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홀로 떠나는 감성여행[새로나온 여행책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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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7.30 09: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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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
여행에는 분명 ‘멜랑콜리’란 속성이 있다. 때로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풍경이 감정선을 자극해서 심장을 쿵쿵 뛰게 하거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이 책은 ‘멜랑콜리 여행기’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 최갑수는 시인. 사실 시인과 여행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어느 절간에 가서는 눈 속에 피는 매화를 넋놓고 보기도 했고, 웬 섬에서는 봄볕을 쬐는 동백에 취해 꽃 진 자리에서 소주 몇 병을 비운 적도 있었다.’(78쪽). 작가는 여행을 사랑했다.

이 책의 무대는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터키, 베트남, 태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 10개국 23개 지역이다. 하지만 풍경에 대해, 유적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 자신에 대해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다. ‘성당 앞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었다. 마음에도 살이 붙는 것 같은 이 기분. 착하게 살고 싶어진다. 아침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59쪽).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략) 우리가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줄 지도 한 장. 이 것들을 담을 수 있는 조그만 배낭 하나. 그리고 약간의 자신감. 괜찮아 모든게 잘될 거야.’(275쪽)

이런 ‘멜랑콜리 여행기’는 세련돼야 한다. 자칫하면 신파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이 책은 독자보다 앞서 나가지 않는다. 발자국 앞에서 멈춘다. 그래서 소소한 감동을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다. 작가는 젊은 시절 시를 부둥켜 안고 살았던 문청이었다. ‘문예지에 실린 시들을 모조리 복사해 가져갔다. 창가에 기대 하루종일 그것을 읽어댔다. 밑줄을 그으며 읽었고 마음에 드는 시는 노트에 옮겨 적었다. 스물다섯살이었고, 시인이 되고 싶었다.’(83쪽) 2000년엔 시집 ‘단 한 번의 사랑’을 냈다. 그래선지 글도 꽤 유려하다. 사진도 좋다. 낱낱이 밝혀내려고 포커스를 들이대지 않은 흐릿한 사진들. 좌표를 읽고 헤매는 현대인들의 마음 같다. 상상공방 1만2000원.

◇ ‘당신의 소금 사막에 비가 내리면’
역시 ‘멜랑콜리한’ 에세이다. 작가는 테오. 서문에 ‘내 안의 감성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고 썼다. 다짐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감성적이다. 여행지는 볼리비아. 무슨 기념비가 있고, 가격은 얼마고 하는 정보는 없다.
이 책의 장점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자연도 이야기 하지만 그리 큰 비중은 아니다. 사람에게 돋보기를 대니 오히려 볼리비아의 모습을 더 깊이 볼 수 있다. 포스터에 나오는 풍경 대신 사람 사는 모습을 썼다. 그래서 그가 소개하는 마을과 사람들의 모습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도박판을 벌여놓고 돈을 잃는 소년 라파엘, 튀김장수 게이코와 가브리엘라, 양치기 소녀 마이라 등의 이야기는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작가는 이런 아이들뿐 아니라 양을 메고 길을 떠나는 할머니, 길에서 만난 히피,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노점상에게도 눈길을 준다. 호수를 지키는 개, 할아버지에게 잡혀 죽은 검은 거위 같은 동물까지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다.

다만 지나치게 감성적인 점이 아쉽다. 여행 중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겠건만 오로지 희·애·락만 쓰고 있다. 자신에게 침을 뱉은 낙타에게까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침은 뱉지 말아줘’라고 얘기한다. 감성을 너무 인위적으로 전달하려 한 게 아쉽다. 장삼이사의 마음은 구겨지고 찢어져 있지, 쫙 펴져있지 않다. 그래도 토라진 친구에게 슬그머니 건네도 좋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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