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우리 영어선생님은 ‘이주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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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6.18 09: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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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오지인 전북 장수군 계남초등학교. 전교생이 76명에 불과하다. 이런 촌동네 학교가 사람들의 눈을 동그랗게 만든다. 모의병원이 있고 레스토랑이 있다. 은행, 공항도 한 곳에 모아놨다. 바로 올 3월 문을 연 ‘영어카페’다.
카페 문을 열어보니 아이들이 최신형 어학기를 이용해 모의 건물을 오가며 영어공부에 한창이다. 아이들 입에서는 ‘꼬부랑 발음’이 술술 나온다. 아직은 어눌하지만 제법 들어줄 만하다. 이들의 곁을 두 명의 선생님이 지키고 있다. 하지만 완전 서양인의 모습을 한 영어 선생님을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이 카페를 지키는 주인은 외국에서 한국 농촌으로 시집온 이주여성들이다.
“외국여성들이 한국에 시집올 때는 한 번 멋있게 살아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뜻대로 잘되질 않아요. 경제적으로 너무 빈곤한 데다 언어와 문화 등 여러 장벽들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지요. 지금처럼 학교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희망이고 자랑이에요.”
계남초등학교에서 영어보조교사로 일하는 에드나(29·장수군 계남면 화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2004년 친구 소개로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왔다. 남편 김모씨(45)는 밭농사를 열심히 짓지만 사는 건 늘 버겁다. 한국에 오기 전 홍콩에서 4년간 아이들 영어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그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품고 살아왔고 그 꿈이 올해 실현됐다.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네미아(40)는 필리핀에서 라디오 아나운서와 신문기자로 일했다. 시골 아낙이 된 그 역시 똑같은 감회에 젖어 있었다.
“한국에 와 너무 힘들었는데 집 근처 학교의 보조선생님이 되고 난 뒤부터 한시름 놨어요. 보람과 자신감이 넘친다고 할까요. 장수에 사는 어린이들만큼은 대도시 못지않게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처음에 어색해하던 아이들은 이제 스스럼없이 피부색이 다른 선생님들에게 달려든다. 교원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매일 아침 1시간 일찍 출근해 에드나에게 회화를 배운다. 이상문 교장과 행정실 직원 등 전체 14명 중 이 시간을 빼먹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장수군에 거주하는 해외 이주여성은 152명. 아이들을 합치면 다문화가족이 400여명에 달한다. 장수교육청은 올 3월 장수군 관내 5개 학교에 영어카페를 개설했다. 장수지역 전체 초등학교에는 영어보조교사 17명이 배치됐다. 자체 연수를 거쳐 ‘선생님’으로 당당히 한국 교단에 선 외국인 여성들은 30명이나 된다. 해외이주여성 정착 문제가 군정 현안이 된 장수군도 이들이 영어선생님이 되는 데 힘을 보탰다.
신병호 장수교육장은 “전적으로 학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어교육을 위해 장수로 시집온 외국인 여성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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