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IQ높고 공부잘하면 영재?… 영재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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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5.20 0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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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김모씨(38·서울 대치동)는 최근 새로운 학원에 아이를 등록시킬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변에서는 모두 영재학원에 등록해야 한다고 난리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준비해야 특목고 입학도 쉽다는 소문 때문이다. 김씨는 “딸이 공부를 곧잘 하고 흥미를 보이긴 하는데 그렇다고 영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학원에서라도 미리 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 교동초등학교 영재교육반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사교육이 있다. 바로 영재적성검사 대비반이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영재적성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사설기관에까지 교육을 의뢰하는 것이다. 영재교육이 ‘특목고’ 진학을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도 있다. 학부모들의 ‘영재교육’ 열풍 때문에 지난해 12월 실시된 서울시교육청의 초·중등학생 영재적성검사는 학교장 추천 과정을 거치고도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각 대학이 운영하는 사설 영재교육원도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영재는 그러나 단순히 학업성취면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우등생’과는 다르다. 이 차이를 모르고 무조건 아이에게 영재 교육을 앞세워 ‘영재학원’에만 보내는 것은 그저 사교육 비용 증가에 불과하다. 도리어 아이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마저 사장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을 통해 영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영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우리나라는 영재를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재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상위 1%로 정의할 수도 있고 또는 2~3%, 넓게는 상위 15%까지도 영재로 볼 수 있다. 1%로 정의하면 영재성을 이미 현저하게 드러낸 학생을 의미하고, 15%까지 넓게 본다면 현재는 그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여건이 갖춰지면 우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학생들까지 영재로 판단한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3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영재성을 판별하는 나이 또한 상대적이다.
영재에 대해 가장 쉽게 하는 오해는 학업성취도가 높으면 무조건 영재로 생각하는 것이다. 반드시 IQ가 높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한국적 상황에서는 교과위주 교육이기 때문에 지적 능력이 우수한 아이가 유리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학업 성취가 우수하다고 해서 영재라고 볼 수는 없다. 수많은 전교 1등이 무조건 영재가 아닌 논리와 같다. 과거에는 영재에 대해 지적능력을 강조해 IQ를 영재 판별의 중요한 기준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다른 요소들도 함께 판별하고 있다.

영재성 판별 검사를 개발한 서울시교육청 홍덕표 장학관은 “공부를 잘한다거나 또는 IQ가 높다고 무조건 영재가 아니다”라며 “언어적 사고능력, 탐구능력, 창의성, 과제집착능력이 뛰어난 아이가 영재”라고 설명했다. 쉽게 예를 들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10가지 이유를 적으라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10가지 이유를 다시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하라고 한다면 여기서 사고능력의 차이가 드러난다는 게 홍 장학관의 설명이다. 발산적 사고를 하는 학생은 같은 답을 가지고도 유형을 달리하며 채점자들도 놀랄 만큼 새롭고 창의성 있는 설명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영재를 흔히 남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학생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수학, 과학, 정보과학, 음악, 미술, 체육, 무용, 인문사회, 발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재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재가 모든 능력에서 남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다. 어떤 영재는 언어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반면 수학영역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어릴 때 영재라고 판별되면 커서도 무조건 영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영재성이란 영재가 될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영재성은 있지만 계발되지 못한다면 영재가 될 수 없다. 어릴 때 영재였더라도 성장하면서 그 능력이 계발되지 않았다면 성장하지 못한 영재라고 표현하는 게 옳다는 지적이다. 반면 ‘부적응 영재’로, 통상적인 학교 생활이나 성취에서는 느리지만 나름대로의 독특한 능력 소질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 특정 영역의 영재들은 독특한 학습능력과 정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겪을 수도 있다. 또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서 영재성이 사라지는 학생도 있기 때문에 영재성을 판별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영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득보다 실이 많아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영재교육이 유행하는 이유는 결국 입시와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영재교육이 입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현행 대학 입시가 단기적 차원의 지식 습득에 치중되어 있는 반면 영재교육은 장기적인 차원의 창의성 계발과 자기주도적 학습태도 함양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 대학교의 케니 교수에 따르면 영재 교육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오히려 자녀의 건전한 발달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비전문가에 의존하는 영재교육은 자녀가 갖고 있는 창의성마저 훼손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영재성 판별은 단 한가지 검사에 의해서 결정되지는 않는다. 가장 정확한 것은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관찰에 의한 판단이다. 미국의 영재교육학자인 렌줄리는 영재교육대상자는 객관적인 시험 50%, 교사관찰 50%를 기준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수학에 영재성을 보이는지 판별하기 위해서는 수학성적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외에 수업 중의 행동, 수학 풀이과정, 수학에 대한 흥미, 교실 밖에서 보이는 수학과 관련된 행동, 학부모 및 친구들의 의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런 관찰 결과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종합됐을 때 영재로 판별된다. 따라서 자녀가 영재로 보일 경우, 쉽게 학원을 보내기보다는 전문기관에 상담을 의뢰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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