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광주 낯선듯 묵직 vs 부산은 친숙 광주비엔날레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9.16 10:30:50
  • 조회: 10446
=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주제가 없다. 지난 1년간 세계에서 열린 주요 전시의 작품을 모아놓은 것이 주된 콘셉트다. 아시아에서도 입지를 다져가며 그동안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여왔지만 이번에는 주제부터 파격적인 면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실험적이다”와 “주제가 없으면 산만하지 않을까”라는 상반된 우려가 개막 이전부터 계속 제기됐지만 전시 공개 후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반이정 미술평론가는 평했다.

“작가는 제한돼 있는데 세계적으로 비엔날레가 너무 많다. 주제와 작가가 겹칠 수밖에 없어 실질적으로 주제 자체가 무의미할 때가 많다. 광주 비엔날레는 무주제를 선언, 현재 비엔날레가 직면한 막다른 길 같은 것을 내부에서 실토한 것이다. 주제과잉에 대한 반대편 입장을 보여준 것으로, 나는 좋게 본다.” 임근준 평론가도 “한국과 같은 제3세계 국가에서 비엔날레를 개최할 때 사실상 유명 작가의 신작을 받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오쿠이 엔위저 총감독이 영리하게 전시 콘셉트를 잘 잡은 것”이라며 “기존 작품을 들여오는 것으로 아낀 예산을 몇몇 작가의 신작 제작에 지원함으로써 국제 미술에 기여하는 등 국제 수준의 비엔날레 위상을 안정되게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아프리카 출신으로 제3세계 정치학을 전공한 오쿠이 엔위저 총감독의 취향이 집중 반영되면서 난해함이 생겼다는 지적도나왔다. 임근준 평론가는 “작품은 안 보이고 총감독만 보인다”고 평했다. 전시장 좋은 자리엔 흑인 작가의 작품이 자리 잡았고 그 외의 공간도 이집트, 베네수엘라 등 유색인종 작가들의 작품이 차지했다. 임씨는 “백인 사회에서 오쿠이 감독이 전시를 기획할 땐 충격과 반향이 있었지만 한국 광주에서는 그런 효과를 찾을 수 없다. 작품 하나하나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오쿠이 엔위저 총감독을 위해 합창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이것이 전시 관람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그는 “지역, 인종별로 백인 주류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비판의 시선을 던지는지를 비교하면서 전시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주제 없이 작품들이 뒤섞여 배치되다보니 일반 관람객들에겐 전시가 산만하게 느껴진다. 홍경한 평론가(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는 “비엔날레 성격은 부각됐을지 몰라도 일반적 관점에서는 어수선하고 어렵다”고 평가했다.

전시 중 꼭 봐야 할 작품으로는 독일작가 한스 하케의 ‘넓고 하얀 흐름’이 공통적으로 꼽혔다. 물결치듯 움직이는 거대한 하얀 천의 움직임에 빨려드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키네틱 아트(kinetic art·움직이는 미술)로 명성을 얻은 하케의 지난해 뉴욕 파울라 쿠퍼 갤러리의 전시 일부다. ‘아나키텍처’(건물 자르기)라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건물을 부수는 미국 작가 고든 마타 클락의 ‘당신이 바로 그 척도’도 화제가 되는 작품.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무너진 건물이나 잊혀진 폐허의 외벽을 다양한 모양으로 제거해 내부의 이음매를 드러냄으로써 그동안 감춰졌던 공간의 새로운 모습, 빛과 공기의 현란한 흐름을 보여준다.

부산비엔날레 = “현대미술에 담론을 제시하기엔 역량이 떨어지는 등 완벽한 비엔날레 성격을 갖고 있진 않지만 광주비엔날레의 작품이 어렵다보니 상대적으로 부산비엔날레에서 보는 작품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홍경한 평론가의 평가다. 실제로 광주와 부산 전시를 함께 본 많은 관람객들이 광주에선 뭔가 딱 기억에 남는 작품이 적다고 하는 반면 부산은 볼거리가 많다는 감상평을 내놓았다. 일반 관람객들이 보기에 부산비엔날레 작품은 이해하기 쉽고 한눈에 들어오는 대중적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대신 전반적인 전시 기획력이나 큐레이팅 능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반이정 평론가는 “낭비라는 주제가 주어졌지만 그 주제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을 작품들이 많고 신작도 별로 없다”며 “기획력이 잘 안 보이므로 주제에 연연하기보다 마음에 드는 작품 위주로 감상하면 볼 만한 작품들이 있다”고 말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