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스페인 살라망카대학 언어학대학장 로만 알바레스 로드리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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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8.22 09: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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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전쟁에 관한 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었고, 18세기 조선조의 궁중생활을 다룬 혜경궁홍씨의 회고록도 읽었죠. 한국을 소개하는 국제교류재단이 간행한 ‘한국에 관한 사실’도 읽었고, 한국 음식에 관한 책도 읽었습니다.”

지난 7월2~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제5차 한국·스페인 포럼이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스페인의 살라망카 대학 언어학 대학장인 로만 알바레스 로드리게스(Roman Alvarez Rodriguez, Decano·57) 교수는 “한국 방문은 처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알바레스 학장은 “스페인 거리에는 한국산 차가 수천대씩 굴러다니고 있고, 한국산 전자제품과 전기 설비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 한국이 그리 먼 나라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마드리드에 온 한국 대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도 말했다.

기자는 한·스페인 포럼 도중 알바레스 교수를 잠시 만났다. 알바레스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살라망카 대학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 대학과 알바레스 학장의 삶에 관한 인터뷰를 추후 e메일로 하고 싶다고 그에게 얘기했다. 알바레스 박사는 스페인으로 돌아간 뒤 중세유럽문학회의, 문학번역회의 등 여러 학술행사 참여로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기자의 e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알바레스 학장은 “스페인에 있을 때 한국의 것에 관해 많이 들었지만 이번에 한국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생겨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체류 도중 쇠고기가 정말 맛있었다”고 평가했다. 기자는 “한국 체류의 첫 인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매우 좋습니다. 한국은 경제·과학·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대단한 나라입니다. 두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습니다. 대륙의 끝부분에 위치한 점도 닮았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인간적이라는 점도 닮았습니다.” 알바레스 박사는 “동료 교수 중 한 명의 아들이 한국 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동료 교수가 “한국-스페인 결혼에서 태어난 손자들을 매우 귀여워하고 있다”며 한국과 스페인이 멀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동네에는 한국인이 20여년 동안 태권도를 가르치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화를 지향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스페인의 살라망카 대학에도 진출해 공부하고 있었다.
“현재 70여명의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언어학부에는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소수의 학생들이 와 있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여름학교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서울대 소속 11명, 단국대 소속 6명이 공부 중입니다. 한국외대 등에서도 학생들이 와 있습니다. 서울대 스페인어과 교수가 학생들을 이끌고 왔습니다.”

-박사는 살라망카 대학의 역사가 매우 오래 됐다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오래 됐나요?
“스페인 서부 살라망카 지역의 살라망카 대학(Universidad de Salamanca)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입니다. 이 대학은 12○○○ 설립됐어요. 살라망카대는 옥스퍼드대, 파리대, 볼로냐대 등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고 이들은 세계 최고(最古)의 대학입니다. 살라망카대는 16세기에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분교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현재 살라망카 대학에는 3만명의 정규 학생이 등록돼 있으며, 연간 7000명의 외국 학생들이 스페인어와 문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살라망카 대학은 이밖에도 가톨릭 교회에 속하는 ‘폰티피컬 대학’을 갖고 있습니다. 이 대학에는 6000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어요.”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의 발원지라고 일컬어지는 성균관대학은 조선 태조 7년인 1398년에 설립됐다. 살라망카 대학은 이보다 180년 앞선다. 한국사에서 성균관 이전에는 국자감(고려), 국학(통일신라), 태학(고구려) 등 고등 교육기관이 있었다. 이런 역사를 생각하면 살라망카 대학의 역사는 굉장한 것 같다.

살라망카 대학은 역사가 긴 만큼 각종 고서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알바레스 교수는 “중앙도서관에는 13세기 중엽의 기록, 옛 원고 2774건, 483건의 인큐내뷸라(incunabula, 1500년 이전에 유럽에서 활판 인쇄돼 현존하는 초기 간행본), 19세기 이전 서적 6만2000권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장 오래된 서적은 라틴어로 된 1059년의 것”이라며 “대학 도서관들이 보유한 서적은 모두 100만권을 넘는다”고 말했다.

-박사님이 학장직을 맡고 있는 살라망카 대학의 언어학 대학을 소개해 주세요.
“살라망카의 언어학 대학은 25개 언어를 가르칩니다. 라틴어, 그리스어 등 옛 언어를 비롯해 현대 언어인 아람어(Aramaic, 아람은 시리아의 고대 이름)와 한국어도 가르칩니다. 우리 대학의 김혜정 교수는 스페인 사람을 위한 초급 한국어 학습서를 썼습니다. 살라망카 대학은 의학, 실험과학, 예술, 인문학 등 80개 학과를 개설하고 있으며, 특히 영문학 등 인문학과 법학으로 유명합니다. 1492년 스페인어 문법서를 집대성한 안토니오 데 네브리하, 르네상스 시대 국제법 이론을 확립한 프란시스코 데 비토리아가 이 학교 출신으로 유명합니다. 이 학교 출신의 철학자, 작가, 정치인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현대 언어를 배우는 데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왜 오래된 언어들을 가르칩니까?
“라틴어나 그리스어 등 고대 언어들은 우리 서방문화의 기초입니다. 이들 언어는 오늘날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의 ‘어머니 언어(mother languages)’이죠. 우리는 고대 영어, 고대 노르웨이어, 고대 독일어, 히브루어, 산스크리트어 등도 가르칩니다. 이런 언어들은 폭넓은 인문 교육을 제공하며, 인간 역사에 대한 넓은 시각을 갖게 합니다. 한 마디로 인류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죠.”

세계 최고의 대학을 품고 있는 스페인의 서부 도시 살라망카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알바레스 교수에 의하면, 살라망카는 한 마디로 고도(古都)다. 오랜 역사를 가진 다수의 수도원과 교회가 널려 있다고 한다.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조물은 토르메스 강 위의 ‘로만교(橋)’이며, 이것은 2000년 전의 것이다. 살라망카 대학의 박물관에 가면 ‘살라망카의 하늘’이라고 불리는 15세기에 대학 도서관의 천장을 장식했던 벽화를 볼 수 있다. 살라망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2002년에는 ‘유럽의 문화 수도’로 지정됐다. 도시의 중요 기념물들은 금빛이 나는 석회암으로 만들어져 도시에 아름다운 색조를 제공한다.

알바레스 박사는 “인구 16만5000명인 작은 도시 살라망카는 밤낮으로 대학생들이 오가는 전형적인 대학도시로서 독특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사는 “이 도시는 금으로 주조된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대학의 여러 건물들은 15, 16, 17세기에 건축된 것으로 역사적·기념비적 가치를 갖고 있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살라망카의 언어학 대학은 고대 로마의 궁전양식을 따라 만든 신고전 양식의 건물이다. 이 도시의 건물들이 아름다운 때문인지 일본인들은 살라망카에서 돌을 직접 수입해 살라망카의 옛 건물을 닮은 건물들을 일본에 여럿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알바레스 교수에 의하면, 일본에는 2차 대전 당시 살라망카 대학의 학생이었던 전직 일본 외교관이 ‘살라망카 친구들의 협회’를 만들어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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