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흐르는 물처럼 몸과 마음 하나되기[휴가전 읽을만한 여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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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7.08 09: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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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걷고 싶은 길
지난해 김남희를 처음 만났다. 오래 전부터 한 번쯤 만나고 싶었던 여행가였다. 첫인상은 수더분했고, 그의 감성적인 글을 닮았다. 잘 웃었고, 눈가에 박힌 작은 잔주름이 귀여웠다. 라이카 디카를 하나 사들고 와선 생각보다 잘 찍힌다고 웃었다. 너무 달지도 않고, 너무 향이 진하지도 않은 적당한 카푸치노…, 그래 꼭 카푸치노 같은 여자였다. 그때 경향신문에 함께 연재하기로 했던 기사가 ‘김남희의 유럽을 걷다’였다. 이 책은 그간에 나온 글들을 다시 모아 살을 더 붙이고 키운 것이다.

김남희의 글을 읽을 때마다 걷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당시엔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다비드 르 브루통에 빠져 있던 때였다. 이후 파울로 코엘료가 걸었다는 프랑스 남부에서 스페인으로 이어지는 순례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기자의 여행계획표 상단에 올라가게 됐다. (이 책에는 산티아고는 없지만 그 전에 나온 책과 경향신문에 보낸 원고 중에는 있다. 걷기 여행이라는 원고가 아니라 세계의 컬트여행지라는 시리즈 중 하나였다.) 김남희가 보내온 호반시인 워즈워스의 레이크 디스트릭트 부분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 나온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대조하며 읽었다.

김남희의 글은 즐겁다. 걷기 여행이란 안락하고 편안한 여행은 결코 아니었다.
“늘 그랬듯 배낭은 지구를 통째로 들어올린 무게였고, 길은 고무줄처럼 늘어만 갔다. 비까지 몹시 내렸다. 끈질기고 지독한 비였다. 시위 진압용 물대포처럼 모질게 퍼붓기도 하고, 슬금슬금 흩뿌리며 속 깊이 달라붙기도 했다.”(203쪽 스코틀랜드 여행기 중)
하지만 그의 고생길은 여름날 한바탕 지나가는 소낙비처럼 상쾌하다. 문장은 꽤 유혹적이다. 이를테면 “길위에서 듣는 김광석은 위험하다” “추억이 살아올 때 머리보다 몸의 반응이 빠르다” 같은 글귀에는 유머가 섞여있다.

김남희에겐 도보여행가란 꼬리표가 붙는다. 전업작가로 나선 것은 2003년이니 걷는 사람으로서 연륜도 보인다.
“걸을 때 세계와 나 사이의 거리는 좁아진다. 걷는 동안 나는 세계의 관찰자가 아니라 세상의 일부가 된다. 풍경 속으로 들어가 풍경이 된다. 걸을 때 몸은 진화한다. 걷다보면 발이 절로 나아가는 순간이 온다. 내 의지로 몸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몸이 나를 이끌고 간다. 땅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모든 동작에 어떤 무리도 따르지 않는다. 몸과 마음, 육체와 영혼이 하나가 되어 조화롭다. 흐르는 물과 같다. 최고의 선이다.”(75쪽) 이쯤 되면 그는 발로 여행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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