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정보] 천원숍 전성시대 … 과연 비지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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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5.21 09: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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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땡처리의 대명사로 통했던 ‘천원숍’. 먼지를 뒤집어쓴 각종 생활용품들이 담겨있는 박스가 가게 곳곳에 무질서하게 널려져 있는 모습이 천원숍 하면 연상되는 풍경이었다. 재고정리 물건이 많다보니 잘 건지면 ‘횡재’도 하지만, 출처를 모르는 조악한 품질의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싸다는 것 외에 장점을 찾을 수 없었고, 그러다보니 천원숍은 ‘한철 장사’쯤으로 치부되곤 했다.
그랬던 천원숍이 지금 잘나가고 있다고 한다. 천원숍 체인을 운영 중인 기업들은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에 비해 30~40% 올려 잡았으며, 올 들어 천원숍의 숫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외환위기 때 생겨난 천원숍이 올해 최고 호황이란 각종 언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왜일까. ‘고유가·고물가·고금리’의 3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된 경기 상황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갑이 얇은 소비자들이 기왕이면 싼 물건을 찾게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웰빙’이 최우선의 가치인 이시대에 오직 싸다는 이유로만 소비자들을 흡입할 수 있을까. 천원숍 업계에서는 ‘천원숍의 변신’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천원숍 체인점을 운영하는 모 기업들의 체계적인 품질관리, 유통과정의 최소화와 대량구매를 통한 원가절감 등으로 ‘천원숍 물건=싸구려’의 등식을 깨뜨렸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천원숍에 가보니
취재를 위해 찾은 천원숍들은 적어도 싸구려 물건을 파는 곳 같지는 않았다. 상품들은 카테고리별로 단정하게 판매대에 분류돼 있었으며, 일부 제품의 판매대에는 원산지까지 표기돼 있었다. 싸구려라는 인상을 불식시키려는 듯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했다. 판매 물건의 산지는 천차만별이었다. 싸구려의 대명사인 중국산이 아무래도 많았지만 국산·일본제, 베트남·태국·인도 등 동남아제 물품도 눈에 띄었다.
업계의 선두주자인 ‘ㄷ산업’이 운영하는 서대문의 한 천원숍 체인점. 외환위기 때인 1997년 한·일 합작으로 설립된 이 업체는 올 상반기 현재 400곳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는다. 체인점 1층에는 문구·완구·식품, 2층에는 주방·욕실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회사 측은 500~3000원 사이에 있는 25개국 2만종류 용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1층 매장에선 태국제 바구니(1000원), 일제 항균깔창(1000원), 국산 휴지통(1000원), 국산 알칼라인 배터리 4개(1000원), 중국산 망치 및 니퍼(각 2000원), 국산 형광등(1500~3000원), 중국제 벽시계(2000원), 중국제 골프우산(3000원), 일제 양동이(3000원) 등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 물건들이 진열돼 있었다. 업체 측은 드라이버·니퍼 등 정교한 공구는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 많다고 했으나, 실제 확인해보니 일본 회사에 주문자상표부착(OEM)한 중국산 제품들이 많았다.
2층에선 브라질제 본차이나 접시(1000원), 일제 반찬용기(1000원), 국산 밀폐용기(1000~2000원), 국산 뚝배기(1000~2000원), 중국제 도자기 녹차포트(2000원), 중국제 프라이팬(3000원) 등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이 업체의 히트 상품으로 지난 겨울 월 5만개씩 팔렸다는 중국제 머그컵(2000원), ‘Made in Japan’이라는 태그를 붙인 와인잔(2000원)도 잘 보이는 자리에 진열돼 있었다.

1층 식품 코너에는 국산 커피믹스(1000원), 일제 라면땅(1000원)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과거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쫀드기(1000원)도 있었는데, 포장지엔 ‘무방부제’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1000원에 5개들이 볼펜세트를 구입해 1주일간 사용했는데, 사용감 등 품질은 좋은 편이었다. 다만 ‘Made in Korea’라는 포장지의 표시와 달리, 볼펜 윗부분에는 China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ㅇ그룹 계열의 ‘ㅇ마트’는 그룹 소유의 각종 대형마트 등에 입점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05년 창업한 이 업체의 전국 매장수는 63개다. 7000~8000종류의 물품을 팔고 있는데, 가격은 모두 1000원이다. 집을 꾸미는데, 사용되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주력상품이다.

