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군자의 꽃, 널 닮고 싶다[경기 시흥 연꽃 테마파크 & 갯골 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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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8.22 09: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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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보러 가자. 여름꽃 중 가장 오래, 가장 화려하게 피는 꽃은 아마도 연꽃일 것이다. 꽃송이도 크고, 우아할 뿐 아니라 보기도 좋다. 휴가도 다녀왔고, 멀리 떠나긴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시흥이 괜찮다. 지난해 문을 연 연꽃테마파크는 넓이가 무려 11.2㏊(4만3000평)이다. 이 정도 크기의 연꽃밭은 국내에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주변에는 염전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생태공원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도 좋다.

△ 연꽃 테마파크
39번 국도 변에서 이정표를 보고 한 블록 들어가니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여기 무슨 연꽃밭이 있을까 생각되지만 바로 아파트 단지 뒤편의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연밭이 펼쳐진다. 연밭은 장관이다. 연잎이 들판을 메웠다. 연잎이 워낙 큰 까닭에 멀리선 꽃송이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푸른 연잎을 보는 것만으로 눈이 시원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평일이라 관광객들은 많지 않았지만 대신 사진기를 메고 촬영을 나온 사진가들이 연꽃에 접사렌즈를 들이대고 있다. ‘영부인’이란 품종의 홍련은 꽃대가 꼿꼿했고, 미색의 황연은 탐스럽게 보였다. 백련도 있고, 수련도 많다. 가시연과 물양귀비도 눈에 띈다.
“어머니, 여기 좀 서보라니까요. 사진도 별로 없으시잖아요.” “팔순 나이에 고운 꽃사진은 뭐 하러 찍냐. 난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꽃 양산을 받쳐들고 백발노모를 모시고 나온 효부의 모습이 곱다. 그림책을 하나 들고 아이들과 함께온 모자도 있고, 휴대전화로 연꽃을 담는 주부도 보였다. 연인과 같이 온 대학생들도 연꽃밭을 쫓아다니며 사진촬영에 분주했다.

연밭과 물왕저수지 주변은 시흥일대에선 꽤 유명한 자전거 도로라서 자전거동호인들도 자전거에 내려 연밭에 들러 꽃구경을 하다 갔다. “오전 5~6시면 사진가들이 몰려와서 많이 찍죠. 그때부터 꽃봉오리가 열리는 꽃이 있거든요. 게다가 연잎에 이슬이 맺히는 모습도 아름답죠.” 여름이면 한 달 반 정도 연꽃밭에서 일한다는 50대 사진사는 “아침이 좋다”고 했다. 농업기술센터의 조원익씨도 “연꽃은 오전 6~7시 사이에 오면 막 연꽃잎이 펴져서 연향이 은은하다. 가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향에 취할 때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련류는 오전에 꽃이 피기 시작해 오후 2시 이후엔 서서히 봉오리를 오므린다고 했다.

시흥의 연꽃 역사는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전기의 농학자로 알려진 강희맹 선생이 1493년에 명나라 남경에 사신으로 갔다가 전당지에서 연씨를 가지고 와 심었다는 기록이 ‘연지사적’ ‘경기도읍지’ 등에 나온다. 물론 그 전에도 국내에 연꽃이 있었다. 연꽃은 불가의 상징. 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았다는 ‘애련설’을 쓴 주돈이의 영향으로 유학자들도 연을 군자의 꽃으로 여겼다. 고서화에도 시에도 연꽃이 등장한다.

시흥시청 향토자료실 김치성씨는 “선생이 들여온 연은 꽃 아래 부분은 붉은데 위로 올라갈수록 하얘지는 홍련류로 초산면 관곡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며 “그래서 이 지역이 연성동이란 이름으로 불렸다”고 했다. 관곡지는 연밭 바로 옆에 있다. 기와담장으로 둘러싼 연꽃밭의 크기는 가로 23m 세로 18.5m다. 이 연지는 사위인 안동 권씨가 보살폈고, 지금까지 권씨 집안에서 관리되고 있다. 당시 5명이 이 작은 연꽃밭을 관리했다는 기록이 있고 나라에 내는 세금도 면제해줬다고 한다.

관곡지 옆에 연꽃밭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6년 전. 쌀수입이 재개될 경우 대체작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농업개발기술센터에서 연근 농사를 권장했다. 연꽃 종류는 56종. 수생식물도 20여종이나 된다. 언제 연꽃이 가장 좋을까? 지금이 절정이다. 연꽃은 8월 말까지가 가장 보기 좋고 9월 중순까지는 볼 수 있다. 연꽃이 매달려 있는 때는 15일 정도.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한 뒤 60일이면 연밥이 땅에 떨어진단다.

△ 갯골 생태공원
주민들은 연꽃밭도 좋지만 연꽃테마파크에서 5㎞ 이내에 갯골 생태공원도 둘러보라고 했다. 갯골 생태공원은 갯벌과 염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공원이다. 이곳에는 일제 때 개발된 염전의 원형이 남아 있다. 염전은 현재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1934년 대한염업이 이곳에서 소금을 생산했어요. 97년에 문을 닫았으니 벌써 11년 전에 소금농사는 끝났습니다.”(김낙필 시흥시청 계장)
염전의 역사도 볼 수 있어 좋다. 55년까지 염전은 토판을 사용했다. 토판은 갯벌 바닥이란 뜻이다. 그 옆에는 옹패판 염전이 있다. 55년부터 80년대 초까지 사용되던 염전이다. 염전바닥에 깨진 옹기조각이나 사기조각을 깔았다. 이후엔 타일을 깔기도 했고, 고무판을 까는 곳도 있다. 염전 옆에 지붕을 씌워놓은 낮은 창고 같은 것은 해주. 바닷물을 끌어들여 저장해놓는 곳이다. 소금 생산을 하기 어려운 비오는 날엔 물을 가두어 놓아야 한다.

지금은 매립 등으로 지형이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갯수로를 따라 바닷물이 들어오게 돼 있다. 이 갯벌 수로를 바로 갯골이라고 한다. 갯벌에는 말뚝을 박은 뒤 나무데크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생태학습장으로 괜찮다. 망둥어가 갯벌에 나와 햇볕을 쬐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조그마한 게들이 오가는 모습도 보인다. 주변에는 잔디밭과 양철바람개비조각도 있다. 생태공원은 아직도 조성 중이며 완공된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연꽃밭과 갯골공원. 아이들과 함께 여름 한나절 나들이로 다녀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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