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무대에서 만난 사람]뮤지컬스타 윤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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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8.19 08: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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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꼽추 콰지모도와 덴마크 왕자 햄릿, 너무 다른 인물 아닌가요?’잠깐 고개를 숙여 생각하는가 싶더니 대답을 잇는다.
“꼭 어떤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을 갈망하잖아요. 콰지모도는 이루지 못했으나 열렬히 에스메랄다를 사랑했고, 햄릿의 복수도 어머니와 아버지 선왕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고요. 고뇌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흉측한 몰골로 태어난 콰지모도는 늘 신에 대한 원망과 존재에 대한 고뇌를 가지고 살았죠.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부터 햄릿 역시 고뇌 속에 빠졌고요.”

우문에 현답이라고 할까. 어느새 콰지모도와 햄릿이 같은 인물인 것처럼 여겨졌다. 윤형렬(25)과 얼굴을 마주하자 정글 속의 카멜레온이 떠올랐다. 그만큼 달라보였다. 지난해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그는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역으로 일약 차세대 스타로 부상했다. 내년 2월 시작하는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을 비롯해 2008년 말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다.

그는 현재 뮤지컬 ‘햄릿’ 연습에 정신없다. 지난 6월 말 ‘노트르담 드 파리’의 지방 공연까지 마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뛰어들었다.
오는 21일 숙명여대 내 ‘씨어터S’에서 시작되는 ‘햄릿’의 주인공 역으로 그를 포함해 임태경·박건형·이지훈 등 4명이 캐스팅됐다. 경쟁이 치열하다. 덕분에 연습실엔 불볕더위 이상의 것이 감돌고 있다. 연기, 노래는 물론이고 몸짱 경쟁으로도 날이 서 있다.

“요즘 ‘햄릿’ 연습실은 헬스장을 방불케 해요. 햄릿이 오필리어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웃옷을 벗는 장면이 있거든요. 제가 막내이긴 하지만 선배들의 가슴·배 근육이 모두 훌륭해요. 제가 제일 빠지는 것 같아요.”

그가 예상하는 ‘햄릿’의 색깔도 다르다. 박건형의 햄릿은 카리스마 넘친다. 임태경은 모성애를 자극할 것 같다. 자신은 무대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고뇌하는 햄릿 자체가 되고 싶다. 지금으로선 욕심이지만. 관객을 환호케 한 그만의 ‘콰지모도 표’ 음색도 탈바꿈 중이다. 햄릿은 음악 중심의 뮤지컬로 노래가 아름답다. 그러나 배우 입장에선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는 2006년 말 싱글앨범을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 그러나 홍보와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데뷔하자마자 침체기를 겪었다. 1년 가까이 서울 대학로와 압구정 소극장에서 ‘먼데이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무료 관객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물론 출연료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땐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유일한 희망이자 위안이었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힘들게 가수가 됐는데…. 너무 궁지에 몰리면 아무런 생각이 없잖아요. 당시 뮤지컬 배우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제작사에서 먼저 제의가 왔고 오디션을 보게 됐죠. 마치 붕괴된 건물 밑에 깔려 있다가 한줄기 빛을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잠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2003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자작곡으로 은상을 수상하며 어렵사리 가수의 꿈을 이룬 순간 찾아온 시련에 한동안 몸도 마음도 고생이 컸던 것 같다. 그는 자작곡으로 크고 작은 대회에서 상을 받아왔다.

이제 부모는 뮤지컬 배우인 아들의 열성팬이다. 33명의 친지들을 이끌고 단체관람을 하기도 했다. 특히 아버지에게 고맙다.
“서대전고 시절 엄격한 아버지에게 반항하느라 6개월간 가출한 적이 있어요. 호프집을 전전하며 엄청 고생했지만 자유가 좋더라고요. 귀가시간이 저녁 6시였을 만큼 집안 분위기가 갑갑했거든요. 아버지는 젊은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하셨어요. 다행히 10·26 사건이 일어나기 한 달 전 경호실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화를 면하셨죠.”

가출해 고생할 만큼 하고 나니 정신이 들더란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자각이 일었고 집에 다시 들어갔다. 자청해서 스파르타식 기숙사 학원에 보내달라고 해서 1년간 열심히 공부해 중앙대에 진학했다. 영어학을 전공하는 그는 현재 휴학 중이다.

“제가 닥치면 피 터지게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무대에서도 그런 것 같아요. 선배들이 ‘배우는 뒤통수에 냉기가 흘러야 하는데 너는 뜨거운 물이 흐른다’고 하세요. 단점이면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햄릿’이 눈앞에 닥쳤으니 또 눈에 불을 켜고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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