상암동의 대형마트에 자리잡은 33㎡(10평) 안팎의 작은 매장에선 중국산 조화와 바나나·사과·모과 등 장식용 과일모형, 중국산 테이블보와 소형 커튼, 중국산 벽지(45㎝×2m)와 쿠션, 인도산 발털이개, 중국산 장식양초 등 인테리어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었다. 생활영어·생활중국어·옥편 등 포켓용 어학책자도 판매하고 있었다. 책에 표시된 가격은 6000원이었지만 실제 판매되는 가격은 1000원이었다. 어린이용 색칠놀이 책(1000원)도 있었지만, 4000~6000원에 판매되는 기성제품의 품질에는 못 미쳤다.
2000년 전북 전주에서 사업을 시작한 ‘ㅇ천원숍’은 현재 전국 4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1000원짜리 물건만 취급한다. 명동의 대형의류몰 6층에 위치한 ㅇ천원숍의 264㎡(80여평형) 매장을 찾았다. 제조국과 브랜드가 적혀있지 않은 ‘정체불명’의 면 티셔츠, 국산 신사용 양말 등이 입구에 전시돼 있었다. 국산 브래지어에는 ‘프랑스 유명브랜드 크리스천 ○○사의 상표 및 기술제휴로 기획·생산한 고급 상품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태그가 붙어 있었다. 국산 밀폐용기, 인도제 스테인리스볼, 일제 전자레인지용 용기 등 다양한 부엌용품, 중국제 우산, 각종 커피믹스 등이 눈에 띄었다.

‘물먹는 하마’를 본뜬 것으로 보이는 습기제거제 ‘물먹는 펠리컨’, 감자칩 ‘프링글스’와 케이스 모양은 물론 색깔까지 닮은 말레이시아제 ‘미스터 포테이토’ 등 유명브랜드의 카피 제품들도 눈에 띄었다. 황희 정승과 방정환 선생 등을 다룬 어린이용 위인전에는 4500원의 정가가 붙어 있었으나, 판매가는 1000원이었다. 싱글스·거칠마루·남극일기 등 철 지난 영화들의 비디오 CD도 있었다. 국산제품의 비율이 높았으나, 고급스러운 외양의 ‘본차이나 제품’은 역시 중국제가 많았다.

싼 게 비지떡은 아니다?
과거엔 천원숍 물건들이 문제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천원숍에서 팔았던 배터리가 수 분 만에 죽고, 녹이 슨 스푼, 새는 그릇 등 일부 제품들의 불량으로 천원숍들이 소비자들의 환불 소동에 시달리는 사례가 간간이 있었다. 설사 기능상 불량이 없더라도 디자인이나 색깔이 조잡했던 물건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천원숍 물건=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게 천원숍 측의 주장이다. 식기·도자기류는 내열성 등이 당국의 기준에 부합되는 물건들을 팔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ㄷ사의 천원숍 체인점에서는 제품의 질을 우려하는 소비자를 겨냥, “식약청 등의 검사를 통과한 제품으로 믿을 수 있고, 안전하다”는 안내문을 식기 등 주방용품 판매대에 붙여놓았다. 안 이사는 “처음엔 클레임이 많았으나, 지금은 아주 일부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 교환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소비자들이 찾는다. 이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ㅇ마트’의 김시현 팀장은 “1000원짜리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3000~5000원 가치의 상품을 1000원으로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흔히 고객들이 천원샵에 느끼는 조악함보다는 고급스러운 차별화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높으며, 이제는 두꺼운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이런 상품도 1000원이냐고 물어볼 만큼 고급스러운 상품도 있었다”고 했다.
소비자들도 불신의 눈초리는 거둬들인 눈치다. 명동 의류몰에 자리잡은 ‘ㅇ천원숍’ 쇼핑을 하던 한 여고생이 “미치겠다. 다 1000원이야”라고 외치차, 옆에 있던 친구가 “야, 눈돌아간다”라고 맞받아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한 주부는 일제 레몬즙짜개를 보면서 “와, 이런 것도 있네”라며 장바구니에 담아넣었다.
다만 식품·화장품 등 건강과 관련된 물품들에 대해선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실제 ㄷ사의 천원숍에서 쇼핑를 하던 두 주부가 식품코너 앞에서 “아무래도 먹는 것은 좀 그렇지 않겠느냐”면서 구매를 망설이는 모습이 보였다. 주부 고민정씨(38)는 “주방용품 등은 자주 사지만 화장품, 칫솔, 치약, 과자 등은 사지 않는다”면서 “업체에서 아무리 문제가 없다고 해도, 몸과 관련된 물건들이 너무 싸면 찜찜해서 사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싸다는 게 걸림돌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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