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느릅나무…’ 공동연출 권오일·은아 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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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7.07 09: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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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없는 부녀(父女)다. 내년이면 창단 40주년을 맞는 극단 성좌의 대표 겸 연출가인 권오일씨(77)와 그의 딸이자 연출가인 권은아씨(43). 두 사람은 오는 1일로 다가온 연극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 공동연출가로 대학로 연습실에서 작업 중이다. 부녀 사이로, 공동연출가로 서로 다정한 말이 오고갈 법도 한데 별말이 없다. 조금 떨어진 책상에 앉아 배우와 무대를 응시할 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서로간에 흐르고 있는 따뜻한 동지애를 발견할 수 있었다.

‘1세대 연출가’로 불리는 권오일은 1969년 극단 성좌를 창단한 후 고집스럽게 리얼리즘 연극을 고수하고 있다. 딸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소극장을 들락거리며 연극냄새를 맡아왔다. 어느새 아버지와 한 길에 들어선 지 10년. 부녀는 대학로의 엘림홀에서 20일까지 공연하는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에 처음으로 ‘공동연출’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아버지는 “짐을 덜었다”고 좋아했고 딸은 “부담스럽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여행다녀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해마다 여름이면 아버지를 따라 거창연극제에 갔었죠. 그곳이 우리집의 휴가지였어요. 집에서는 재미없는 아버지였는데 무대에선 닮고 싶은 게 많은 스승이죠.”

딸은 아버지의 디테일한 묘사나 배우들을 편안하게 아우르는 스타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순조롭게 작품을 만들수 있는지 가르침을 얻고 있다. 아버지는 1남2녀 중 아끼는 막내딸이 든든하다. “처음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별말 안했어요. 좋아해서 선택한 일이니…. 어려운 일 있으면 나눠 맡기고, 힘도 덜고 저야 좋죠. 점수를 준다면 80점쯤 줄까.” 그러나 속내까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89년부터 10여녀간 대학로에 위치한 성좌소극장을 운영해온 그는 건물주인이 바뀌면서 임대료가 오르자 극장을 비워야 했다.

성좌소극장을 넘겨받아 소극장 아룽구지로 운영해오던 극단 목화의 오태석마저도 지난해 뛰어오른 임대료를 감당못해 극장을 떠난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내로라하는 연출가들마저도 자신의 창작공간없이 떠돌아야 하는 연극판에서 버텨내야 할 딸이 안쓰럽기도 하다. “80년대 전성기 때는 극단 단원이 50여명에 이르고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연거푸 대상을 타기도 했죠.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단원이 열댓 명으로 줄었어요. 그래도 매년 연극 2~3편씩을 올리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아버지가 딸에게 자주 하는 말은 ‘인생에 대해, 인간에 대해 관조하는 눈을 가지라’는 것. 연극은 꾸준한 인간탐구와 이해에서 시작되고 끝맺음해야 제대로 그릴 수 있는 그림과 같기 때문이다. 극단 성좌가 리얼리즘 연극을 고집하는 것은 미술에서의 데생처럼 연극의 기초가 된다고 여겨서다. 그러나 10여편 넘게 아버지와 작업해온 딸이지만 2002년 아카펠라 뮤지컬 ‘헤이걸’로 연출 데뷔하는 등 시대 변화도 타고 있다. 이후 연극 ‘달의 뒤쪽’ ‘소나무 아래 잠들다’, 액션극 ‘배틀로드 802.15.4’, 뮤지컬 ‘메노포즈’ 등을 연출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무식해서 뮤지컬은 모르겠다”는 아버지와 “사생활이 없다는 게 유일한 공동연출가의 단점”이라는 딸은 함께 극단 성좌 40주년을 꿈꾸고 있다. 내년에 공연할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블랙코미디’ 등을 말하는 부녀의 눈빛이 똑같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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