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관광·투자·교육·은퇴 필리핀 1위, 모두 한국이죠”[루이스 크루스 주한 필리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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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8.05.13 09: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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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1동 34-44에 위치한 필리핀 대사관. 최근 방문한 대사관의 1층 영사과에서는 한국어와 필리핀 원주민어인 듯한 언어가 뒤섞이고 있었다. 한·필리핀인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루이스 크루스(Luis T. Cruz) 주한 필리핀 대사는 3층 집무실에 있었다. 그는 대뜸 500페소짜리 필리핀 지폐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500페소짜리 필리핀 지폐(약 1000원)에는 필리핀군의 한국전 참전에 관한 그림이 담겨 있습니다. 1978년 발행된 이 지폐는 지금도 통용되며 한국과 필리핀의 혈맹관계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필리핀이 한국의 공산화를 막는 싸움에 도움을 주었지만, 이젠 한국이 빈곤과 싸우는 필리핀을 도와야 합니다.”

500페소짜리 지폐에는 베니그노 아키노 전 상원의원(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남편, 마르코스 대통령 시절 귀국 중 공항에서 피살)이 6·25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취재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500페소짜리 지폐에 그려넣을 만큼 필리핀은 한국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그렇다. 한국전 도중 필리핀군은 7000명이 참전했고, 이들 중 11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탑이 경기 고양시에 있다. 전쟁이 끝난 지 5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유엔군의 이름 아래 3명의 필리핀군이 군의장대에서 복무하고 있다.
이런 인적 교류의 전통은 형태는 다르지만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의 농촌 총각들이 필리핀 처녀들과 결혼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크루스 대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크루스대사는 “한국과 필리핀의 문화 간 결혼(intercultural marriage)은 세계화의 결과”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전쟁 후 부자가 되어 여행이나 유학, 근무, 투자 등으로 필리핀에 오가고, 필리핀인들이 한국에 오가면서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남자가 신부를 사는 형식의 결혼은 여성을 상품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흔히 한국 내에서 결혼 중개자들이 돈을 주고 사들이는 형태의 결혼은 안 된다는 얘기였다.
필리핀에서 은퇴생활을 하려는 한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크루스 대사는 ‘필리핀 은퇴 행정청(Philippine Retirement Agency)’이 이 업무를 관할하는데, 최소한 5만달러를 투자하면 ‘은퇴 비자’를 발급한다고 설명했다. 상춘의 기후를 보이는 산중 휴양 도시 바기오에서 은퇴생활을 즐기는 한국인들이 작년 1만7105명으로 집계돼 있다. 필리핀 은퇴자 시장의 47%에 해당하는 것으로, 필리핀에서 은퇴생활을 즐기는 외국인 중 한국인이 가장 많다.

5만달러의 투자금으로 ‘세컨드 하우스’를 사거나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퇴 비자(retirement visa)’라고는 하지만 이것을 신청할 수 있는 나이는 35세면 된다. 필리핀에 있는 아파트나 콘도미니엄을 구매해서 이것을 세놓아도 된다고 한다. 한 해에 양국을 오가는 방문객들은 65만4000명에 달한다. 필리핀을 찾는 사람들 중 22%가 한국인으로, 필리핀은 한국인에게 최대 관광 상대국이다. 2년 전 미국과 일본인 방문객수를 앞질렀다. 주당 한국~필리핀 왕복 항공편은 좌석수가 3만8000개에 달한다. 인천에서 세부, 마닐라, 클라크 기지 등 여러 곳에 직항로가 열려 있다.
필리핀에서 영어를 배우려고 학교에 등록한 사람들(ESL 등록자)은 작년 한해 10만명에 달했다. 2~3개월 단기 연수자를 포함한 수치다. 한국인의 필리핀 입국자는 전체 입국자 중 17%를 차지해 필리핀에 가장 많은 방문객을 보내는 나라가 됐다.

필리핀에서는 영어를 어떻게 배울까? 크루스 대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역 언어와 영어로 교과 과정을 교육한다”면서 “영어 사용자들은 말이 입에서 바로 나오지만 필리핀인들의 경우 머리에서 생각한 다음 영어가 나오기 때문에 좀 늦게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학생으로서는 더 알아듣기 쉽다는 얘기였다. 액센트의 문제에 관해 그는 “필리핀 영어는 강한 액센트(hard accent)가 아니라 중립적 액센트(neutral accent)이기 때문에 영미 본토의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다국적 기업들은 액센트가 중립적인 필리핀인을 다수 콜센터 직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에 유학온 필리핀 학생(학생용의 D2 비자 소지자) 수는 지난 1월 31일 현재 243명일 정도로 적다. 단기 비자로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인 수는 4002명이다.

필리핀은 1898년 6월12일 300년간 지속된 스페인의 식민지 통치로부터 독립했다. 이날이 독립기념일이다. 크루스 대사는 “스페인은 필리핀을 미국에 팔았다”면서 “그러나 미국과 필리핀은 친구였다”고 표현했다. 미국은 필리핀을 점령하던 동안 도시개발을 해주거나 사회 간접시설을 확충해주는 등 필리핀에 ‘온화한 식민자(benign colonizer)’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리핀인들은 미국을 상대로 독립투쟁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 등 다른 식민국이 피식민국을 수탈한 사례들과는 대비된다. 현재 필리핀 내 미군 기지는 모두 철수했고, 미국과 필리핀은 간헐적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한국은 2006년 한진이 필리핀에 진출함으로써 최고 투자국 수준에 올랐다. 이후 한진이 민다나오에도 투자를 함으로써 한국은 한동안 최상위 투자국이 될 전망이다.
크루스 대사는 한·필리핀 수교 60주년을 맞는 내년을 앞두고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초청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는 “누군가 이 행사의 스폰서가 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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