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권위에 기댄 폭력’ 적나라한 고발…문학수첩 작가상 주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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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9.29 08: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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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농촌마을 배경 인간의 속물성 구체화
ㆍ“소외받은 이들 대변하는 작가 되고 싶다” 
사건의 발단은 ‘시계’였다. 조그만 시골 동네 위현리의 보건진료소 준공식 날 주민이 선물한 시계는 마을 주민들과 그닥 불편할 것 없이 지내던 젊은 여자 진료소장을 옥죄는 올가미가 되어버렸다.
최근 출간된 2008년도 문학수첩 작가상 수상작 ‘아웃’(문학수첩)은 지금 이 시대 농촌을 배경으로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세밀하게 그려나간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은 현실보다 더 야비하고 속물적이다.

늦깎이로 데뷔한 신인 작가 주영선씨(42)가 쓴 이 작품은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난무하는 권위에 기댄 폭력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감정을 절제한 단문, 생생한 인물들의 대화, 속도감 있는 전개는 인물간의 갈등을 구체화하는 데 힘을 보탠다.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고, 강원도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려온 그는 ‘토박이’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 어린 시절 문학소녀였지만 “언제나 생계와 삶이 먼저”였고, 2003년 봄에야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200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지만 그를 찾는 이는 없었다. 청탁도, 글을 발표할 기회도 없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

이 작품은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농촌의 분위기와 사회가 고령화되는 데서 착안했다. “외환위기 이후 농촌에 외부인들이 유입되면서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끝간 데 없이 사적인 흠을 들춰내 공격하다가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 평균수명이 늘어가는데 노인들이 제 역할을 못찾고 있습니다. 몸은 건강한데 정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처진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할 때도 있고…. 사회의 원칙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도덕성도 약해지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한 준비를 우리 사회가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동네의 1인자 자리를 놓고 반목하고 갈등하는 이들은 70세를 바라보는 할머니들이다. 동네 터줏대감인 장달자는 자신이 국가유공자 집안이라며 으스대는 이주민 박도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으르렁대다가도 자신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이들 앞에선 합세해 상대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능수능란하고 교활한 이들에게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젊은 진료소장은 처음엔 회유의 대상이었다가 후엔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다.
진료소장을 화자인 ‘나’로 내세워 서술되는 소설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시골, 농촌에 대한 낭만적인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버린다. 그곳 역시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의 망이 존재하는 곳이며 권력을 장악하려는 인간의 정치적 본성과 폭력성, 속물성이 어김없이 작동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의 관심 주제는 변방의 인간들이다. “주목받지 못한 인간, 가족이든 조직이든 관계에서 소외받고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을 대변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당신들이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제가 가까이 가서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아이를 둔 주부로 직장에 다니는 작가는 “늦게 등단한 만큼 의욕적으로 쓰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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