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속도를 즐기고 싶다면 그들처럼… 레이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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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5.15 09: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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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과 서울을 잇는 자유로. 출퇴근 시간대면 자동차가 기어다니는 이 길에 깊은 어둠이 찾아들면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을 쏟아내며 질주하는 자동차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보통 운전자가 경험하기 힘든 시속 200㎞를 넘나드는 속도로 달리는 경주용 자동차다.
좀더 빠르게 그리고 조금 더 빠르게. 인간의 욕망 중 하나인 스피드에 미친 사람들이 거기에 있다. 바로 카 레이서들이다.

레이서는 모두 범법자인가
늦은 밤, 꼭두새벽에 경찰을 피해 서해안 도로, 자유로에서 스피드를 즐긴 지 벌써 20여년. 지금은 대낮에도 레이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싱 장소를 트랙, 즉 ‘서킷’으로 옮겼을 뿐 이들은 여전히 현행 법률상 ‘범법자’다.
레이싱카, 일명 ‘머신’은 번호판이 없는 무적차량이다. 말소된 차량에서 떼어낸 뼈대 위에 롤 케이지, 완충장치 등을 얹어 제작된다. 당연히 일반도로에 나가 경찰에 적발되면 사법처리감이다. 정비소도 불법개조한 무허가 건물이 많고 자격을 갖춘 정비사도 없는 형편이다. 폐타이어를 잘못 쌓아놓으면 환경법에 걸린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 정영조 회장은 “레이싱 관련 법률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 도로교통법에 따라 규정속도를 지키면서 레이싱을 해야 하는 어이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레이싱이 현행법을 위반하는 게 아니라 법이 레이싱을 무법지대에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차, 아니 ‘머신’의 특징
상용차를 머신으로 개조하는 데는 차값보다 많은 돈이 든다. 3000만원짜리 배기량 2000㏄ 차량을 머신으로 개조하려면 5000만원이 더 든다. 1600㏄ 이하 상용차는 2000만~2500만원이 소요된다.
국내 정상급 미케닉인 김성철 킴스 레이싱팀 단장은 “현재 대부분 레이스는 양산차 엔진을 그대로 쓴다”면서 “만일 규제없이 최고 성능을 내도록 만들면 추가로 1억~3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량 구조에 대한 규정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최고 성능과 스피드를 내는 머신을 제작하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김 단장은 “머신은 좌우 밸런스를 잡는 것과 ‘쇼바’라는 서스펜션을 조정해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머신을 타보면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는 까닭이다. 현재 머신은 투스카니·터뷸런스·악센트·베르나·프라이드 등 대부분 현대·KIA차다. 하지만 최근에는 라세티·젠트라(이상 GM대우), SM3(르노삼성)도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해 2000㏄ 이하 레이스에서는 라세티가 투스카니 등을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해 현대를 긴장시켰다.

레이서, 머신에 미친 사람들
레이서는 한 마디로 자동차에 미친 사람이다. 목숨을 걸고 레이스하는 것도 그렇지만 머신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월급을 쪼개서 매달 부품을 한 개씩 교체하는 것은 옛날 얘기다. 요즘 레이싱의 성적은 돈이 만든다.
레이서도 ‘돈 걱정하지 않는’ 직종이다. 부모가 재력이 있는 경우도 적잖고 쇼핑몰, 음식점, 카센터·튜닝숍을 운영하는 능력있는 자영업자도 있다. 레이싱 프로모터 KGTCR 홍승욱 홍보과장은 “일반 샐러리맨은 솔직히 레이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레이서 중엔 폭주족 출신이 적지 않다. 국내 최정상급 드라이버 오일기(GM대우)는 “나도 폭주족 출신”이라며 “이제는 폭주족에게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게 폭주족의 사회문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상급 레이서로는 김의수(CJ스포츠), 올해 일본에서 활약할 황진우(KIXX 레이싱), 김중군(S오일), 한치우(파이널레이싱), 오일기·이재우(이상 GM대우)가 꼽힌다. 홍일점은 강윤수(CJ스포츠)가 유일하다.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많은 연봉을 받는 레이서는 소수에 불과하다.

머신 운전법
머신과 상용차 운전법은 거의 비슷하다. 엔진이 똑같고 기어도 비슷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머신은 저단 기어에서도 높은 RPM를 내도록 제작됐다. 김성철 단장은 “상용차가 시속 100㎞를 달리려면 4단 기어로 RPM 3000이면 되지만 머신은 3단 기어로 6000까지 RPM이 올라간다”면서 “기어를 올려도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연비는 낮지만 힘은 상용차의 두배 수준이다.
머신은 직선이든 곡선이든 요동없이 바닥에 깔리듯 질주해야 한다. 고급 상용차와 같은 푹신한 느낌은 레이서에게는 사치다. 바닥 충격이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된다. 강윤수는 “출력이 강해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밟아도 빨리 튀어나간다는 것과 핸들이 무척 예민하다는 점을 빼고는 양산차 운전법과 비슷하다”면서 “클러치와 브레이크는 다소 뻑뻑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력, 운동신경, 시야확보 능력, 담력 등이 레이서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머플러 소음도 감수할 부분이다. 규정상 머플러 소리는 105dB(데시벨) 이하면 된다. 평균 생활소음은 40dB, 일상 대화는 60dB, 집에서 음악을 듣는 게 85dB이며 소리가 큰 록밴드가 머신 머플러 소리와 엇비슷한 110dB 수준이다. 레이서들은 “머플러 소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향곡이며 휘발유와 타이어가 타는 냄새는 세계 최고 향수”라고 말한다. 자동차에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다.

레이서가 되려면
우선 개인자격으로는 레이스 참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KARA에 등록된 팀에 들어가야 한다. 이후 자기 차량 또는 폐차 직전 차량 빼대를 이용해 머신을 만든다. 이와 함께 KARA가 발급하는 레이서 라이선스, 경기장에서 내주는 트랙 라이선스를 모두 취득해야만 레이스 출전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당연히 아마추어 대회부터 시작한다. 드래그(직선 거리를 최고 속도로 달리는 경주), 드리프트(회전시 차량의 미끄러짐으로 연기하는 경주), 타임 트라이얼(트랙을 가장 빨리 도는 경주) 등이 아마 추어 대회다. 대회 참가자는 동시에 보험에 가입되며 머신의 안전장치가 좋아 부상 걱정은 안해도 된다. 아마대회에서 오랜 경험을 쌓거나 좋은 성적을 내면 CJ수퍼레이스 등 프로로 갈 수 있다. 수퍼1600(배기량 1600㏄ 이하), 수퍼 2000(배기량 2000㏄ 이하) 등이 프로 대회다. 프로 최고봉은 1억5000만원짜리 스토카(수퍼6000)다. 스토카는 배기량 6000㏄, 500마력 엔진, 최고 시속 300㎞를 내는 전문 경주차다. 국내에 총 8대가 있는데 오는 18일 CJ레이싱 2라운드에서 첫 선을 보인다.
레이싱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은 주말 용인 스피드 파크를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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