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저 붉은 능선 너머 오아시스는 있을까[세계 最古 나미브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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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06.18 0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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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살아있는 모든 생명붙이를 위해, 그리고 죽어서 한 줌 모래가 돼버린 모든 것들을 위해서도 건배하자. 여기는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땅,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이다. 허허롭고 황량하며 삭막한 모래언덕이 이렇게 아름다울 때도 있다. 그 틈에서 피어나는 생명들도 경외스럽다. 이 붉은 모래언덕을 보기 위해 유럽에선 해마다 60만명의 여행자가 몰려온다.
아침 햇살 비추는 풍경 최고
사막의 입구 세스리엠 소수스플라이 국립공원. 새벽 6시, 정문 앞에는 20여대의 차량들이 줄을 섰다. 동이 터야 문을 여는데 아침 햇살이 비추는 사막이 가장 아름다워 새벽부터 여행자가 몰린다. 햇살이 닿는 부분은 새빨갛고, 그늘진 부분은 새까맣다. 양지는 붉고, 음지는 검다. 양지와 음지가 칼처럼 나뉜다. 이런 나미브 사막의 모습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잡지와 신문, 방송에 소개되면서 사진작가는 물론 광고인들까지도 많이 찾는다.
가이드 요한은 오랫동안 사진작가를 안내해 와 모래언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요한이 데리고 간 첫번째 모래언덕 능선은 S자 라인이 아름다웠다.
대체 왜 이렇게 모래가 붉을까?
모래언덕 ‘듄17’ 60층 빌딩 높이
“현미경으로 모래알을 들여다보면 모래 알갱이의 95%는 쿼츠(석영의 종류)이고, 나머지는 금속이죠. 금속이 산화되면서 붉은 색을 띠는 겁니다.”
모래가 뜨거운 햇살에 산화, 즉 속까지 타버린 것이다. 모래언덕 주변에는 힘겹게 뿌리를 박고 있는 가시아카시아 나무 한 그루만 살아남았다. 주변에는 죽고 말라서 기둥이 반지르르하게 윤이 나는 나무들도 보인다.
이런 모래언덕은 몇 개나 될까? 사막지역은 16만5000㎢로 우리 국토의 두 배가 조금 못된다. 이 중 국립공원지역은 8만㎢, 모래언덕이 있는 사막은 3만㎢다. 모래언덕 지역만 한국의 3분의 1이나 된다.
“모래언덕엔 이름이 있나요?”
“일부 모래언덕만 과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번호를 붙였죠. 가장 유명한 곳이 듄 45입니다. 공원 입구에서 딱 45㎞ 떨어져 있죠. 듄 17은 가장 높아서 60층 정도 되는데 애칭이 빅 대디(Big Daddy·아빠)죠.”
듄 17의 높이는 375m로 약 60층 빌딩의 높이다. 듄 45는 150m다.
듄 45는 나미브 여행자에겐 랜드마크다. 칼 같은 능선을 밟고 꼭짓점에 서면 나미브 사막지대를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휘어진 모래능선도 아름답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듄 45 언덕에는 숱한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꼭짓점까지는 약 20분.
정상에서 본 모래능선은 겹겹이, 층층이 끝간 데 없이 펼쳐진다. 모래언덕이 대서양의 일렁이는 파도처럼 많다. 듄 45에서 약 50㎞ 떨어진 대서양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듄의 각도는 완만한 쪽이 15~20도, 급경사가 32~35도다.
대체 이 광활한 사막은 어떻게 생겼을까?
1억3500만년 전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가 분리됐다. 7500만년 전부터 급격한 풍화가 시작됐고, 1500만년 전부터 사막화가 진행됐다. 현재의 모습으로 변한 것은 500만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다. 새벽에는 0도까지 떨어지고, 오후 2~3시쯤이면 40도, 지표온도는 70도까지 올라간다. 수천만년 동안 이런 급격한 온도차로 인해 나무도 부서지고, 바위도 가루가 된 것이다.
사막은 살아있다.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다. 나미브 남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년 40만㎥의 모래를 사막에 퍼나르고 있다. 그래서 오래 전에 침몰된 배가 사막 한 가운데서 발견되기도 한다. 경비행기 투어를 신청하면 사막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다. 벵겔라 해류는 연중 15도 안팎이고, 모래는 뜨거워 해안에는 늘 안개가 가득하다. 먼 옛날 나미비아 서해안으로 들어왔던 배들은 이 안개바다에서 수없이 난파됐을 것이다. 가까스로 육지에 도착했더라도 끝없는 사막에 기가 질렸을 법하다.
유럽에서 매년 60만명 몰려와
사막의 하이라이트는 데드플라이(Deadflei). 죽은 웅덩이란 뜻이다. 죽은 나무 수백그루가 촘촘이 박혀 있는 데드플라이는 나무들의 공동묘지처럼 보인다. 바닥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회색. 붉은 모래언덕과 대조를 이룬다. 고목엔 새집이 있었다. 새 한 마리가 관광객들을 경계하며 선회비행을 했다.
왜 여긴 바닥 색깔이 다를까?
“이건 진흙입니다. 옛날 여기에 강이 흘렀어요. 그런데 400~500년 전 모래가 쌓이면서 강이 끊긴 거죠. 이 고목들은 이미 수백년 전에 죽은 나무들입니다. 이런 곳이 서너개 돼요.”
세상에!. 모래가 강도 죽인 것이다. 180㎞ 떨어진 나우클루프트 산에서 흘러내린 타우합강은 한탄강처럼 땅이 꺼져 생긴 협곡으로 흐르다가 데드플라이 인근에서 뚝 끊긴다. 이 강은 지하로 스며들어 바다까지 간다고 한다.
“사막이 완전한 죽음의 땅은 아닙니다. 도마뱀도 살고 있고, 개미와 풍뎅이도 보이죠. 나미브 사막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것은 적지만 비가 내리기 때문입니다.”
연강수량은 75㎜. 올해는 180㎜나 내렸단다. 5년 만에 웅덩이도 생겼다. 하지만 물은 며칠 못가서 증발해버리고 만다. 사막 주변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사막 곳곳에 벼락같이 풀들이 피어났다가 벼락같이 지고 만다. 풀을 찾아서 오릭스와 스프링복들이 무리를 지어 찾아왔다. 비록 금세 말라버릴 풀들이지만 사막에서 힘겹게, 생을 이어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생명붙이들에게 찬사를 보낼 만하다.
사막은 삶과 죽음의 경계다. 피었다 시들고, 일어섰다 쓰러지는 생명들이 가득하다. 한알의 모래도, 한움큼의 풀도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사막은 생명을 잉태하고, 그 주검도 껴안는다. 생과 사의 모래능선 위에 서보시라. 세상에 지루한 삶이란 없다. 모든 삶은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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