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밤샘작업 하느라 남편과 첫 갈등 겪었죠”[뮤지컬 ‘줌마렐라’ 연출 이항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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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6.30 09: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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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는 세 가지 성이 있어. 남자, 여자 그리고 아줌마.’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7월19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줌데렐라’(극 고혜정·작곡 신재홍)는 ‘제3의 성’인 아줌마에 대한 얘기다. 신데렐라를 꿈꾸지만 남편과 아이들에게 치여 밤이면 녹초가 되고 마는 아줌마들을 위로하는 신나는 춤과 노래가 드라마에 잘 녹아있다. 박자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다가도 객석에서는 연방 “맞아 맞아” “옳소” 등의 추임새가 터져나온다.

연극배우 겸 연출가로 활동하는 이항나(38)의 연출작. 뮤지컬로는 ‘리틀샵 오브 호러스’ ‘메노포즈’ 등에 이은 세번째 연출이다. 지난해 역시 아줌마가 된 그는 이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20일 가까이 밤샘을 하느라 부부간의 첫 갈등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스트레스 풀었다”는 아줌마 관객들과 그 옆에서 고개숙이며 미안해하는 남편들을 볼 때면 창작뮤지컬 초연에 따른 불안감이 어느 정도 사라지는 느낌이다.

“앞으로 고치고 다듬을 부분이 많지만 관객들이 공감하며 호응해 다행이에요. 대중과 좀더 밀착된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조금은 다가간 것 같아요. 창작뮤지컬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이 콘텐츠가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면 성공한 셈이죠.”
‘줌데렐라’는 어느날 위암 판정을 받은 동동이 엄마가 자신의 여고동창생 4명을 호텔방으로 초대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와 고민들을 나누는 내용을 그렸다. 아줌마의 꿈과 비애 등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특히 여자들의 ‘영원한 아킬레스건’인 친정엄마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훌쩍이는 이들도 있다. 연극에 뿌리를 둔 연출가로서 드라마에도 많은 신경을 쓴 대목이다. 2막 첫 장면에 등장하는 남편들의 애환도 사실적으로 재미있다.

“친정, 자식, 남편, 돈, 어릴 적 꿈 등 나와 다르지 않은 문제들로 고민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위안을 받는 것 같아요. 저도 가끔 친정이 더 잘 살았으면, 형제가 더 잘났으면 생각할 때가 있는데 무대 위에서 누군가 똑같이 고민하는 것을 보면 동질감을 느끼며 위안을 받기도 하잖아요.”
이항나는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해왔다. 올초에 선보인 ‘그녀의 방’은 연극과 전시가 어우러진 멀티장르로 주목받았다. 이항나의 대표작으로 공연 때마다 실험과 연출을 달리하고 있다. “새로운 장르의 공연형식이 좀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이에요.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 말고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생각의 진폭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죠. 연극뿐 아니라 무용·영상·음악·미술 등 다양한 영역이 참여하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러시아 유학시절인 1994년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공연된 ‘봄이 오면 산에 들에’로 데뷔한 그는 ‘6호실’ ‘냉정과 열정사이’ ‘고도를 기다리며’ 등을 연출했다. 연극 출연작으로는 ‘갈매기’ ‘사랑은 흘러간다’ ‘바랑의 키스’, 영화로는 ‘남남북녀’ ‘송어’ 등이 있다. 연출은 겁없이 대담하게 하지만 연기는 무대에 설 때마다 두렵고 힘들다고 한다. 지난해 ‘갈매기’에 출연하면서는 배우로서 새로운 화두를 얻기도 했다.
“당시 연출가 카마 긴카스는 독설가로 유명한데 제 연기를 보고 평가하기를 ‘여태까지 네가 한 연기는 모두 가식’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동안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 부분들이 ‘칼’이 돼 돌아왔다고 할까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죠.”

올해 ‘한국 연극 100년’을 맞아 출간되는 ‘연기사’의 공동집필자로도 활동하는 그는 오는 7월말부터 방송될 TV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도 출연한다. 배우와 연출가로, 뮤지컬과 방송·영화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넘나드는 이항나는 요즘 ‘줌데렐라’에 나오는 ‘아줌마들의 파워’를 자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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