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극단 운영보다 좋은 작품찾기 더 힘들어”[주연으로 10년만에 복귀 김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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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5.22 08: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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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울 대학로에 있는 배우세상 소극장으로 공연을 보러 갔다. 극단 배우세상 10주년 기념 연극 ‘선우씨, 어디가세요?’가 첫선을 보이는 무대. 배우 김갑수(51·사진)가 주연으로 10년 만에 나온다는 소식이 구미를 당겼다. 그의 활동은 1998년 극단 배우세상을 만든 후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조연으로 등장하는 정도였다. 그나마 조연으로 출연한 것도 5년 전이다. 배우들이 중심이 된 극단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 벌써 10년이 됐다.
“시간이 금세 지나갔어요. 오래된 극단들에 비하면 긴 세월은 아니지만 1년에 적어도 한 작품씩 창작을 해왔으니 그냥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겠지요. 단원 예닐곱 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30여 명으로 식구가 불어났습니다.”
살을 부대끼며 작품을 일궈내는 식구 개념의 극단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 공연이 있든 없든 극장에 모여 작품을 농사짓는 ‘배우세상’은 대학로의 씨앗과 같다. 2년 전에는 꿈에도 그리던 소극장까지 마련한 터다. 그동안 고생한 이야기가 한 보따리는 될 것 같은데 이모저모 캐물어도 별것 아닌 양 그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버겁긴 해도 아직은 견딜 만합니다. 제가 바깥에서 꾸준히 벌어서 메워야 할 텐데…. 그게 걱정이지요. 남들이 종종 ‘왜 하느냐’고 물어요. 그럴 땐 ‘글쎄 말입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라고 답하고선 웃고 말아요.”
그는 KBS 2TV 드라마 ‘대왕세종’에서 황희 정승으로 출연 중이다. 배우세상은 1년에 2~3개 작품을 올린다. 공연이 없을 때 임대료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만도 한데 극장 대관은 하지 않는다. 단원들이 극장에 모여 연출가, 작가들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연기 훈련, 세미나를 하는 등 연극 본연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활용한다. 극단과 극장 운영을 위해 1년에 5000만~7000만원의 적자를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인터뷰 말미에 나왔다. 그러나 운영의 어려움을 묻자 ‘작품을 찾는 것’이란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좋은 작품이 구해지지 않을 때가 제일 힘들어요. 적자 보는 거야 뾰족한 방법이 없잖아요. 때로는 회의가 일 때도 있죠. 이 나라에서는 연극이 없어져도 아무렇지도 않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하지만 모두에게 외면을 받더라도 연극은 있어야 하는 것이고 많은 사람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연극이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가 단원들에게 화를 낼 때는 극장이 관객 맞을 준비에 소홀할 때다. 직접 화장실 청소를 하기도 하고, 극장이 있는 4층까지 올라오는 다른 매장의 계단까지 쓸고 닦게 한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 없는 날은 매일 극장에 온다. “아침 일찍부터 나오고 싶지만 후배들이 저보다 먼저 나와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오전 11시쯤 나온다”고 귀띔했다.
“힘들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지 단원이 되겠다고 오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그러나 몇 안 되는 사람이지만 아무 생각없이 연극만 하겠다고 결심한 순수한 이들이죠. 뭔가를 계산하기 시작하면 이미 그르치게 돼요. 누구든 쉬지 않고, 빠지지 않고 무대에서 자기 실력을 검증하라는 뜻에서 후배들을 무대에 세우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배우들은 팬도 있어요. 저는 30년이 돼도 팬이 없지만….”
다음달 8일까지 공연하는 ‘선우씨, 어디가세요?’는 영화 ‘씨 인사이드’의 소재가 된 라몬 삼페드로의 실제 이야기를 창작 번안한 것이다. 배우들과 연출가 성천모가 워크숍 하는 것을 지켜보고 고른 작품. 26년간 전신마비로 살아온 남자가 존엄성을 지키고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달라며 법정 싸움을 벌이는 얘기다. 최근 국내에서도 안락사와 관련한 헌법소원이 제기돼 화제다. 연극은 주제 만큼 무겁지 않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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