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구름이 팔자걸음 걷고 세월도 쉬어가는 양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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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0.02 09: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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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산운·사촌마을 ㆍ영천 이씨·안동 김씨 집성촌…고향집 같은 푸근한 고택 매력…고운사·조문국 유적도 볼만
큰 산의 그늘 같은 곳이 있다. 산 그늘 아래 제법 굵은 고목이 있고, 돌담장을 둘러싼 마을도 있지만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곳이다. 경북 의성이 그렇다. 의성 사람들은 의성을 양반골이라고 하는데 바로 옆에 안동이 턱 버티고 있다. (의성 주민들의 생활권도 실은 안동이다.) 의성은 진한의 부족국가였던 조문국이 있던 땅이다. 천년고찰 고운사도 있다. 공룡발자국도 있다.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지만 외지인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하다. 조문국 하면 우리 땅에 그런 나라가 있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독자들이 많을 테고, 의성의 대표적 양반마을인 산운마을과 사촌마을은 경북지방에선 명문이긴 하나 전국적인 지명도는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의성 하면 “거기 마늘마을 아닌가? 사과마을인가?” 정도의 답이 돌아오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런 마을도 재밌다. 크고 역사도 깊으며 유적도 많은 관광지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다. 의성에 다녀왔다. 반촌인 산운마을은 마을보다 산이 신기했다. 뒷산은 금성산. 마치 반월도를 비스듬히 세워놓은 것처럼 보였다. 이 산이 국내 최초의 사화산이다. 중생대 백악기(1억4500만년전~7500만년전)에 화산이 폭발했다고 한다. 얼마나 화산폭발이 컸는지 산 가운데가 날아가 계곡이 된 셈이다. 결국 금성산은 한귀퉁이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 전설도 제법 재밌다.

“금성산에 묘를 쓰면 큰 부자가 된다고 합니다. 대신 마을에는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아 가뭄이 든대요. 그래서 절대 묏자리를 만들지 못하게 했답니다.”
마을은 정갈했다. 40여 호의 기와집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중 운곡당, 소우당, 점우당 세 곳을 개방한다. 돌담장을 새로 하고 기와도 다시 올려 예스러움이 과거보단 덜한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산운마을은 영천 이씨의 집성촌. 임란때 의병장으로 활동했던 이문성, 구한말 이상재와 을사조약을 폐기하기 위해 일을 꾸미다 왜경에 잡혀 옥고를 치른 이태직 의사가 이 마을 출신이다.

남부의 반촌이 산운이라면 북부의 반촌은 사촌마을이다. 사촌마을은 안동 김씨와 풍산 류씨가 함께 어울려 산다. 600년 전에 안동 김씨가 처음 정착했고, 이후 안동 김씨와 혼인을 맺는 등 인척관계가 있는 풍산 류씨도 들어왔다. 풍수상으로 이 마을은 명당에서 딱 하나가 부족했다고 한다. 마을 뒷산으로 문필봉이 떡 버티고 서있고, 왼쪽으로는 좌산이 서있는데 오른쪽 지형은 광활한 들판이었다. 좌청룡은 좋은데 우백호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풍수를 위해 방풍림을 심었는데 이 숲이 천연기념물 405호로 지정돼 있다. 방풍림은 울창했다. 주로 팽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류가 대부분. 길이는 1050m에 폭은 45m 정도로 제방을 따라 걷기 좋은 숲길이다.

90여호가 사는 마을은 대부분 기와집이지만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만취당 한 곳뿐이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 의병이 일어나자 일본군들이 몰려와 불을 질러 마을을 초토화시켰다. 한국전쟁 때도 수난을 당했단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은 1582년 지은 만취당인데 궁궐이나 절이 아닌 사가(私家)로는 국내에서 오래된 건물중 하나다.

이 마을은 서애 유성룡이 태어난 곳이다.
“서애의 외가가 바로 이곳이었죠. 전설에는 이 마을에 3명의 정승이 태어난다고 합니다. 신라 때 한 명, 조선시대 유성룡, 그 후 앞으로 1명이 더 나올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 어른들은 출가한 여인들이 친정으로 돌아와 애를 낳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얘기도 있죠.” 의성향교 김창회 정교는 사촌마을 사람들은 자녀 교육을 잘하기로 소문나서 “사촌 딸네들은 묻지말고 데려온나”라는 말도 있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사촌 숲에는 선조들이 내려준 일종의 10계명인 경심장(警心藏) 10조를 돌로 새겨 비석으로 만들어 놓았다.

산운마을 사촌마을도 좋지만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은 고운사(孤雲寺)다. 원래 의상대사가 창건했을 때는 高雲寺였는데 나중에 최치원의 아호(孤雲)를 따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고운사는 들머리부터 아늑하다. 숲길이 울창하다. 자연스럽게 자란 고목숲을 따라가다보면 아름다운 법당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고운사가 여느 절과 다른 점은 사하촌이 없다는 것이다. 들머리에 국수집도, 구멍가게도 없다. 그만큼 속세와 떨어져있는 느낌을 준다.

마지막으로 이름조차 생소한 조문국 유적에 대해 한토막만 더 이야기하자. 조문국은 진한 12개 부족국가 중 하나다. 발굴과정에서 왕관과 금동신발이 나왔다. 신라왕관은 ‘출’(出)자형이지만 이곳 왕관은 ‘산’(山)자 형이다. 능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다. 현재 40여기를 발굴했다.
경북 의성은 한 10~20년쯤 세월이 더디 가는 마을처럼 보인다. 금성면의 경우 80~90년대 옛날 간판들도 많다. 사람들로 붐비는 이름난 관광지 대신에 이런 마을에도 눈길을 한 번 줄 만하다.

▲여행길잡이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를 탄다. 사촌마을과 고운사는 남안동IC에서 빠지는 것이 빠르다. 5번 국도~79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 고운사와 사촌마을을 들를 수 있다. 산운마을은 중앙고속도로 의성IC로 빠진다. 927번 지방도와 68번 지방도를 타면 산운마을 가는 길이다. 산운마을 주변에는 의성 공룡발자국 화석, 의성 탑리 오층석탑, 금성산, 빙계계곡 등이 가깝다. 의성IC에서 가까운 탑산온천은 게르마늄온천(054-833-5001)으로 경상권에서는 제법 유명하다.

산운마을에서는 금봉자연휴양림(www.gumbong.go.kr 054-833-6922)이 멀지 않다. 통나무집은 6만~13만원. 고운사(www.gounsa.net 054-833-2324)는 수련관 공사가 끝나는 10월말부터 템플스테이를 실시할 예정이다. 탑산온천 아래 봉양면 도원리에는 한우를 값싸게 먹을 수 있다. 의성축협에서 고기를 사오면 인근 13개 식당에서 1인당 3000원에 상을 차려준다. 된장국은 2000원. 밥은 1000원이다. 금성면 강운식당(054-832-3700)은 마늘돼지고기 전문점이다. 의성군 단촌면 후평리의 애플리즈(www.applewine.co.kr 054-834-7800)는 사과와인 체험장. 사과밭에 가서 사과를 하나 따고,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다. 여기서 찍은 사진은 나중에 와인병에 라벨로 붙인다. 15명 이상이어야 체험할 수 있다. 1인당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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