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태고의 정적이 만져지는 곳! [말레이시아 국립공원 ‘에코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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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7.09 08: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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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그대로의 빽빽한 열대우림.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비를 맞으며 걷는 수억 년 전의 숲길. 밀림 깊숙한 곳에 신비스러운 속내를 감추고 있는 태고의 동굴. 보르네오 섬 북쪽의 말레이시아 사라왁(Srawak)주 바코(Bako)·물루(Mulu) 국립공원은 이 모두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때 묻지 않은 광대한 정글과 지상의 문명을 압도하는 엄청난 규모의 석회암 동굴이 산재해 있다. ‘에코 투어’의 숨은 명소로 아직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판에 박힌 여행에 싫증을 느낀 여행자에게 권할만 하다.

# 바코 국립공원의 정글 트레킹
바코 국립공원은 사라왁의 주도인 쿠칭(Kuching : 말레이어로 고양이란 뜻)에서 북동쪽으로 37㎞ 떨어진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바코 마을에서 남중국해로 향하는 강을 따라 모터보트로 30여분 달리면 공원 입구. 바닷물에 뿌리를 박고 무리지어 서있는 맹그로브 숲이 이국적이다. 공원사무소에서 허가증을 받아야 정글로 들어갈 수 있다. 자연보호를 위해 하루 입장인원을 제한한다.

숲속으로 들어서자 마중 나온 긴코원숭이(프로보시스 멍키) 한 마리가 나무를 탔다. 처음 만나는 밀림의 주인 중 하나. 길 옆 바위에 붙어 있던 자이언트 개미가 경계심을 품었는지 더듬이를 세운다. 축축한 습지엔 식충식물이 동그란 ○○○를 벌리고 먹이를 기다린다. 발 밑으로 세월이 쌓여 얽힌 덩굴이 출렁거린다.
인디애나 존스의 무대라 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곳이다. 때마침 푸른빛을 머금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원시림이 내뿜는 숲의 향기는 더 신선해졌다. 튀어나온 나무 뿌리를 피해 요리조리 걷다보니 시야가 확 트인다. 맹그로브 숲과 어우러진 남국의 해변. 오랜 세월 침식에 의해 빚어진 해안절벽의 풍광이 역동적이다. 바다 위로 불쑥 솟은 ‘용의 머리’가 기괴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해변에서 긴코원숭이 한 가족이 무리지어 환송을 했다.

# 물루 국립공원의 동굴 트레킹
쿠칭에서 항공기로 1시간여 가면 브루나이 왕국과 국경을 접한 사라왁 제2의 도시 미리(Miri)다. 여기서 40인승 경비행기로 갈아타고 30분 밀림 위를 더 날아가면 물루 국립공원. 해발 2376m의 물루산을 중심으로 엄청난 크기와 길이의 동굴들이 모여 있는 세계적 동굴탐험 명소. 주변 밀림은 빙하기를 극적으로 피했기에 희귀한 동식물의 보고다. 이러한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정글의 낮은 고요하다. 하늘을 가린 원시림에 들어서면 경건함마저 느껴진다. 입구에서 3㎞ 떨어진 동굴 근처까지 잘 정비된 나무 탐방로가 이어져 있어 걷기엔 무리가 없다. 난간에 기어 다니는 독충만 조심하면 된다. 울창한 숲길을 1시간쯤 걷다보면 갑자기 햇살 무더기가 쏟아지고, 눈앞에 시커먼 입을 벌린 산이 가로막는다.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슴 동굴’. 바로 이웃엔 종유석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랭 동굴’이 있다. 컴컴한 ‘사슴 동굴’ 입구로 들어선다. 세속에 때묻은 한국·중국의 관광 동굴과 달리 오색찬란한 조명도 없다. 손전등 불빛을 길잡이 삼아 구불구불 걷는다. 뒤돌아보니 링컨 대통령의 옆 모습을 닮은 실루엣이 신기하다. 자연이 빚은 경이로운 조각상들이 어둠 속 곳곳에 숨어있다. 동굴 크기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120m, 넓이가 1000㎡ 정도로 대형 여객기 수십 대를 채울 수 있는 규모다. 까마득한 천장엔 박쥐 떼 300만마리가 매달려 있다. 고개 들어 입 벌리고 감탄하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석양이 깃드는 오후 5시30분쯤, 먹이를 찾아 나서는 박쥐 떼의 군무가 볼 만했다. 숲속에 어둠이 내리면 반딧불이가 반짝반짝 춤을 춘다. 낮에 숨죽이고 지내던 습지의 생명들도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정글은 밤에 깨어났다. 생명의 원천인 숲. 밀림은 우리의 지친 영혼을 정화하는데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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