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포린 폴리시’ 한국어판 편집장 노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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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8.21 11: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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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연령별 명칭에서 빠져 있는 것이 바로 20세이다. 즉 공자는 자신이 15세에 “학문에 뜻을 세웠고”, 30세 때는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섰으며”, 30세 이후에는 10년 단위로 각각 그것에 걸맞은 이름을 붙였지만 유독 20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공부를 시작하기에는 약간 늦은 나이지만 그렇다고 자립하기에는 아직 이른, 어중간한 연령대여서 그랬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사정은 당사자인 공자만이 알 터이다.

‘약관(弱冠)’이란 말에도 20세의 이같이 불안정한 상황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즉 배우기 시작하는 10세의 ‘유(幼)’와 가정을 거느리는 30세의 ‘장(壯)’ 사이에 끼여 있는 20세의 ‘약(弱)’은 비록 성인을 뜻하는 ‘관(冠)’을 써서 ‘약관’이 되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자립능력을 갖추지 못한 연령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20대는 군사독재정권 시기 학생운동의 전통 등으로 인해 ‘나라와 민족을 짊어지는 세대’나 ‘행동하는 지식인’ 따위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군사독재가 붕괴되고,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물결이 사회 곳곳에 넘쳐나면서 이 같은 기존의 이미지는 급격하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치사회적 문제에 철저하게 무관심하며, 오로지 법전과 토플 문제집을 끼고 다니면서 대기업 취업시험이나 고시에만 매달리는 ‘젊은 늙은이’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올해 5, 6, 7월 세 달 동안 이 땅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정국’에서도 20대는 10대보다 더 겁이 많고, 이른바 386세대인 40대보다 더 약삭빠른 세대로 취급받기도 했다.

그런데 20대는 과연 그러한 세대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자칭 타칭 ‘20대 문제 전문가’가 있다. 그 스스로가 20대의 한복판인 25세의 노정태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을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만나 20대 문제를 비롯한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았다. 노정태는 최근 20대 문제를 포함해 정치, 대중문화, 국제 관계 등에 대해서도 그 나름의 깊이 있는 시각이 담긴 글을 통해 ‘알 만한 사람에게는 알려진’ 인터넷 논객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질문에 진지하고도 열정적으로 답변했다.

노정태는 무엇보다 20대 문제는 ‘20대를 비롯한 모든 세대의 문제’ 또는 ‘세대간 소득격차의 문제’인데도 마치 ‘20대가 문제’란 식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숙련노동자 한 사람을 길러내는 데 긴 시간이 요구되는 지금의 20대와 그 이전의 20대는 생물학적 연령은 같다고 하더라도 각각 처해진 환경과 조건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노정태는 “예컨대 문학평론가 백낙청, 김우창 등은 자신들이 20대 중후반이있던 1960년대에 일급 지식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2008년 지금 20대들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성인이 아닌데도 성인으로서의 사유와 실천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금 대한민국의 20대는 외환위기 당시 자신의 아버지들이 줄줄이 직장에서 쫓겨나서 거리를 헤매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또한 경기부양책으로 정부에서 남발한 신용카드의 빚에 내몰린 희생자들도 바로 그들이었다. 노정태는 한국사회의 20대가 처한 상황을 ‘쇼크 독트린’의 개념을 빌려 설명했다. 원래 ‘쇼크 독트린’은 캐나다의 유명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이 만들어낸 용어로서 죄수들에게 쉴 틈 없이 폭행, 고문을 가한 뒤 그들이 휴식을 통해 충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금의 20대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외환위기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뒤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내몰린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고교졸업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20대는 곧 대학생인데 현재 대학은 시장의 침투로 20대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거나 하다못해 빈둥거릴 수 있는 ‘자치공간’이 모두 철거되고 그 자리에 대기업 총수들의 이름을 딴 거대한 건물이 세워짐으로써 ‘쇼크 독트린’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고 한다. 노정태는 “서클룸이나 세미나실이 있던 자리에 스타벅스나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서면서 20대는 더욱 나약해지고 무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나약해진 20대들을 무조건 옹호할 수는 없지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 또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노정태는 “쇼크 독트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사색의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대학의 공영화가 유일한 해결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립대와 사립대가 섞여있고, 그나마 수직 서열화돼 있는 구조 아래에서는 20대 문제와 사교육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대학 공영화 없이는 갖가지 초·중·고에서의 갖가지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으며, 날이 갈수록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려줄 뿐이라는 것이다. 노정태는 “방 안에 이가 들끓으면 살충제를 뿌려 일거에 죽여야지 손톱으로 한마리씩 잡는다면 백년하청일 것”이라고 말했다.

25세의 젊은 나이지만 노정태는 미국 카네기 재단이 발행하는 격조 높은 국제시사전문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의 한국어판 편집장을 맡고 있는 언론인이기도 하다. 대학 1학년 때 딴지일보 온라인기자로 언론과 인연을 맺은 이래 국내외 언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온 그에게 우리 언론의 문제점을 물어보았다. 노정태는 “우선 사실(fact)이 부족하며, 무엇보다 사실과 의견이 분리되지 않은 채 뒤범벅이 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의 경우 일단 확인된 사실을 충실하게 보도해야 하는데 갖가지 ‘시나리오’ 운운하며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불렀다. 원래 이 용어는 라틴 아메리카의 억압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초현실적인 상황이 설정되는 ‘좋은 뜻’을 가진 용어지만 한국언론의 ‘사실·의견 섞어찌개’를 조롱하기 위해 차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아는 한 기사에서의 사실관계가 완벽하고, 사실과 의견이 거의 완벽하게 분리되는 언론은 “의견은 공짜지만 사실은 신성하다”라는 원칙 아래 제작되는 영국의 진보적 일간지 가디언이라고 말했다. 노정태는 “가디언은 사설에서 ‘In praise of’라는 일종의 ‘칭찬 릴레이’를 통해 텃밭에서의 토마토 재배를 높이 평가하는 등 진보의 여유와 긍정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경향신문도 진보언론을 표방한다면 그 대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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