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연임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김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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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5.15 09: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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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간판들이 점령군처럼 들어선 서울 대학로 뒷골목길의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사무실. 화사한 봄기운이 감도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예술제가 시작되는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김철리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55)을 만났다. 그를 찾은 것은 때아닌 ‘연임’ 소식 때문에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이사회는 지난달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김 감독의 3년 연임을 결정했다. 2011년까지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이끌게 됐다. 문화관련 단체장들이 멀쩡한 임기를 남기고도 줄줄이 사표를 내는 형국에 임기를 1년이나 앞둔 상황에서의 연임이다. 정치적 호기심은 접고서라도 일찌감치 연임 등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흥미로웠다.

“이 자리가 요즘 얘기되고 있는 문화관련 단체장들처럼 존재감이 있는 자리도 아니고…. 국제행사인 예술제 성격상 미리 준비해야 하니 새로운 사람을 뽑든, 연임을 하든 빨리 결정하는 것이 좋죠. 국내에선 처음이지만, 해외에서는 그렇게 많이 합니다. 해외의 좋은 작품을 초청해오려면 2년 전에 미리 스케줄을 정해야합니다. 덜익은 작품을 부르면 바로 오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가격도 내릴 수 있고요.”
연극연출가 겸 배우인 그는 2006년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을 맡아왔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예술제의 기치를 ‘예술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로 세운 후 몸과 텍스트, 땀 등의 가치를 담아내려 애쓰고 있다. 올해는 9월18~10월19일 연극, 무용 등 10개국의 30여개 작품이 축제에 참여한다.

그러나 올해 축제는 지난해 예산 문제로 좌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중복지원이 문제돼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것으로 결정났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문화부, 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등이 13억5000여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어떻게든 올해 예술제는 치를 수 있게 됐다.
“지원삭감이 결정된 후 거의 1년간 피말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외국의 유수한 축제들은 모두 중복지원을 받고 있어요. 제대로 된 국제공연제를 만드는데 제도상의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 안됩니다. 문화계 역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만의 확고한 위치를 잡아야 해요. 홍콩(30억원), 싱가포르(70억원) 등 국제적 인지도를 지닌 도시들의 문화축제 경쟁이 치열합니다. 상하이 국제공연예술제의 예산은 가늠이 안될 정도라고 들었어요.”

그는 서울이 ‘극동의 문화시장’으로 자리잡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얘기했다. 해외 50여개의 유수한 축제 주최 측과 탄탄한 네크워크를 쌓아가고 있고 요즘은 해외에서 초청할 만한 국내 작품을 소개해달라는 문의를 자주받는다. 그의 출장 가방에는 국내 연극, 무용 등을 소개한 동영상 자료가 들어있다.
“요즘 축제가 넘쳐나잖아요. ‘카니발, 난장’ 하면서 먹고 마시고 시끌벅적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들 하는데, 모든 축제가 그래야할까요. 저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조용히 생각하는 축제’가 됐으면 합니다. 거리에서가 아니라 공연을 보는 사람들과 예술가들 내면에서 ‘분탕질하고 난장이 벌어지는’ 그런 축제말입니다. 좋은 공연을 2만~3만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의미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축제를 준비하면서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다. 참가를 신청한 국내 공연작의 대부분이 소극장용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소극장 위주의 공연들이 많아진 탓이다. 소극장은 실험적인 작품들이 자유롭게 탄생할 수 있는 ‘용감한 공간’으로 출발했지만 요즘은 상업적인 공간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세계의 메인극장들은 600~700석이 주류다. 세계 무대를 꿈꾼다면 국내 예술가들이 작은 그릇에만 머물러 있으면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서강대에서 연극반 활동을 하다 EBS PD로 5년간 일했다. 다시 연극계로 돌아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때는 ‘불평가그룹 회장’으로 불릴 만큼 쓴소리를 해대는 바람에 “까칠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다. 연극 배우인 그의 아내 이현순은 현재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공연중인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출연하고 있다. 2005년 연극 ‘시라노 드 베르주락’을 연출했고, ‘목화밭의 고독속에서’에선 배우로 출연한 김철리 감독. “연출보다는 배우로서 욕심이 크다”며 “연출가들이 자기 그림만 만들려고 애쓰지 말고 연기에 대한 지독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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