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서울 속 異國… 벽돌로 쓴 역사 기행[서울 정동 주변 근대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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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8.26 09: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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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은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한 시대의 건축물에는 그 시대의 사상과 사람들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한국엔 근·현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한국전쟁으로 많이 훼손되기도 했고, 재개발로 많은 건축물들이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근대 건축물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밀집돼 남아있는 곳이 정동이다. 흔히 정동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건축물들이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도, 건축적으로도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다. 카메라 하나 들고, 두어 세대를 훌쩍 넘어 건축여행을 떠나보자.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성공회 성당의 나무 대문과 격자창
성당에 달린 성공회 수녀원 정문은 나무 대문이었다. 대문 위에 기와도 얹었다. 그 뒤로 서있는 벽돌 성당. 성당 건축물에서도 한국과 영국의 문화, 건축양식이 섞여있다. 문은 한국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영국인 것 같은 묘한 분위기다.
“성공회가 처음 들어올 때 한국문화를 존중한거죠. 강화도에 기와 올린 성당 있죠? 거기도 성공회일 겁니다.”
성당에서 안내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기씨는 “처음 설계를 했을 때는 성당 높이가 이것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설계자가 와서 보니 덕수궁과 잘 어울리지 않아서 높이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성당 창틀도 보여줬다. 창틀은 한국의 격자무늬 나무창과 닮았다.
성공회는 1922년 건축이 시작됐다. 일제 강점기 1926년 성당 시설 일부가 축소돼 지어졌다가 93년 영국의 도서관에서 원 설계도가 발견돼 다시 증축을 시작, 96년 완공됐다. 성공회에는 일제 강점기 이후의 역사도 보인다. 한국전쟁 당시 총알 자국이 벽면에 새겨져 있다. 흠집이 생긴 부분은 시멘트로 때웠다. 그 옆으로 순교자 기념비가 있다. 한옥으로 된 성공회 사제관 앞에는 6·10 항쟁 시발점 기념비가 있다. 당시 시민·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민주화운동에 불을 댕긴 곳이기도 하다.

△덕수궁의 석조전과 중명전
고종은 왜 덕수궁에 서양식 건물을 지었을까? 덕수궁 문화유산해설사 박행자씨는 “고종황제가 외국 손님을 맞고 조선의 국력이 아직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석조전을 만들었다”고 했다. 근대운동에 관한 건물과 환경 형성의 기록조사 및 보존을 위한 조직인 도코모의 한국 회장을 맡고 있는 윤인석 성균관대 교수에 따르면 석조전은 콜로니얼 양식이 보인다는 것이다.
△정동교회, 배재학당, 심슨기념관, 시립미술관
콜로니얼 양식이 돋보이는 덕수궁 석조전, 한국과 영국의 건축양식이 뒤섞인 대한성공회성당, 고종황제가 현판을 내린 배재학당, 서울시립미술관.(위로부터)
정동길을 걷는 연인들은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 시립미술관의 전신은 대법원이었고, 그 전엔 가정법원이었다. 이혼도장 찍으러 가는 부부들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붙었다는 것이다.
정동교회 뒤편 배재학당은 최근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배재학당은 고종황제가 현판까지 내린 곳. 일본의 침탈에 맞서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던 한많은 시절의 이야기가 배어있다. 내부에는 유길준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서유견문 등 고문서와 당시의 문서, 사진, 아펜젤러 가문의 가계도 등이 있다.

배재학당과 정동교회는 아펜젤러가 세운 것이다. 건물은 벽돌식으로 장식이 화려하지 않아 미국식 청교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심슨기념관에도 당시 이화여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현재 보수수리 중인 러시아공사관. 몇 해 전 건축물 보수를 하다 조그마한 통로를 발견했는데 과거 경운궁과 연결돼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종황제의 밀사가 몰래 드나들었음직한 통로는 겨우 사람 한 명이 다닐 정도로 좁고 어두웠다.일본의 눈을 피해 이런 비밀통로를 드나들었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구한말 서양은 힘을 앞세워 조선에 들어왔다. 영국, 러시아, 미국, 일본인들은 저마다 건축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물론 당시의 건축물들은 전통적인 건축물과는 다르고, 독특해서 눈길 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저 “예쁘다”고 할 수도 없는 게 정동의 근대건축물이다. 황제가 머무는 궁 안에서나 궁궐 밖에 새겨진 건축물들에서는 갈팡질팡 방황하는 대한제국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으며 눈 감을 수도 없다. 자랑스럽든 부끄럽든 역사는 역사다. 당시의 건축물은 벽돌로 쓴 역사서다.

여행길잡이
성공회 성당은 주말과 공휴일,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성당 내부도 볼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성당에 대한 설명을 들려준다. 단체는 예약이 필수다. 서울시의회 바로 뒤편에 있다. www.cathedral.or.kr (02)730-6611. 덕수궁은 월요일 휴무다.
중명전은 정동극장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공사 중이라 관람이 안된다. 배재학당은 지난 7월 말 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무료다. 월요일은 휴무. 예약하면 설명도 해준다. 070-7506-0072. 정동교회 뒤편에 있다. 심슨기념관도 보수 수리 중이지만 관람은 된다.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옆에 있다. (02)752-3345. 러시아공사관은 현재 현재 탑 일부만 남아있는데 서울예고(예원학교)와 캐나다 대사관 샛길로 올라가면 보인다. 현재 보수 중이다.

서울시내 근대문화재를 보려면 http://sca.visitseoul.net/korean/architecture를 찾으면 된다. www.docomomo-korea.org는 근현대건축문화유산에 대한 사이트다. 이외에 문화재청 홈페이지 www.cha.go.kr에서 등록문화재로 들어가면 근현대건축물에 관한 것이 뜬다. 서울시내 중심가에 있는 근대문화유산으로는 김구 선생이 암살된 강북삼성병원의 경교장, 서대문 독립공원, 중림동 약현성당, 남대문로의 한국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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