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한국문학 번역에 평생 바치고 있는 안선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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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7.08 09: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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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테제 공동체 소속 안토니 수사(Brother Anthony of Taize). 수사 안토니(66)는 우리의 교육-문학-출판계에서 교수 안선재 겸 한국문학 번역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해 3월 서강대 교수로 20여년간 근무한 뒤 정년 퇴임한 그는 현재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면서 명예교수로 대학생들에게 초서, 셰익스피어 등 중세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가까운 어느 오피스텔. 기자가 얼마 전 방문했을 때 수사 안토니는 작고 조용한 방에서 향을 피운 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향은 기분을 좋게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 수사는 작은 질그릇을 방안에 배열해 두고 차 마시는 것도 즐긴다. 전화를 걸면 그는 한국어로 받는다. “요즘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한국어로 된) 시와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하고, 사람도 만나고, 기도 모임에도 나가고, 상담(인생상담, 진로상담, 종교상담 등)도 해 주고, 잠도 자고, 차도 마시고….” 그는 “전보다 훨씬 여유있게 산다”고 대답했다.

교수님, 요즘엔 어떤 책을 번역하고 있습니까? 교수 겸 수사 안토니는 “현재 고은의 시선집(Selected Poems)을 번역 중”이라고 말했다. 1960~2001년에 발표된 고은의 시이며, 교정 단계에 있단다. 안토니는 고은의 시를 약 10년간 번역했다. 안토니는 “김영무 교수(2001년 별세)가 미리 시를 골라 주었다”고 말했다. 수사 안토니는 시인 김영랑의 시집도 번역 중이다. 김영랑의 아들이 찾아 와 “아버지의 시를 번역해 달라”고 부탁했단다. 김영랑은 일제 시대(1935년)와 해방후(1947년)에 한 권씩 시집을 냈다. 안토니는 고은 시인이 티베트를 방문한 뒤 1999년 쓴 ‘히말라야 시’는 거의 번역을 완료해 조만간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창비사에서 나온 이시영의 시도 번역 중이다. “나는 지금까지 모두 23권을 번역-출간했습니다. 이문열이 쓴 ‘사람의 아들’은 3년 전 번역했으나 출판사를 찾기 어려워 아직 출간되지 않았어요.”

안토니 수사는 “번역보다 출판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출판사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워요. 그리고 시집을 번역-출간해도 잘 안 팔립니다. 올 여름 고은의 시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그린 인티저(Green Integer)’ 출판사에서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고은의 ‘만인보(萬人譜)’가 2005년 이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이 인연이죠.” 안토니는 만인보를 ‘Ten Thousand Lives’라고 번역했다. 그는 고은 시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15개 언어로 번역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영어로는 6~7권이 번역돼 있다. 그의 작품이 외국어로 번역된 것은 거의 30권에 이른단다.
한국 문학 작품들이 제대로 번역되지 않아 노벨 문학상을 못 받는다는데요?

안토니 수사는 “한국 작품이 번역이 잘 안돼 노벨 문학상을 못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수년전 한 헝가리 작가는 번역이 제대로 안 됐어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반론했다. 안토니에 의하면, 이 작가는 2권의 영문 번역본만 갖고 있었고 책은 1000부도 채 안 팔렸다. 영어권 사람들이 거의 모르는 데도 큰 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노벨 문학상은 번역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내에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0권가량의 영문 번역서가 나왔고 현재까지 번역문학서는 모두 80여권에 이른다. 이들 책은 주로 미국에서 출간됐다. 안토니는 “한국 문학은 다른 외국의 문학에 비해 영문 번역본이 더 많이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안토니 수사는 상을 받으려면 국내 문인과 해외 문인과의 교류 및 정보교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학번역원이 5월 중순 외국의 젊은 작가 20여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1주일 동안 국내 작가들과 만나도록 주선했다”고 소개했다. “문인들은 서로 어울려 시를 낭송하고 토론하고 술도 마시고 여행도 했어요. 이런 활동은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세계화시키기 위해 필요합니다. 초청된 작가들 중 영국 작가 스티븐 홀은 첫 소설을 썼는데 이미 30여개 국어로 번역돼 있습니다. 아주 작은 출판사에서 책을 냈어도 출판사끼리 상호 교류하면서 서로 번역을 권해서 그렇게 됐어요.”

안토니는 “한국의 출판사들은 국제 교류를 잘 못한다”고 평가했다. 잘 알려진 국내 출판사의 사장이나 간부들도 국제교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문학번역원이 출판사들의 국제교류를 대행해 주는 측면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안토니는 “영어로 번역된 80여권의 한국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이 미국의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문학 시장은 출간된 책들이 신문이나 잡지에서 서평으로 소개돼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문제는 미국의 주요 간행물들이 번역서에 대해 서평을 실어주느냐 여부다. 책을 낸 다음 서평의 대상으로 선정되는 것이 문학서적의 해외진출 첫 단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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