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원시 그대로 ‘평화의 섬’[말레이시아의 진주 코타키나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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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5.21 09:28:10
  • 조회: 11430
만타나니(Mantanani)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 북단의 외딴 섬이다. 영화 ‘블루 라군’의 정경처럼 파란 형광 물감을 풀어놓은 듯 해변이 아름답다. 형형색색의 바닷속 산호초들은 맑은 수면에 그대로 투영된다. 백사장 사이로는 원시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야자수 숲이 펼쳐져 있다. ‘보르네오섬 연안의 몰디브’. 원주민들은 부족함을 모른다. 욕심이나 집착도 없다. 전통 수상가옥에 옹기종기 모여 평화로운 삶을 뜨개질해 나간다. 이방인을 향한 맑은 눈과 순박한 마음에 끌리다보면 그들에 대한 편견도 금세 사라진다. 보트놀이나 자멱질에 여념이 없는 섬 소년들도 살갑게 느껴진다.

만타나니에 발을 디디면 보르네오섬 전역에서 엿보이던 이슬람의 정취도 먼나라 얘기같다. 해변가에 널브러진 괴목과 파도에 갈리고 닳아 부스러진 산호의 잔해조차 멋스럽다. 관광객들은 섬 앞바다에서 스노클링과 낚시를 즐기며 바다거북들의 유영과 날치떼의 곡예 비행에 시선을 모은다. 운이 좋으면 인어를 닮은 듀공(초식성 수생 포유동물)의 재롱도 볼 수 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책 한 권 들고 야자수 숲 그물침대(해먹) 위에 누워 몸을 흔들면 어느새 허기가 진다. 원주민들이 잡아올린 생선을 장작불에 구워 먹는 맛이 일품이다. 이쯤 되면 야자수 잎을 깔고 백사장 위에 말리고 있는 온갖 생선 맛도 궁금해진다.
이 섬은 4년 전 처음 관광객에게 개방되었다. 시내에서 1시간 이상을 달려 코타블롯 선착장에서 쾌속보트를 타고 40분쯤 달리면 도착한다. 시내와 가까운 사피섬과 마누카섬보다 멋지다. 만타나니섬의 어른 격인 자비라 할머니(60)는 “2차대전 때 일본군이 처음 이 섬에 들어왔다가 이불을 덮고 있는 처녀를 발견한 후 ‘이불(만타)’과 ‘나니(처녀 이름)’를 합쳐 ‘만타나니’라 불렀다”고 소개했다. 이 섬의 마스코트 여인 시다(18)는 “보르네오 북단섬에 살던 중 15살 때 사촌동생이랑 배를 타고 섬에 놀러왔다가 이 섬의 한 남자에게 첫눈에 반했다. 편지를 주고받다가 결혼해 벌써 3살 난 아들을 두었다”며 수줍은 듯 자신의 러브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멋진 풍경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코타키나발루는 보르네오 북동쪽에 있다. 이곳의 자랑은 단연 동남아 최고봉(해발 4095m)인 키나발루산이다. 1링깃짜리 지폐에 들어 있는 산으로 시내에서 차량으로 2시간쯤 달리면 나타난다. 2000년 유네스코가 28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말레이시아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계곡·밀림을 지나 가파른 등산길을 오르면 열대~한대에 이르는 식생의 보고가 펼쳐진다. 해발 3000m부터는 암벽이 펼쳐친다. 정상은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며 바람이 세다. 하루 100여명만 등산이 허용돼 미리 예약해야 한다. 산악인 엄홍길씨가 2003년과 2007년 두 차례 올랐다. 엄씨는 “산중턱 산장에서 1박을 하고 새벽에 일어나 랜턴을 들고 안내원을 따라 5시간쯤 걸으면 정상에서 황홀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산장에서 잘 때 기압 때문에 어지러움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상쾌하고 안전한 코스다. 내려올 때는 하루 만에 내려온다”고 말했다.

도시 외곽의 열대우림을 탐험하는 가라마강과 클리아스강의 정글투어도 흥미롭다. 산소를 송송 뿜어내는 맹그로브 숲을 따라 보트로 이동하며 원주민 가옥과 긴코원숭이, 버팔로 등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정글 반딧불이투어에 나서면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반짝임을 감상할 수 있다. 파다스강과 키울루강 래프팅에 나서면 난이도를 달리하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는 ‘바람 아래의 땅’으로 불리듯 조용한 섬 도시다. 태풍과 쓰나미를 피해간 안전한 섬의 역사도 자랑이지만 정경이 아름다워 여름이 더욱 기대되는 휴양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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