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시간이 멈춘, 천국에 가까운 섬[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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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7.18 09: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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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때로 사람을 통해 풍경을 본다. 사람 사는 세상이 진짜 세상이다.

△수도 누메아
뉴칼레도니아에서 ‘블루 & 화이트투어’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우승철씨(47). 그는 한국에서 12년, 일본에서 11년, 뉴칼레도니아에서 24년을 살았다. 23세때 일본에서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란 영화를 보고 다이빙을 하러 이 섬에 왔다.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은 일본의 소설가 모리무라 가스라(森村桂)가 1960년대 중반 발표한 동명 소설을 80년대 초반 영화화한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여주인공은 아버지로부터 남태평양에 천국 같은 섬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자란다. 아버지가 죽자 주인공은 아버지가 말했던 섬을 찾아 무작정 뉴칼레도니아로 떠나 마음 따뜻한 원주민도 만나고, 일본인 3세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우씨 역시 20대 초반부터 소설의 주인공처럼 새로운 세상을 꿈꿔왔던 모양이다. 인생살이가 그럴 만하다. 우씨의 어머니는 일본인, 아버지는 한국인이다. 2차대전 후 중국에 머물던 외조부는 귀국선을 타고 일본으로 향하다 목포항에서 생면부지 한국인에게 핏덩이를 맡겼다.

“오카야마에서 사는 마에오카라는 사람입니다. 지금 아이를 키울 형편이 못되니 조금만 돌봐주시면 아이를 찾아가겠습니다.”
이 여자 아이가 우승철씨의 어머니. 하지만 외조부는 끝내 어머니를 찾지 않았다. 우씨의 어머니는 교사가 돼 남편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혈육을 백방으로 찾았으나 결국 만나지 못하고 우씨가 스무살 때 뇌출혈로 사망했다. 우씨는 일본에서도 정을 붙이지 못했다. 4남매 중 막내. 가정형편 때문에 형제 중 유일하게 이와모토(岩本) 집안에 양자로 들어갔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살고 싶지 않았을까?
“한국과 일본은 번잡하잖아요. 여긴 시간이 천천히 흐르거든요. 제가 한국의 초등학교 시절 아무 걱정없이 즐겁게 놀던 식 그대로 제 아이들이 놀며 자라요. 일본과 한국에선 아이들도 경쟁을 하며 살아야 하잖아요.”
다른 데도 좋은 데가 많을텐데…?

“타히티, 뉴질랜드, 하와이, 호주도 가봤는데 제겐 여기가 가장 살기 좋은 것 같아요. 일은 다음이고 제겐 가족이 행복한 게 중요합니다.”
비슷한 질문을 크루즈요트에서 만난 질이란 젊은이에게도 했다. 뉴칼레도니아가 심심하고 지루하지 않느냐고? 질은 “16년째 보트를 몰고 다니지만 자연이 좋아 그대로 살고 싶다”고 했다.

뉴칼레도니아는 남북의 길이가 450㎞나 되는 큰 섬이다. 본 섬 그랑테레 외에 일데팽, 리푸, 우메아 등을 거느리고 있다. 남한보다 조금 작은 크기이지만 인구는 고작 25만명에 불과하다. 수도 누메아는 유럽의 소도시 같다. 원주민보다 유럽인이 더 많다. 공식통계자료엔 7만6293명, 유럽인이 49.9%다. 카낙이라 불리는 원주민은 22.5%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계, 베트남계, 타히티계도 각 3%나 된다.

왜 베트남인과 인도네시아인이 여기까지 들어왔을까? 니켈 광산 때문이다. 니켈 생산량은 세계 3위. 전 세계 생산량의 12%가 뉴칼레도니아에서 나온다. 매장량은 전 세계의 20%. 니켈 하나만으로도 온국민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전 국토의 60%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이명완 뉴칼레도니아 관광청 한국지사장은 “나라의 절반 이상이 자연유산이 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리푸와 일데팽
뉴칼레도니아의 어디가 가장 아름다울까? 우씨는 “바다만 보지 말고, 푹 쉬었다 가라”고 했다. 일본인들은 일데팽, 우메아, 리푸에서 푹 쉬었다 간다고 한다. 리푸에 가봤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리푸의 크기는 1150㎢. 강화도의 2배가 조금 넘는다. 이 섬에는 몰디브처럼 연록색을 띠는 해변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다. 하지만 리조트급 호텔은 딱 3개뿐이다. 나머지는 민박인데 그것도 10가구 정도뿐이다. 시설이 좋은 드레우빌리지의 총지배인은 윌리엄. 프랑스 사람으로 96년 여행을 왔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에 호텔이 이것 밖에 없을까?
“원주민들이 그닥 호텔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이것도 정부에서 지은 거죠.” 실제로 카낙은 별로 불편할 게 없어 보인다. 해변 한 귀퉁이에선 검은 피부의 카낙이 서핑수업을 받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아이들이 깔깔 웃어댔다. 아이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맘껏 놀았다. 행복해 보였다. (누메아에선 아이들이 매주 한 차례씩 골프수업을 받는다. 이 학원 저 학원으로 토끼몰이를 해대는 우리에 비할 수 없다.)
일데팽은 리조트가 제법 갖춰진 섬이다. 일데팽이란 소나무 섬이란 뜻. 관광포스터에 단골로 등장하는 명소인데 하필 비가 내렸다. 바다는 연한 푸른빛. 비가 내리자 제 색깔이 드러나지 않았다. 피로그로 불리는 원주민 배를 타고 우피만을 돌아봤다.

뱃사공의 이름은 다니(28). 배를 몬 지 2년 됐단다.
일감이 많은 누메아에서 살지, 여긴 심심할텐데? “고기잡이를 좋아해서 뱃사공이 됐어요. 아버지는 시청 직원이고, 누이들은 누메아에 있죠. 저는 이게 행복해요.”
얼마나 벌까? 한 달 평균 수입이 우리 돈으로 400만~500만원 정도라고 했다.

그때 잠깐 햇살이 터졌다. 산호 바다가 환해졌다.
문득 다 팽개치고 이런 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살기는 쉽지 않다. 일자리 얻기도 힘들고, 대도시의 속도에 길들여진 사람은 느린 삶에 쉬 적응하지 못한단다. 하기야 ‘빨리빨리’에 적응한 한국인이 그들처럼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뉴칼레도니아에선 골치 아픈 세상을 잠시 잊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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