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원로배우 장민호·백성희 & 연출가 오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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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5.30 0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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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엔 편집없다 언제나 단판승부

“40년 전 백 선생님, 참 고우셨죠. 지금도 50대로 보이시지만….”(오태석·68) “처음엔 부담스러워 못한다고 했어요. 나중에 장 선생 하면 나도 한다, 그랬죠.”(백성희·83) “우리 두 사람이 ‘좋은 본보기’를 보이고 싶은 게 제 욕망인데, 연극은 편집이 안되니까 무대에서 단판승부를 걸어야죠.”(장민호·84)
연극 연출가 오태석(사진 왼쪽)과 백성희(가운데)·장민호 국립극단 원로단원이 연극 ‘백년언약’의 한 무대 작업을 위해 모였다.
연극배우 장민호·백성희, 연출가 오태석. 이름 석자만으로도 존재감을 주는 연극계 거목들이다. 이들이 요즘 서울 국립극장의 대연습실에서 투혼을 다하고 있다. 국립극단이 한국 연극 100주년 기념작으로 오는 28일부터 6월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태석 작·연출의 ‘백년언약’ 무대를 위해서다.
백성희는 새댁으로 시작해 6·25동란과 전쟁 후 혼란기 등을 살아내는 어머니 역을 연기한다. 장민호는 전쟁의 와중에 인민군에 총살돼 젊은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먼저 이승을 떠나는 남편을 맡았다.
세 사람의 인연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3월 청년 오태석은 ‘환절기’로 경향신문 신춘문예 장막극 부문에 당선됐다. 그해 9월 장민호·백성희 주연, 오태석 작·연출의 ‘환절기’가 명동국립극장에서 공연됐다.
당시 연극을 보기 위해 명동 큰 길에 60~70m 긴 줄이 이어졌고 객석은 3층까지 꽉꽉 찰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무명 최불암은 대사 한 마디 없이 잠깐 무대에 서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두 배우가 부부로 무대에 올라 오태석과 만나기는 꼭 40년 만의 일이다. “어젠 5시간을 쉬지 않고 내리 연습하는데 나중에 눈 앞이 뿌옇게 되더라고요. 설마 오늘은 안그럴테지.” 백성희는 1시간40분 동안 거의 무대에서 퇴장하지 않는다. 질곡의 시대를 견뎌내는 어머니인 만큼 몸 동작 하나, 대사 한 마디 녹록한 구석이 없다. “사람들이 궁금한가봐요, 그 긴 대사를 어떻게 다 외우느냐고? 작품을 정확히 분석하면 내가 맡은 배역이 응고된 개체가 돼요. 그때부턴 연습하며 ‘금저울’ 재듯이 저절로 외워져요. 다 60년간 해온 훈련 덕분이지요.”
오태석은 이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새댁 역에 백 선생을 못박았다고 한다. “제 어머니가 백 선생님보다 네댓살 위에요. 돌아가신 날 영안실에서 발목을 잡고 ‘당신 뭐하러 왔다갔소?’ 묻게 되더라고요. 스무살에 저를 낳고 아버지는 혼란기에 납치되고, 아마 돌아가셨겠지, 우리가 그 다음 세대인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백년언약’은 이데올로기의 이념 대립 등으로 조각난 아픈 시간을 딛고 앞으로의 100년을 약속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삼국유사’에 담긴 고구려 무당 추남과 삼국통일을 이룬 김유신, 쥐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스며있다. 실제인지 환상인지 새댁의 남편은 북한에서 배고픈 아기들을 들쳐업고 땅굴을 이용해 내려와 잘 먹이고 잘 치료해 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한다. 이제 할머니가 된 새댁은 북한의 굶주리고 아픈 아기들을 데려다 ‘보름간만 양자삼자’고 주위를 설득한다. 오태석은 품에 안아 체온이 느껴지는 우리의 아이들 앞에서 이데올로기가 무슨 소용이냐는 듯 결말을 풀어낸다.
“어떨 때는 술 많이 먹어 미운데, 작품이 반짝반짝 빛나요. 예쁜 후배(오태석)예요.”(백성희) “백 선생과는 국립극단 단원으로 한평생 같이 지내왔죠. 피란 보따리 싸서 같이 피란 생활도 하고, 나도 백 선생 못지 않게 씽씽하게 해내야 할텐데.”(장민호) “선생님, 시작해도 되겠죠? 들어갑니다.”(오태석) 세 사람은 ‘백년언약’을 향해 다시 연습실로 향한다. 40년 만에 다시 없을 무대인 양 잘 놀아볼 요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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