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송해, “발가벗고 목욕 나누는 대화, 그게 소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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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http://www.newsis.com]
  • 08.06.27 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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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방송국 최장수 프로그램 KBS ‘전국노래자랑’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1980년 첫 선을 보인 전국노래자랑은 지금도 평균 시청률 15%로 일요일 지상파 오락프로 중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이돌 스타들이 등장하는 허다한 프로그램들이 5% 안팎의 시청률을 보이는 것에 비하면 놀라운 일이다. 전국노래자랑의 장수를 이끈 요소는 여럿이다. 국민이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출연자들의 질박한 모습…. 하지만 21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송해씨의 기여를 뺀다면 이런 평가는 허구다. 모내기하다 갓 나온 것 같은 그을린 얼굴, 볼록 나온 배에 자그마한 체구 등 텔레비전과는 어울리지 않는 외모지만, 그가 무대에 서면 박수 갈채와 함께 뽀뽀 세례가 쏟아진다. 꽃미남의 인기는 저리가라다.
‘최장수 프로의 최고령 MC’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권위를 앞세우지 않는 것이다. 어르신으로의 권위나 노인 특유의 고집스러움은커녕 능청스러운 애교도 마다않는 그다. 그는 “현장에 나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진정한 소통의 달인이다.

대화와 현장 파악이 소통의 비결
-21년째 전국노래자랑의 사회를 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장수하는 이유 중 하나로 어떤 연령층과도 허물없이 어울리는 송해님의 진행을 꼽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분위기를 잘 만드십니까.
“현장 파악이 중요해요. 그 지역의 특성과 지역민들의 관심사를 알아야 하고, 무대 상황이나 출연자 특징도 알아야 관객들과 호흡을 할 수 있고 생동감 나는 방송이 되거든요. 소통이란 게 나 혼자 통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나누는 거잖아요. 언제나 방송 하루 전이나 아침 일찍 그 지역에 가서 우선 목욕탕부터 들르고 시장에 있는 해장국집이나 식당에서 밥을 먹어봐요. 동네 목욕탕에 앉아 피로도 풀고 발가벗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해요. 요즘 뭐가 제일 걱정이냐, 이 마을 자랑거리는 뭐냐 등등 이야기를 나누면 정보도 얻고 금방 친해지죠. 방송이건 정치인이건 책임자는 현장에 가서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해요. 또 세 살 어린아이부터 103세 어르신까지 1세기가 공존하는, 한 세기가 한 무대에서 노는 프로가 바로 ‘전국노래자랑’이에요. 주한외국인들까지 이 무대에 섰고 일본, 미국 등의 교포는 물론 금강산 모란봉 광장에서도 방송을 했죠. 103세 되는 할머니가 81세된 딸과 손잡고 나오고, 그 어렵다는 제수씨가 시아주버님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게 이 프로요. 100세 노인이 3년 만에 다시 출연했는데 얼굴이 좋아보이시기에 ‘장가 한 번 더 드셔도 되겠다’고 했더니 ‘그거 참 좋은 얘기’라고 답해서 웃음바다가 된 적도 있죠. 어디 사람뿐인가? 크게는 타조에서 새끼 호랑이, 노루, 참새, 뻐꾸기, 염소, 수달, 달팽이까지 올라옵니다. 이런 짐승들도 전국노래자랑의 재미를 아는지 간드러지게 울부짖고 뛰놀아요. 짐승이든 사람이든 이 프로에는 누구나 출연 자격이 있는데 신기하게 무대에서 나와 놀면 짐승도 즐거워하거든.”

-출연자들이 친근하다 못해 너무 허물없이 대해 곤란할 때도 많죠?
“언젠가 공주에 사는 89세 할머니가 반갑다며 내게 착 들러붙으시는데 도저히 내 근력으론 뗄 수가 없어 애먹었어요. 얼마나 적적했으면 나를 보고 ‘이때로구나’ 하고 껴안고 외로움을 풀어보시려고 했을까 싶어 그냥 참았지요. 또 건장한 의경들이 나와서 비보이 흉내를 내며 나보고 무동을 타라고 하기에 올라 탔는데 내 체중을 못 이겨 굴러 떨어졌어요. 어깨가 탈골이 되고 목이 삐끗했는데 현장에서 아프다고 방송을 중단할 수 없어 중간에 파스 사다 붙여가며 무사히 마치긴 했는데 석달을 고생했죠.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당황해서 날 놓친 거니까 이해해야죠. 갑자기 스타킹을 머리에 뒤집어 씌우기도 하고 나오자마자 뽀뽀를 해서 가슴이 철렁할 때도 있고.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들이 지역 특산물을 갖고 나오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크지만 사실 먹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특히 여름철에 녹화장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생선을 날것으로, 그것도 꾸역꾸역 한 마리를 통째로 입에 쑤셔박듯 넣기도 해요. 비브리오균 식중독 걱정을 하면서도 도리없이 먹어줍니다. 고춧가루 범벅이 된 김치를 입에 넣어준다는 것이 얼굴에 치대도 ‘앗 따거!’라고 애교부리며 넘겨요. 내가 망가지고 까불어줘야 관객들이 좋아하거든요. 관객들이 우리 프로의 주인이자 보배인데 방송 나오려고 열심히 준비해왔으니 무대에서 맘껏 펼치게 해줘야죠. 상대방이 마음먹은 것을 풀어주는 것이 소통이에요.”

-젊은층을 만날 때 세대차이는 어떻게 극복합니까.
“아직 100세는 안 되었어도 82년을 살아봤으니 만나는 이들 연령대의 눈높이로 대하는 거지. 초등학생이 나한테 ‘형’이라고 할 때는 황당하기도 하지만 버릇이 없어 그런 게 아니라 소통의 한 방법으로 그렇게 툭 건드려보는 거니까 웃으며 받아들입니다. 요즘은 여중생들도 ‘오빠’라고 부르며 사인해달라고 하는데 이야기를 시켜보면 그렇게 똑똑하고 야무질 수가 없어요. 대화를 해봐야 서로 이해가 가능해요. 부모, 가족과 대화의 즐거움이 없으니 텔레비전에서 친근해진 나를 ‘형’ ‘오빠’라 부르며 친해지자는데 버릇없다고 야단칠 수 있나. 혹시 자녀 문제로 속썩는 가정이 있다면 나를 좀 데려갔으면 해요. 그 애들과 한 두 시간만 허물없이 대화하면 자녀갈등이 해소된다니까요. 누구나 다 자기 말을 하고 싶어하고 들어줄 사람을 필요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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