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통신] “어머니란 이름이 나를 살게 했다”[허수경의 당당한 딸 사랑]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 08.07.31 08:43:34
  • 조회: 566
대한민국에서 한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 이토록 화제가 된 적이 있던가. 두 번 이혼한 싱글여성으로 공개적으로 ‘정자기증’을 통해 아이를 낳았다고 선언한 방송인 허수경씨. 그의 남다른 삶의 궤적은 정자기증의 합법성 유무 등 비혼모 논쟁에 불을 붙였다.

모성권리의 선구자란 찬사와 자기 욕심만 추구하는 이기주의자란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별이 엄마로, 또 방송인으로 무엇보다 한 여성으로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고 있다. 최근 ‘빛나라 세상이 어두울수록’(문학사상)이란 자전에세이를 펴내 다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허수경씨를 그의 일터에서 만났다.

20대에 이미 방송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라 방송인 중 최고 소득을 기록하기도 한 그였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오히려 그 때보다 더 밝고 행복해 보였다.

-딸 별이가 태어난 게 지난해 12월31일이었지요. 임신 소식을 전하면서부터 엄청난 논쟁에 시달렸는데 이렇게 파장이 클지 예상했나요.

“제가 평범한 여성이 아니라 방송을 하는 공적 영역의 사람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파장이나 영향력이 클 줄 몰랐어요. 한국사회 가족의 규범, 틀을 깨는 사람으로 이름이 거론될 때는 제가 더 당황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형편이고, 제 아이의 탄생에 ‘정자기증’이란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아 인터뷰를 하며 ‘생물학적 아버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 말이 엄청나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더군요.

‘남자는 필요 없느냐? 그럼 여자들끼리 잘 해봐라’란 비아냥이 쏟아졌습니다. 아이의 인권도 있고 사적인 영역, 개인적인 문제여서 가능한 한 숨기고 침묵하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제가 직접 말하고 설명해서 오해를 풀려고 합니다.”

-어떤 오해가 가장 힘들던가요.

“노후가 적적해서 아이를 낳는 거라면 애완견을 기르라는 등의 비아냥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비혼모를 조장하거나 선동한다는 비난을 들을 때는 좀 억울했죠. 비혼모란 매우 위험한 선택일 수 있거든요. 절대 남에게 권할 사안이 아닙니다. 제 경우, 이미 결혼생활을 해봐서 시험관이나 인공수정 등의 의학적 과정도 문제가 없고 친아버지의 부재 외엔 여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직장, 안정된 소득, 도움을 줄 수 있는 친지들이 다 갖춰져 있어서 ‘비혼모’를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었지요. 단지 결혼은 싫고 아이만 원한다고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려면 사랑은 기본이고 돈과 시간이 꼭 필요해요. 그건 정말 성부 성자 성신의 삼위일체처럼 기본요소인데 무조건 비혼모를 선택하면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불행이지요”


-자식을 키워본 엄마로서 허수경씨보다 아이에 대한 걱정이 더 컸습니다.

특별한 주목을 받게 된 아이의 성장 과정도 다소 걱정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이 경제력만이 아니라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인데 마흔살에 엄마가 되었으니 환갑 무렵에 과연 수험생 엄마 노릇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마저 듭니다. 그래서 여성들 가운데서도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비난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물론 제가 간절히 원해서 아이를 낳았기에 이기적이지 않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어느 부모나 이기적이 아닐까요. 완벽히 아이의 행복만을 고려해서 아이를 낳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부모로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느끼는 기쁨을 기대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흔살에 출산한 저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 나이에 처음으로 임신을 결심한 게 아니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꿈이 훌륭한 엄마가 되는 것이어서 첫번째 결혼 때부터 간절히 아이를 원했지만 되지 않았어요. 자궁외임신과 유산으로 나팔관 두 개를 잃어 정상적 임신도 불가능했습니다.

두번째 남편과의 파경으로 제 삶이 절박하고 낭떠러지에 있는 상황에서 자살도 시도해봤어요. 자연임신이 불가능하고 이혼녀라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저를 살아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름, 어머니란 이름으로 말입니다. 죽음보다는 생명을 되찾고 싶어 출산을 선택했고 제 인생만큼 아이의 인생도 충분히 고려했습니다.

또 고령화 사회이고 한국 여성들의 평균 수명이 벌써 80세 이상입니다. 계산해보니 평균수명만 살아도 아이가 지금 제 나이 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더군요.”


-아이를 원하면 입양도 있고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출산’이 아닌 다른 선택도 많지 않을까요.

“저는 언제나 저를 중심으로 살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항상 애정을 퍼붓는 대상이 있어야 제 존재의 의미를 찾는 성격이에요. 그동안 열심히 살았지만 정작 제 자신을 위해 한 게 별로 없더군요. 그렇다고 학위를 따려는 목적으로 공부를 더 하고 싶지도 않고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는다고 저를 위해 사는 삶은 아니죠.

제가 온전하게 사랑을 퍼부어주고, 제 존재감을 느끼게 해줄 대상으로 아이를 원했습니다. 저를 아는 모든 분들이 제가 정말 모성애가 풍부하다고 하는데 정작 정상적인 결혼 생활 중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더군요. 그동안 제 인생에서 남자에 대해 좋은 경험이 없고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도 없습니다. 나이가 먹으니 마땅한 남자를 만날 확률은 더욱 줄겠지요.

어쩌면 50이나 60에도 진정한 사랑을 발견할 수는 있겠지만 그때 엄마가 되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렇다고 아이를 만들기 위해 남자를 선택할 수도 없었죠. 제 나이가 생리적으로 엄마가 되기 위한 커트라인이었어요. 형식적으로 틀을 갖기 위해 결혼할 생각은 없고 제 인생에 아이가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서서히 포기할 무렵, 정자기증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과학적 성공률도 10% 미만이고 고비고비마다 정말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았답니다. 1%의 희망으로 시작했는데 한 계단, 한 계단 이겨내고 성공했어요.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야 제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