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얘야,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쁘니?[어느 날, 오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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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6.11 09: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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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였다. 버드나무 밑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은 하나 둘씩 바쁘다며 시커먼 양복을 차려입고는 ‘자원 사냥꾼’이 되어 ‘자원 도시’라는 곳으로 사라졌다. 함께 개울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산에 다래가 얼마나 익었는지 보러 가기로 했던 마지막 친구마저 번쩍거리는 차를 타고는 떠나버렸다.
고향에 혼자 남은 오로지. 우연히 개울에 빠진 남자를 구해낸 오로지는 그 남자에게서 특별한 ‘머리찌’를 선물로 받는다. 머리찌가 마음과 시간을 통제해 훌륭한 자원 사냥꾼을 만들어준다는 말에 오로지는 솔깃해진다. 숨어 있는 자원을 찾아내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자원 사냥꾼이라는 말이 조금은 미심쩍다. 그러나 자원 도시로 가 친구들처럼 멋진 옷을 입고 신나게 다시 놀 생각에 즐겁게 그 머리찌를 손에 넣는다. 그럼 오로지는 자원 도시로 가 친구들을 만나고 전처럼 행복해졌을까?
놀이터에서 함께 놀 친구마저 없을 정도로, 꽉 짜여진 일정을 따라 숨차게 달리는 우리 아이들 모습에 오로지의 친구들이 겹쳐지는 것은 당연하다. 잠시라도 시간을 주고 놀게 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부모들 덕분에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경쟁을 위한 시간관리에 익숙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자유롭고 풍성한 어린 시절을 굳이 박탈하면서까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성장의 모습은 어떤 것이며, 그 아이들이 자라서 살기를 바라는 세상은 어떤 것인가? 작가는 오늘의 이 이기적이고 시끄러운 한국사회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자원 도시로 간 오로지의 그 후를 살짝 엿보자. 오로지 일, 오로지 돈, 오로지 개발. 오로지가 자원도시에 오게 된 이유인 옛 친구들과의 만남은 바쁜 생활 속에 잊혀진 지 오래다. 어머니가 돌아가셔도 오로지에겐 흘릴 눈물도 슬퍼할 시간도 남아 있지 않을 정도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고 열심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남들보다 먼저 ‘으뜸 자원 사냥꾼’이 되기 위해 애쓰는 오로지. 세상의 모든 자원을 파헤쳐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은 자연의 경고도 무시한다. 끝을 생각하지 않고 달린 오로지와 오로지의 자원 도시는 한낱 종이조각처럼 가볍고 위험하다. 갑자기 닥친 북풍의 재앙에 오로지와 자원 도시는 무사할 수 있을까?
자원 도시는 이 세상 어느 도시일 수도 있겠지만 당장 우리가 사는 바로 이 도시, 이 나라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의 의도는 분명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일부를 위한 근시안적인 계획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자원 도시’처럼 손만 대면 바스라질 것 같은 마른 쭉정이로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시사적인 문제와 더불어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이다. 신문과 함께 읽고 토론해보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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