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독일대학, 단순한 서열평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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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6.02 09: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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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발음 ‘아린쥐’를 둘러싼 소동도 있었지만, 한국 사회가 미국에 경도되고, 특히 언어적으로 영어를 강조해 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대로 한때 제2외국어로 굳건한 자리를 지키던 독일어는 힘을 잃고 있다. 영어와 영어권의 압도적인 영향 아래서 한국인의 독일 유학과 한독 교류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서울 한남동 한독상공회의소에 있는 독일학술교류처(DAAD) 서울사무소의 미하엘 파울루스 대표(철학박사)는 2000년 이후 독일 유학생은 3600~3800명으로 아주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2000년 3661명에서 3605명(2001), 3729명(2002), 3899명(2003), 3775명(2004), 3830명(2005), 3875명(2006) 등이다. 영미권 해외 유학파들이 크게 늘어나는 사황에서 적은 증가세는 상대적 감소일지 모른다.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유학한 독일 학생의 수는 2007년 현재 모두 165명이다.

독일 유학의 장점은 무엇일까. 파울루스 대표는 “과학, 공학, 음악, 철학, 법학, 문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진행되는 최상의 연구와 교육을 향유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독일 교육은 실습 중심의 직업 대학에서부터 고전적인 교육 목적의 대학,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직업학교 등 다양하다. 그는 “독일 유학 중에도 영어로 공부할 수 있다. 독일 유학이 영어권 유학보다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대학에 영어 강의가 있다. 현재 459개 강좌가 영어로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독일연방교육연구부(BMBF)는 ‘(교육의) 탁월성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190억유로를 고등교육 부문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대학에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려는 조치다.

흔히 한국에서는 대학을 1류, 2류, 3류 등 서열로 평가한다. 미국의 영향 탓이다. 그러나 파울루스 대표는 “독일 대학들을 단순히 서열로 평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어디에서 공부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무엇을 공부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간판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미국의 하버드나 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에 견줄 만하고, 아헨 대학이나 괴팅겐 대학 등이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다. 만하임 대학은 별로 유명하지 않지만 경제학만은 탁월하다고 한다. “만하임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고 말하면, “아, 그런가”하고 알아준단다. 그는 “하버드 대학이 인문 사회 영역에서는 강하지만, 과학이나 공학에서는 MIT를 알아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이나 한국 사회는 졸업대학의 간판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 대학에서는 최상의 연구와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며 “대학들이 활발하게 학문간 통합 연구도 하고 국제적인 연계도 많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다른 유럽국의 대학들과 서로 학위를 인정해 주는 볼로냐 프로세스(Bologna Process)에 합의했다. 이것은 1999년 유럽의 46개 나라가 타국에서 받은 학위를 인정해 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국내에는 학생교류 차원에서 독일 대학교와 ‘2중학위 프로그램(dual degree program)’을 운영하는 대학교도 여럿 있다. 한국의 여러 대학은 독일의 80여개 대학-학교와 파트너 관계를 갖고 있다. 조선대학교-프리드리시아나 대학(칼스루에), 충남대-드레스덴 공대, 이화여대-클라우스탈 공대, 한양대-부세리우스 로스쿨, 계명대-베를린 기술대학, KDI공공정책 및 경영대학-라이프치히 경영대학원, 고려대-베를린 자유대, 경희대-지겐대, 서울대-본 대학, 성균관대-루트비히막시밀리안스 대학, 연세대-베를린 자유대 등으로 연결돼 있다.

독일은 기존의 법과 대학과 병립적으로 로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법과대학생이나 로스쿨 학생들은 국가가 실시하는 동일한 고시 1차, 2차를 통과해야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독일의 로스쿨은 미국식 로스쿨과 유사하다고 한다. 파울루스는 “한국의 법률 체계가 독일식 대륙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유학생들은 독일의 법학을 공부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법과대학(국립)에서는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졸업까지 여러 해 걸린다. 학생수도 많다. 하지만 독일의 로스쿨은 사립이며 학생수가 적다. 정해진 기간인 4년 이내에 학생들을 졸업시키려 한다. 법대생이나 로스쿨 학생들은 졸업장을 받기 전 6주 실무 교육(또는 4주 실무 교육)을 두 차례 받아야 한다. 1년반에 걸쳐 법률사무실 소속으로 법정 출두하는 등 실무를 익혀야 최종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파울루스 대표는 “미국 대학과 독일 대학들을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로 체제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란다. “독일의 대학이 거의 모두가 국립 대학이지만, 미국의 저명 대학들은 사립대입니다. 독일 대학들은 국립이기 때문에 등록금이 저렴하다는 또다른 장점이 있어요. 독일에서는 한 학기에 500유로(약 70만원) 정도의 등록금이면 됩니다. 한 해 등록금이 1000만원에 달하는 한국 대학의 등록금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저렴하죠.”

원래 독일 대학들은 수업료(등록금)를 받지 않았으나, 최근 수년 사이에 방침이 바뀌고 있다. 학위 취득을 위한 표준적인 학기 수보다 오래 다니는 학생들은 학기당 500유로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두번째 학위나 일정 수 이상의 학기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추가로 내게 한다. 대학원 과정은 650유로에서 수천 유로의 등록금을 내야 한다.
파울루스 대표는 “독일은 유럽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어 주변국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유럽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에게 독일은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요즘 한국에 흩어져 있는 독일 유학 경험자들을 묶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2년 전 독일 대사관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지난해 11월 ‘한·독동문네트워크(ADeKo·Alumninetzwerk Deutschland Korea)’로 명명됐다. 파울루스 대표에 따르면 한·독 수교 100여년 동안 2만여명이 독일유학을 한 것으로 추산되며, 현재 아데코에는 4000여명의 명단이 등록돼 있다. 오는 23일 고려대에서 창립행사를 연다. 이날 저녁 ‘제1회 한·독 과학기술의 밤’ 행사에서는 양국 과학자의 교류도 예정돼 있다. 한국 측에서는 이기수 고려대 총장, 이진우 계명대 총장 등 독일 유학파 저명 학자들이 참석한다.

파울루스 대표는 베를린 자유대학(Freie Universitaet Berlin)에서 독일 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부전공은 철학과 역사), 미국 뉴욕 대학(New York University)에서 독일/비교 문학으로 박사학위(논문: 비주얼 이미지, 카프카와 영화)를 받았다. 영어와 라틴어가 유창하고 프랑스어는 능숙하다. 현재 연세대 독문과에 출강하는 파울루스 대표는 이전 홍콩 침례교 대학, 뉴욕대학 등에서도 강의했다. 뉴욕대에서 99년부터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2002년부터 작년까지는 DAAD 홍콩 대표로 일하다가 지난해 한국 대표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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