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중국그림 같지 않은 중국그림[中 신세대 대표작가 인치 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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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8.26 09: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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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부터 국내에 불던 중국 미술 바람이 베이징올림픽을 맞아 더욱 뜨겁다. 연초부터 민준, 장샤오강, 탕즈강 등 중국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더니 올림픽 기간에 맞춰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인치(尹齊·46) 개인전이 마련됐다. 인치의 그림은 중국 미술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준다. 화려한 색깔에 사회성 짙은, ‘딱 보면 중국 그림’이란 느낌을 주는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됐기 때문이다. ‘중국 그림 같지 않은 중국 그림’으로, 무채색이고 정치색이 없다. 작품 ‘해(海)’ 시리즈의 경우, 분명 바다이지만 푸른빛이나 연둣빛을 쓰지 않는다. ‘익숙한 색을 빼고 남은 잿빛의 황량함만으로도 바다임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듯하다. “나에게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물질을 나만의 주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말했다.

이 작품을 보면 두꺼운 물감의 질감과 그 위를 누르고 때론 밀어낸 붓터치가 파도 치는 바다의 격렬함을 담아내고 있다. 모노톤의 색감, 특히 회색톤의 얌전한 하늘에 맞붙어 있는 파도의 역동성은 왠지 모를 비감을 준다. 겉포장 없이 쓸쓸해 보이는 본질만 남은 상황에서도 힘차게 살아있는 생명력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일까. 작품 ‘1954년 중산공원의 수사’는 작가의 관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사(물 위의 정원)는 원경으로 처리됐고 근경에 활짝 핀 매화나무 한 그루만 흑백톤으로 그려져 있다. 중산공원은 역대 청나라 황제의 제사를 지냈던 사직단을 중화민국을 세운 쑨원(孫文)의 서거를 기념해 공원화한 것이다.

제왕의 자리에서 민중의 공간으로 바뀐 역사성을 가진 이곳을 그리면서 매화를 화면 중심에 넣었을 뿐이다. 중국 사회의 변화를 멀리서 바라본 입장이 보인다. 예술에서 정치성을 지우는 중국 신생대(新生代) 대표 작가답다. 모노톤의 회화 작업으로 유명한 이우환 작가는 인치의 작품을 보고 “역동적이다. 중국 안에만 있었다면 이렇게 그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인치는 중국 베이징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면서 활동한다.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을 졸업하고 이 학교 교수였던 부친을 따라 1989년 파리로 갔다가 그해에 톈안먼(天安門) 사건이 터지자 파리에 눌러 앉았다.

파리에서 경험한 자본주의 물질세계와 자유로 “삶이 완전히 새로워졌다”고 말할 만큼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의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하면서 중국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서구의 미술에 일찍 눈을 떴다. 베이징과 파리 양쪽을 보는 균형감각을 갖게 됐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는 정치나 사회적인 맥락을 제외하고 사물의 순수한 본질에 초점을 맞춘 작업을 하면서 독자적인 표현 방법의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 많은 중국 작가가 정치, 이념적인 배경을 작품에 반영해온 것과 정반대의 행로를 걸어온 셈이다. 흑백으로만 침실, 욕실 등을 그린 ‘실내’ 시리즈, 두껍게 칠한 물감에 거품기 같은 주방기구로 구불구불한 문양을 낸 ‘개’ 시리즈도 작가의 주관적 표현 방법으로 대상의 성격을 제거한 작품들이다. 전시에는 유화 20여점과 드로잉 40여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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