.”

아직 스물여섯. 10년, 20년, 30년 후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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