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수잔나 시겔·김재희양 대담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8.13 09:03:34
  • 조회: 6134
시겔 교수는 미국 심리철학의 대표학자로 지각·시각 경험과 관련된 철학 분야에서 주요한 연구업적을 남겼다. 특히 지각에서 지시어 사용의 역할을 밝혀냄으로써 언어철학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철학은 고루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혹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철학이 쓸모없다고 여긴다. 철학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유용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만일 유용성을 돈벌이 수단으로 본다면 철학은 쓸모없다. 그러나 좁은 의미의 유용성만으로는 철학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밝힐 수 없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에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철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철학이 사람들이 가진 근본적인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철학은 세계의 근본을 설명해주는 학문이다. 철학의 유의미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철학은 남성중심적이었고 존경 받는 철학자들 역시 대부분 남성이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여성으로서의 한계, 불이익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철학계의 반여성적 분위기는 최근 나아지고 있다. 지금 하버드대 철학과 학생의 절반이 여성이다. 철학계 내부로 들어가면 세부적인 분야에서 저명한 여성철학자들이 곳곳에 있다. 물론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왜 반반이 아니냐고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철학이라기보다는 사회학적인 질문이다. 여성들이 비논리적이고 수학적 사고에 약해서 철학계에서 약세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경험적으로 반박이 됐다. 수학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언어학의 하위분야들 중 하나는 전공자들 대부분이 여성이다.”

-교수님은 제 나이 때 철학에 관심이 있었나. 철학을 공부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궁금하다.
“17살때 난 대학교 2학년으로 철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인 루이스 캐럴을 좋아했다. 그의 책에는 논리적인 퍼즐이 자주 나오는데 거기에 흥미를 느꼈다. 철학개론을 들으면서 이런 흥미들이 어느 정도 충족된다는 것을 느꼈다. 고등학교 때는 정치사상에 관심이 많아서 마르크스의 저작들을 보기도 했다.”

-용어 자체가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소피스트’들을 좋아한다. 소피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소피스트를 좋아한다니 흥미롭다. 거꾸로 김재희 학생이 소피스트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고 싶다.”

-소피스트의 책들을 보면 재판장 같은 데서 죄의 유무를 따질 때 타인을 설득시키는 장면들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김재희 학생에게 궁금한 것은 소피스트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들이 언어를 통해서 진리를 창조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들이 진리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어떤 것을 진리라고 설득시키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하는 점이다. 만일 후자 때문에 설득하는 능력에 매료된 것이라면 철학자가 아니라 변호사의 길을 가는 게 맞다.(웃음)”

-교수님은 마음, 언어, 지각에 관한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관심영역을 좀더 상세히 설명해 달라.
“나의 관심 영역은 두 가지인데 서로 연결돼 있다. 먼저 표상(representation)에 관심이 많다. 특히 언어가 외부세계를 어떻게 표상하는지, 심리가 외부세계를 어떻게 표상하는지를 연구해왔다.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오감(senses)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지각(perception)’으로 가게 됐다. 특히 지각의 핵심은 ‘지향성(intentionality)’인데 이는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외부대상을 상징적으로 표상하느냐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지향성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
“‘김재희’라는 글자가 있다면 이것은 김재희라는 사람 자체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경험 혹은 뇌구조 역시 외부 대상을 표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향성은 바로 쭈글쭈글한 뇌가 외부대상을 이미지화해서 받아들이는 메커니즘을 말하는 것이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